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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배터리 280GWh 과잉 공급... K-배터리 ESS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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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배터리 280GWh 과잉 공급... K-배터리 ESS '정조준’

2026년 배터리 자급률 100% 돌파, 생산 능력 70GWh서 4배 폭증 전망
"전기차 대신 ESS" LG·삼성, 미 현지 라인 전격 전환해 점유율 30% 확보
중국산 소재 의존도 50% 시한폭탄... 공급망 다변화가 생존 핵심 분석
미국내 한국기업 자동차와 배터리 공장.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내 한국기업 자동차와 배터리 공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배터리 산업이 폭발적인 설비 확장을 거듭하며 오는 2026년에는 국내 수요를 훌쩍 넘어서는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을 등에 업은 제조원가 절감 효과가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며 미국 내 배터리 자급 체제를 완성하는 모양새다.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이 지난 4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내 배터리 생산 능력은 지난해 70GWh(기가와트시) 규모에서 올해 145G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오는 2026년 생산 능력이 280GWh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국내 수요의 100%를 충족하고도 남는 공급 과잉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 한파 뚫은 'ESS 유턴'... 미 현지 자급률 100% 시대 개막


미국 배터리 시장의 체질 변화는 전기차(EV) 수요 둔화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이라는 두 축이 맞물리며 가속화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하는 사이, 배터리 제조사들은 폭증하는 전력망용 에너지 저장 장치(ESS) 시장으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찾는 분위기다.

미국 에너지저장연합(US Energy Storage Coalition)의 노아 로버츠(Noah Roberts) 상임이사는 지난달 "미국은 이제 국내 에너지 저장 프로젝트 수요 전체를 미국산 시스템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의 임계점을 넘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오는 2026년 미국 내 신규 발전 설비 용량의 약 28%가 배터리 시설로 채워질 예정이어서, 생산 시설의 'ESS 전용화'는 더욱 빨라질 조짐이다.

K-배터리 3사 30조 원 베팅... "중국산 퇴출 빈자리 우리가 선점“


미국의 배터리 자립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주역은 한국기업들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내 설비 확충에 약 200억 달러(약 30조 원)를 투입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2% 수준이던 한국기업들의 미국 ESS 시장 점유율은 올해 최대 3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 14억 달러를 투입해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했으며, 올해 미국 내 생산 능력을 50GWh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역시 올 하반기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라인 중 일부를 ESS 전용으로 전환해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생긴 여유 라인을 ESS로 전환하는 것은 보조금 수혜와 실적 방어를 동시에 잡는 전략적 승부수"라고 평가했다.

공급망의 역설... 핵심 소재 50% 중국 의존은 여전한 리스크


장밋빛 전망의 이면에는 원자재와 중간재 부문의 높은 해외 의존도라는 '아킬레스건'이 자리 잡고 있다. S&P 글로벌(S&P Global)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21년 이후 배터리 부품 수입에 1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으며, 이 중 약 50%가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인 양극재와 음극재 등 중간 공급망 투자가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필수 소재 생산이 여전히 중국에 집중되어 있어 글로벌 공급망 보안에 심각한 위험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어 중국이 흑연 등 핵심 광물 수출을 통제할 경우, 미국 내 거대 공장들이 가동 중단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6년 미국 배터리 산업은 '공급 과잉'이라는 풍요 속에서 '공급망 다변화'라는 숙제를 동시에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기업들이 제조 역량을 넘어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광물 조달처를 얼마나 빠르게 다각화하느냐가 향후 북미 시장 패권의 향방을 가를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