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제 충격 진단, 미국 GDP 성장 기여 과장됐다… 진짜 위기는 소비 붕괴
이미지 확대보기"AI가 미국 GDP를 키운다"는 착시… 진짜 수혜국은 한국·대만
배런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AI 지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기여도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해 9월까지 9개월간 미국 GDP 성장의 상당 부분을 AI 관련 지출이 이끌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31조 달러(약 4경 4810조 원)에 달하는 미국 전체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비중은 여전히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층 직접적인 진단을 내놨다. "미국의 AI 투자 상당 부분은 한국과 대만의 GDP를 높일 뿐, 미국 GDP에는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 미국 기업들이 쏟아붓는 막대한 자금이 결국 한국·대만산 반도체와 관련 장비를 수입하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세계 시장 점유율 62%, 2025년 4분기 영업이익률 58%는 이 구도의 단면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러나 한국의 이 유리한 공급망 지위가 영속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으로 자국 내 파운드리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있고,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설비투자를 200억 달러(약 28조 9100억 원)로 늘리며 HBM 시장에서 한국 기업과의 격차를 좁히는 중이다. 골드만삭스가 "HBM 공급 과잉으로 2026년 가격이 10%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가 무너지면 GDP 성장도 공허해진다
AI 투자 효과의 착시보다 더 근본적인 위협은 고용시장 붕괴가 소비 지출을 잠식하는 시나리오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떠받치는 것이 바로 민간 소비이기 때문이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2030년 전까지 사무직 초급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지고 실업률이 20%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30년대 대공황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허황된 예측으로 흘려듣기 어려운 이유는 이미 지표가 움직이고 있어서다. 채용정보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AI를 직접 원인으로 한 미국 내 감원은 5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감원 규모 117만 명 가운데 일부지만, AI 명목의 감원이 공식 통계에 처음으로 명확히 포착됐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수치다. 세계경제포럼(WEF) 2025년 일자리 보고서에서는 전체 고용주의 40%가 AI를 이유로 인력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제이피모건(J.P. Morgan) 프라이빗뱅크의 크리티 굽타 글로벌 투자전략 본부장은 이 구도를 냉정하게 정리했다. "생산 비용은 저렴해지지만, 이를 구매할 능력을 갖춘 사람은 줄어드는 사회가 올 수 있다." 그는 "GDP는 두 자릿수로 성장하는데 인구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쓸모없어지는 사회는 결국 불안정으로 치닫는 처방전"이라고 덧붙였다. 딜로이트는 노동시장 완화와 임금 상승세 둔화로 미국의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이 2025년 2.6%에서 2026년 1.6%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예측에는 아직 AI로 인한 대규모 구조적 실업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변수다.
한국, HBM 특수 뒤에 가려진 이중 위협
한국은 AI 하드웨어 공급망의 핵심 수혜국이면서, 동시에 미국에 3500억 달러(약 506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최대 투자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반도체를 팔고, 투자도 하고, 일자리도 제공하는 구조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달러 유출과 고용 기반 균열이라는 두 가지 위협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챗GPT·클로드·제미나이 등 미국 빅테크 AI 서비스 유료 구독자가 국내에서 빠르게 늘면서 이용료가 고스란히 달러로 미국에 흘러가고 있다. 한국은행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AI 구독 서비스와 스트리밍 등 외국계 디지털 서비스 이용으로 2025년 한 해 동안 약 173억 달러(약 25조 원)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소버린 AI'를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데이터 및 자본 주권 확보 차원의 대응으로 평가됩니다.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 카카오가 카나나 등 자체 대형언어모델(LLM)로 '소버린(Sovereign) AI' 전략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이 구조적 달러 유출에 대한 위기의식이 작용한다. 그러나 OpenAI 무료 이용자가 2026년 중반 20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어 특화만으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우세하다.
고용 충격은 더욱 구체적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도입이 국내 일자리 51%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가운데 27%는 AI에 대체되거나 소득이 줄어드는 위험군에 속한다. 실제로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3년 동안 청년층 일자리 21만 1000개가 사라졌으며, 그 가운데 98.6%인 20만 8000개가 AI 고(高)노출 업종에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출판업·전문 서비스업·정보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다.
미국이 초급 사무직 노동자의 대규모 실업을 걱정하는 시점에 한국은 청년층과 고숙련 전문직 모두에서 AI 직무 대체 압력이 동시에 거세지는 이중 구조에 놓여 있다. AI 공급망의 수혜가 국내 소비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반도체 수출 호조는 또 다른 성장의 착시에 그칠 수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 샘 매닝 연구팀이 밝혔듯 미국 노동자의 16%인 약 610만 명이 AI로 일자리를 잃었을 때 다른 직무로 이동할 적응 능력이 없다는 사실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경고다.
AI 시대의 진짜 승자는 가장 많은 반도체를 파는 나라가 아니라, 기술 전환의 충격을 노동자와 소비자가 함께 흡수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착실히 갖추는 나라다. 한국이 그 준비를 시작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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