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AI 시대 '큰손'은 이미 움직였다…캘퍼스, 엔비디아 1000만 주·큐니티 신규 확보

글로벌이코노믹

AI 시대 '큰손'은 이미 움직였다…캘퍼스, 엔비디아 1000만 주·큐니티 신규 확보

891조 원 공룡 연기금, 반도체·양자컴퓨팅 집중 매집…"기술적 해자가 배당보다 낫다"
미국 최대 공적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CalPERS·캘퍼스)은 지난해 4분기(2024년 10~12월) 중 엔비디아 보유 주식을 1031만 주 이상 추가 매입하고, 듀폰에서 분사한 반도체 소재 신생 기업 큐니티 일렉트로닉스의 지분을 신규 확보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최대 공적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CalPERS·캘퍼스)은 지난해 4분기(2024년 10~12월) 중 엔비디아 보유 주식을 1031만 주 이상 추가 매입하고, 듀폰에서 분사한 반도체 소재 신생 기업 큐니티 일렉트로닉스의 지분을 신규 확보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AI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 그 사이클의 방향을 먼저 결정하는 것은 미국 거대 연기금들의 투자 선택이다. 이들의 포트폴리오는 단순한 수익률 지표가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가 어디를 향하는지를 가늠하는 나침반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달 27(현지시각) 공개한 13F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최대 공적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CalPERS·캘퍼스)은 지난해 4분기(202410~12) 중 엔비디아(NVIDIA) 보유 주식을 1031만 주 이상 추가 매입하고, 듀폰에서 분사한 반도체 소재 신생 기업 큐니티 일렉트로닉스(Qnity Electronics·NYSE:Q)의 지분을 신규 확보했다.

운용자산 규모만 6140억 달러(891조 원)에 이르는 캘퍼스의 이번 행보는 기술주 고점 논란 속에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겨냥한 '전략적 확장'으로 해석된다고 최근 배런스가 전했다.
캘퍼스(CalPERS) 주요 종목 지분 변동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캘퍼스(CalPERS) 주요 종목 지분 변동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엔비디아 보유 7637만 주 돌파…공시 기준 140억 달러 상회

캘퍼스의 엔비디아 보유 수량은 직전 분기 66062378주에서 76375762주로 불어났다. 4분기 종료 시점(20251231) 기준으로 산정하면 보유액이 140억 달러(203280억 원)를 넘어섰다.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일부 조정을 겪었음에도, 캘퍼스는 AI 인프라의 핵심 수혜자인 엔비디아에 대한 확신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이와 함께 캘퍼스는 큐니티 주식 358569주를 새로 담았다.

큐니티는 화학 대기업 듀폰 드 네무르(DuPont de Nemours)가 전자·반도체 소재 사업 부문을 독립법인으로 분리해 202511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업이다(티커: Q). CMP(화학기계연마) 슬러리·패드, 포토레지스트, 세정 소재 등 반도체 전()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소재를 전 세계 80개국 이상에 공급하며, 상장 첫날부터 시가총액 200억 달러(29조 원)를 기록하며 S&P 500에 즉시 편입됐다. 226일 종가인 124.78달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캘퍼스의 큐니티 보유 지분 가치는 약 4470만 달러(649억 원)에 이른다.

큐니티는 2026226일 공개된 20254분기 실적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0.82달러로, 기관별 예상치(0.55~0.65달러)의 상단을 최대 49%까지 웃돌았다. 여기에 5억 달러(726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까지 동시에 발표되면서 주가는 실적 발표 당일 장중 120달러 선을 단숨에 돌파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2025년 매출액은 475000만 달러(68900억 원)로 전년 대비 10% 성장했으며, 연간 조정 EPS3.35달러를 기록했다. 분사 초기 월가가 제시했던 목표주가 상단(109~116달러)을 이미 넘어선 상태여서, 증권가에서는 실적 호조와 주주 환원 강화를 반영한 새로운 목표주가 산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양자컴퓨팅 아이온큐도 확대…"고위험 미래 기술에 발 들이기"


캘퍼스는 차세대 컴퓨팅 기술의 상징으로 꼽히는 상장 양자컴퓨터 전문기업 아이온큐(IonQ)의 지분도 전 분기 46528주에서 562839주로 늘렸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00만 달러(333억 원)로 미미하지만, 국내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본지에 공적 연기금이 상용화 이전 단계의 고위험 기술에 점진적으로 노출을 늘리는 흐름은 주목할 만한 신호라고 언급했다.

이 흐름이 한국 시장에 던지는 질문


캘퍼스의 움직임이 한국 투자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첫째, 이들이 사들인 큐니티의 제품군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소비하는 전공정 소재와 직결된다. 글로벌 거대 자금이 반도체 소재 공급망에 베팅을 강화할수록,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원가 구조와 공급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둘째, 캘퍼스가 큐니티를 담은 시점은 분사 직후다. 분사 직후 주가가 저평가되는 '스핀오프 효과'에 주목한 전략으로 읽을 수 있으며, 이는 향후 국내 대기업 계열사 분리 상장 때 기관 자금 흐름을 예측하는 참고 틀이 될 수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엔비디아·TSMC 비중 확대…"기술주 집중은 글로벌 추세"


기술주 선호 흐름은 캘퍼스만의 현상이 아니다. 자산 규모 약 17600억 달러(2555조 원)로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금기금(GPFG)2024~2025년 연간 보고서에서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TSMC(대만반도체), 브로드컴의 보유 지분을 전년 대비 일제히 늘렸다고 밝혔다. GPFG2025년 주식 투자 수익률은 약 18%, 이 중 미국 기술주가 가장 큰 기여 요인이었다. 최고경영자(CEO) 니콜라이 탕겐은 "미국 기술주, 특히 AI 수요가 수익률을 견인했다"고 공식 석상에서 확인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공적 자금이 동시다발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AI 생태계에 대한 기관 자금의 구조적 수요는 단기 트렌드가 아닌 장기 흐름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캘퍼스는 200만 명이 넘는 캘리포니아 공무원의 노후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으로, 단기 수익보다 장기 성장성에 방점을 찍는 투자 원칙을 고수해왔다. 기술주 밸류에이션 부담과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동시에 상존하는 지금, '공룡 자금'이 반도체 공급망 전반으로 진격 속도를 높이는 것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동반자이자 경쟁자인 글로벌 생태계의 향후 판도를 예단할 중요한 단서가 된다. 증권가는 다른 대형 연기금들이 캘퍼스의 행보를 뒤따를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