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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알코아, 호주서 '불법 벌목' 564억 원 날벼락…환경 범죄 사상 최대 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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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알코아, 호주서 '불법 벌목' 564억 원 날벼락…환경 범죄 사상 최대 벌금

2019~2025년 보호종 서식지 2100ha 무단 개간…호주 정부 "유례없는 강력 처벌"
'경제 논리보다 생태계' 우선…2045년 운영권 연장엔 '국가 이익' 명분 조건부 허용
글로벌 알루미늄 거물인 미국 알코아(Alcoa)가 서호주의 세계적 희귀 숲인 자라(Jarrah) 원시림을 불법으로 훼손한 대가로 우리 돈 약 564억 원에 이르는 '철퇴'를 맞았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알루미늄 거물인 미국 알코아(Alcoa)가 서호주의 세계적 희귀 숲인 자라(Jarrah) 원시림을 불법으로 훼손한 대가로 우리 돈 약 564억 원에 이르는 '철퇴'를 맞았다. 이미지=제미나이3
글로벌 알루미늄 거대 기업인 미국 알코아(Alcoa)가 서호주의 세계적 희귀 숲인 자라(Jarrah) 원시림을 불법으로 훼손한 대가로 5500만 호주달러(약 564억 원)에 이르는 '철퇴'를 맞았다. 이는 호주 환경법 역사상 기업에 부과된 가장 무거운 벌금형으로, 자원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자행된 생태계 파괴에 대해 호주 정부가 강력한 경고장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호주 ABC 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연방정부는 지난 18(현지시간) 알코아가 서호주 자라 숲 일대에서 자행한 무허가 벌목과 채굴 행위에 대해 5500만 호주 달러의 환경 분담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벌금을 넘어, 파괴된 서식지 복구와 멸종 위기종 보호를 위한 '강제적 이행 약속' 형태로 확정됐다.

'검은 유황 앵무새' 서식지 2100헥타르 무단 훼손…'무허가 개간' 발각


머레이 와트(Murray Watt) 호주 환경부 장관은 알코아가 지난 2019년부터 2025년까지 퍼스 남부 '노던 자라 포레스트(Northern Jarrah Forest)'에서 연방정부의 승인 없이 개간을 진행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훼손된 면적은 약 2100헥타르(ha)에 달하며, 이곳은 호주 국가 보호종인 '카나비 블랙 코카투(Carnaby's cockatoo)'의 핵심 서식지다.

알코아는 1960년대부터 서호주에서 알루미늄의 원료인 보크사이트를 채굴해 왔다. 보크사이트 채굴은 지표면의 토양과 숲을 완전히 걷어내는 '노천 채굴'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생태계 타격이 막대하다. 알코아는 채굴권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환경 보호 및 생물다양성 보전법(EPBC Act)에 따른 적절한 허가 절차를 누락하고 보호 구역까지 개간한 것으로 드러났다.

와트 장관은 인터뷰에서 "이미 훼손된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이번 합의금은 생태계 복구와 외래종 관리 등 보존 사업에 전액 투입될 것"이라며 "이는 호주 환경법 역사상 단일 기업이 지불하는 가장 큰 규모의 보상액"이라고 강조했다.

2045년까지 광산 운영 '조건부 연장'…벌금 내고 감시는 더 세게

이번 합의에는 알코아의 헌틀리(Huntly)와 윌로우데일(Willowdale) 광산 운영권을 2045년까지 유지하도록 하는 '전략적 평가 합의'가 포함됐다. 그러나 이는 무조건적인 특혜가 아니다. 호주 환경 보호국(EPA)은 향후 18개월 동안 알코아의 벌목을 엄격히 제한하고, 누적된 환경 영향에 대해 정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알코아는 그동안 채굴이 끝난 부지를 복구해 주 정부에 반환할 의무가 있었으나, 2023년 조사 결과 정부의 복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지탄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수백 년 된 대형 자라 나무에 너무 가깝게 채굴을 진행했다는 의혹으로 추가 조사를 받고 있으며, 위법 사실이 재차 확인될 경우 광산 운영이 전면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윌리엄 오플링거(William Oplinger) 알코아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개간 사실을 인정하며, 현대화된 승인 절차로 전환하는 이번 조치를 환영한다"라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자원 안보와 생태 보존의 충돌…강해지는 글로벌 '환경 규제'


호주 현지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환경 단체들은 이번 벌금이 알코아의 연간 매출액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며, '환경 파괴 비용'을 돈으로 때우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자라 숲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서호주에만 자생하는 생태계라는 점에서 파괴의 상처가 깊다는 지적이다.

금융권과 자원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글로벌 원자재 기업들에 실질적인 경영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고용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환경 문제를 묵인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환경 리스크가 기업의 존폐를 결정짓는 핵심 비용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호주 정부가 '국가 이익'을 명분으로 운영권은 유지해 주되, 사상 최대 벌금을 통해 강력한 규제 의지를 보인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알코아 사태는 글로벌 광업계 전반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이 한층 강화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