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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AI 대신 확실한 석유… 투자자들, 다시 ‘빅 오일’로 회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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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AI 대신 확실한 석유… 투자자들, 다시 ‘빅 오일’로 회항

빅테크 6,600억 달러 ‘천문학적 AI 지출’에 수익성 의구심 증폭
현금 흐름 악화된 기술주 팔고, 고배당·저부채의 에너지주로 자금 이동
사진=구글 제미나이를 통한 이미지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사진=구글 제미나이를 통한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열풍에 가려졌던 ‘빅 오일(Big Oil)’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끝없는 AI 투자와 그에 따른 현금 흐름 악화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탄탄한 수익성과 배당을 보장하는 에너지 섹터로 눈을 돌리면서 시장의 자금 흐름이 급변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에 따르면, 올해 아마존, 메타, 알파벳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의 AI 관련 자본 지출은 6600억 달러(약 88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투자 대비 눈에 보이는 재무적 성과가 지연되면서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는 ‘AI 버블’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고 있다.

◇ 빅테크의 ‘현금 고갈’ vs 빅 오일의 ‘현금 잔치’


투자자들이 기술주를 매도하고 석유주를 사는 가장 큰 이유는 ‘현금 흐름의 건전성’이다.

아마존은 2026년 자본 지출 계획을 2000억 달러로 상향했고, 메타 역시 작년 대비 지출을 두 배로 늘렸다.

막대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알파벳 등은 장기 부채를 네 배나 늘렸으며, 이로 인해 올해 자유현금흐름(FCF)이 최대 90%까지 급감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반면 엑손모빌, 셰브런, 코노코필립스 등 대형 석유 기업들은 국제 유가 하락기에도 꾸준한 이익을 내며 주주들에게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보답하고 있다.

미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올해 초 이후 평균 17% 상승했으며, 시가총액은 지난 1년 사이 25%가량 급증했다.

◇ "석유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수요 전망의 변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기존의 ‘피크 오일(석유 수요 정점)’ 경고를 완화하고, 석유 수요가 2030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며 2050년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인정한 점도 에너지주 재평가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역설적이게도 빅테크가 구축 중인 AI 데이터 센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며, 이는 석유와 가스 수요를 지탱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공급망 혼란을 예고하는 지정학적 사건들이 유가를 밀어 올리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운영 현금 흐름은 더욱 견고해지는 추세다.

◇ ‘내일의 잼’ 보다는 ‘오늘의 잼’을 선택한 시장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AI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대체하지 않고 오히려 도구로써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안심시켰지만,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아직 수익 모델이 불분명한 ‘미래의 AI 수익(내일의 잼)’ 보다는, 지금 당장 현금을 쥐여주는 ‘석유 이익(오늘의 잼)’을 선택하고 있다.

금융 분석가들은 빅테크에 대해 여전히 ‘매수’ 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자금 흐름은 확실히 신중해졌다. 부채 수준이 낮고 자금 동원력이 뛰어난 빅 오일은 기술주가 흔들리는 시기에 가장 강력한 ‘안전 자산’으로 다시 한번 입증받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