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AI 규제 선점’에 주정부 반발…건강보험·AI 활용 놓고 힘겨루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AI 규제 선점’에 주정부 반발…건강보험·AI 활용 놓고 힘겨루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건강보험 분야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을 확대하고 주정부 규제를 제한하려 하자 공화·민주 양당 소속 주지사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고 USA투데이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건강보험사가 AI를 활용해 보험금 지급 여부나 사전승인을 결정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행정명령을 통해 AI 관련 주정부 규제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이 “기술 혁명에서 경쟁국과 패권을 다투고 있다”고 규정하며 과도한 주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애리조나, 메릴랜드, 네브래스카, 텍사스 등 최소 4개 주는 지난해 건강보험 분야 인공지능 활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리노이와 캘리포니아는 그 전해 관련 법을 제정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보험사가 인공지능을 단독 근거로 보험 보장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논의됐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올해 1월 연두교서에서 ‘AI 권리장전’을 발표했다. 보험 청구 처리 과정에서 인공지능 사용을 제한하고, 주 규제기관이 알고리즘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디샌티스는 “새 기술이 미국의 가치와 윤리를 훼손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 여론도 “AI 우려” 다수


폭스뉴스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AI에 대해 “매우” 또는 “극도로” 우려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의 약 3분의 2, 공화당 지지자의 60% 이상이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건강보험사의 비용 절감 방식에 대한 불만도 크다. 비영리 보건정책 기관 KFF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서는 사전승인 제도 등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이 확인됐다.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 등은 최근 몇 년간 보험사가 알고리즘을 활용해 의사 검토 없이 신속히 보험 청구나 사전승인 요청을 거부한 사례를 보도해왔다.

지난달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시그나,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등 주요 보험사 경영진을 불러 보험 접근성과 비용 문제를 질의했다. 데이비드 코다니 시그나 최고경영자(CEO)는 “AI는 거부 결정에 사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시그나는 보험금 거부 방식과 관련해 소송에 직면해 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산하 헬스케어 플랫폼 옵텀은 이달 4일 기술 기반 사전승인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하며 승인 속도 개선을 강조했다. 존 콘토르 옵텀 수석부사장은 “사전승인 과정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인간 검토 의무, 실효성 의문”


주정부 입법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도 논란이다. 대니얼 슈바르츠 미네소타대 법학 교수는 많은 주 법안이 인공지능이 제안한 결정을 인간이 승인하도록 요구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검토가 필요한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알고리즘 제안을 형식적으로 승인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규제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 비영리 보험사 단체인 커뮤니티헬스플랜연합의 댄 존스 연방업무 담당 수석부사장은 “주와 연방 차원의 규제가 뒤엉키면 환자 접근성 개선에 투자할 시간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로드아일랜드주 린다 우지푸사 상원의원은 보험사가 인공지능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에 강하게 반대했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단체 AHIP는 서한을 통해 “혁신을 촉진하면서 환자를 보호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연방-주 권한 충돌 가능성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 주지사는 일부 인공지능 규제 법안에 서명했지만, 광범위한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에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크리스 미켈리 새크라멘토 기반 로비스트는 “뉴섬은 기술 산업의 재정 기여를 고려하면서도 소비자 보호를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과도한” 주 규제를 시행하는 주에 대해 연방 자금 제한이나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카멀 샤카르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 보건정책 연구원은 “연방 우선권은 일반적으로 의회가 행사하는 권한”이라며 행정명령의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회는 과거 두 차례 인공지능 관련 주 규제를 제한하는 조항을 검토했지만 최종 통과시키지 않았다.

뉴욕주 하원의원인 알렉스 보레스는 “지금 쟁점은 연방이냐 주냐의 문제가 아니라, 주가 규제하느냐 아니면 아예 규제가 없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