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 美 무기 도입 70% 삭감안 제시... ‘억제’보다 ‘공존’에 무게
청리원-시진핑 베이징 회담서 "대만해협, 외부 세력 바둑판 안 돼" 선언
라이칭더 정부 안보 노선과 충돌... 동북아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 변수로
청리원-시진핑 베이징 회담서 "대만해협, 외부 세력 바둑판 안 돼" 선언
라이칭더 정부 안보 노선과 충돌... 동북아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 변수로
이미지 확대보기이는 라이칭더 정부의 국방력 강화 노선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으로, 동북아 안보 지형과 글로벌 공급망에 거대한 균열을 예고한다.
외신 매체 알자지라(Al Jazeera)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청리원(Cheng Li-wun) 국민당 대표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대만해협이 외부 세력의 바둑판이나 분쟁의 발화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
이번 만남은 2015년 이후 최고위급 정치적 접촉으로, 대만 야권이 ‘미국주도 안보 체제’에서 이탈해 실익 중심의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美 무기 예산 59조 원에 급제동... 안보 전략의 ‘하방 압력’
현재 대만 정치권의 최대 쟁점은 400억 달러(한화 약 59조 42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도입 특별 예산안이다. 국민당은 이 예산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며 입법회(국회)에서 수개월째 처리를 저지하고 있다.
대신 그 30% 수준인 120억 달러(한화 약 17조 8200억 원) 규모의 수정안을 제시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예산 삭감이 아닌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해석한다.
애틀랜틱 카운슬 원티성(Wen-ti Sung) 연구원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청 대표가 언급한 ‘전쟁 방지를 위한 제도적 마련’은 군사적 억제력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며 “사실상 미국의 무기 판매 정책에 강력한 제동을 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과거 2008년 국민당 집권기 당시의 실무적 화해 무드로 회귀하려는 포석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지정학적 긴장을 일시적으로 완화해 대만의 국가 신용도에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미·대만 안보 동맹에는 상당한 균열을 가져올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만인’ 정체성 강화와 중국의 ‘한 가족’ 프레임 충돌
시진핑 주석은 회담에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하며 혈연적 유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시 주석은 “대만 동포를 포함한 모든 민족이 중국의 역사를 함께 썼으며, 이는 지울 수 없는 혈연”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대만 내부 여론을 분열시켜 라이칭더 정부를 고립시키려는 ‘통일전선’ 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실제 대만 내부 민심은 중국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국립 정치대학교의 202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을 ‘대만인’이라고 규정한 응답자는 62%에 달해 1992년(17.6%)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자신을 ‘중국인’으로만 생각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했다.
국내 대만 전문 교수는 “국민당의 이번 행보는 보수층 지지 기반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측면이 크다”며 “젊은 세대의 강력한 ‘대만인’ 정체성과 국민당의 ‘친중적 화해’ 노선 사이의 괴리가 향후 대만 정국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반도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
대만해협의 긴장 변화는 한국 경제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에는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에 따른 물류 안정화라는 호재가 될 수 있다.
대만해협은 한국 해상 물동량의 핵심 항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대만이 미국의 ‘통합 억제’ 전략에서 이탈할 경우, 동북아 안보 부담이 한국과 일본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대만 야권의 군비 축소 주장이 현실화될 경우 미·중 갈등의 초점이 한반도로 옮겨올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앞으로 대만 입법회의 무기 예산 처리 과정과 이에 따른 미국의 반응을 면밀히 살펴 우리 기업들의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만의 이번 ‘베이징행’은 안보와 경제 사이의 줄타기에서 실익을 챙기려는 야권의 승부수이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중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