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침공을 단행한 이후 그린란드와 콜롬비아, 쿠바를 잇따라 언급하면서 쿠바가 다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개입 이후 쿠바를 거론한 점을 두고 새로운 압박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국면을 “미국과 쿠바의 적대 관계가 새로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쿠바를 지탱해온 구조가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7일(현지시각) 분석했다.
FT가 짚은 핵심은 트럼프의 위협 그 자체가 아니라 쿠바가 더 이상 의존할 ‘후원국’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 미국과 쿠바의 적대는 ‘상수’였다
FT에 따르면 미국과 쿠바의 적대 관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60년대 이후 미국은 외교 단절, 경제 제재, 군사 압박을 반복해왔고 쿠바 공산 정권은 이를 버텨냈다. 냉전 시기에는 소련이 있었고 소련 붕괴 이후에는 베네수엘라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FT는 “쿠바 정권은 미국의 압박 자체보다 언제나 이를 상쇄해줄 외부 후원국의 존재에 의해 생존해왔다”고 짚었다. 즉 미국의 정책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였고 쿠바 체제의 존속을 가른 것은 늘 외부 환경이었다는 분석이다.
◇ 베네수엘라 붕괴가 만든 ‘구조적 공백’
문제는 이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에 의해 체포돼 미국 법원의 재판에 회부되면서 쿠바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재정 후원국을 사실상 상실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20여년간 하루 최대 10만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쿠바에 공급하며 체제를 지탱해왔다. 이 대가로 쿠바는 의료진, 보안 인력, 행정 인력을 파견했다. 그러나 현재 베네수엘라의 대쿠바 원유 공급은 과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향후 추가 축소 가능성도 거론된다.
FT는 “쿠바 경제 위기의 본질은 미국의 추가 제재가 아니라 베네수엘라라는 ‘에너지 생명선’이 끊기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쿠바 전역에서는 하루 18시간에 달하는 정전이 일상화됐고 실질 임금 붕괴와 식량 부족, 대규모 인구 유출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트럼프의 쿠바 언급이 이전과 다른 이유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쿠바 발언은 과거와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FT는 트럼프가 쿠바에 대해 구체적인 군사 계획이나 체제 전복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대신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외교 압박을 통해 쿠바를 간접적으로 고립시키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는 베네수엘라에서 모든 수입을 얻어왔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베네수엘라 문제를 쿠바 정권의 생존 문제와 직결시키고 있다. 이는 쿠바를 직접 공격하기보다, 주변 조건을 악화시켜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 ‘다음 타깃’이 아니라 ‘버틸 힘의 소진’
FT는 쿠바가 당장 미국의 군사적 표적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쿠바 지도부 내부에 베네수엘라처럼 체제 전환을 주도할 분열 조짐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다.
다만 에너지와 외화, 식량 공급이 동시에 악화되는 상황에서 체제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FT는 “이번 국면의 핵심은 트럼프가 무엇을 하겠다고 말했느냐가 아니라 쿠바가 더 이상 무엇으로 버틸 수 있느냐는 점”이라며 “베네수엘라 이후의 쿠바는 이전과 전혀 다른 조건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