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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빙청, 브라질 2억 인구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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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빙청, 브라질 2억 인구 시장 정조준

트럼프 관세 직격탄…중국 소비브랜드, 미국 대신 남미로 투자 방향 전환
직접투자 42억 달러·교역 1710억 달러…공급망 현지화로 '뿌리 내리기' 가속
버블티·아이스크림 체인점 '미쉐빙청'.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버블티·아이스크림 체인점 '미쉐빙청'. 사진=연합뉴스
미국발 관세 전쟁이 중국 기업들의 세계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북미 시장이 사실상 봉쇄되자 시선이 남반구로 향했고, 그 종착지로 브라질이 떠올랐다. 이 흐름의 상징적 장면이 지난 11일(현지시각)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서 연출됐다.

중국 최대 음료 프랜차이즈 미쉐빙청(蜜雪冰城·MIXUE)이 남미 첫 매장문을 열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지난 12일(현지시각) 이를 보도했다.

단순한 매장 개점으로 읽으면 놓치는 것이 있다. 미쉐빙청의 브라질 행(行)은 매장 하나가 아니라 커피 원두·열대 과일 조달망을 현지에 이식하는 공급망 전략의 첫 단추다.

중국 소비브랜드들이 '수출'에서 '현지화'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전환점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왜 지금, 왜 브라질인가

미쉐빙청은 1997년 중국 허난성 정저우의 작은 빙수 가게에서 출발해 현재 전 세계 4만 75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요식업 최다 매장 기업으로 성장했다.

맥도날드(약 4만 3000개)와 스타벅스(약 4만 개)를 모두 제친 규모다. 음료 한 잔 가격이 4~6위안(약 870~1300원)에 불과한 극단적 저가 전략은 중국 내 경쟁이 격화되자 해외 신규 시장 개척을 또 다른 성장 전략으로 삼게 한 배경이 됐다.

해외 진출 방향이 중남미로 꺾인 데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시장이 사실상 봉쇄되자 2억 명이 넘는 소비 인구를 가진 브라질이 대체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중국-브라질 비즈니스 협회 자료를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2024년 브라질로 향한 중국 직접투자는 39개 사업에 걸쳐 42억 달러(약 6조 2500억 원)에 달했다. 불과 수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불어난 수치로, 브라질은 이 기간 세계 세 번째 중국 투자 수혜국 자리에 올랐다.
교역 규모도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중국-브라질 비즈니스 협회 집계를 인용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1710억 달러(약 254조 원)로 전년보다 8.2% 늘었다.

10년 전 양국 교역액이 600억 달러(약 89조 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0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경제 규모 면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 최대 교역 상대국 자리를 굳힌 지 오래다.

아이스크림 매장 뒤에 숨겨진 '공급망 이식' 전략


미쉐빙청 브라질 진출의 핵심은 매장이 아니라 원료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브라질 당국과 협약을 맺어 커피 원두와 열대 과일 등 현지 농산물을 3~5년 안에 최소 40억 위안(약 8700억 원) 어치 사들이겠다고 약속했다.

미쉐빙청 측과 파트너사들이 2030년까지 현지에서 2만 5000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쉐빙청은 이미 전 세계 6개 대륙 35개국에 원재료 구매 조달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브라질산 커피 원두는 이 조달망에 이미 편입돼 있다.

이런 구조는 단순히 원가 절감 차원이 아니다. 현지 농가와 장기 계약을 통해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브라질 여론에 '일자리와 소득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양수겸장(兩手兼掌) 구조다.

중국 식품 업계 전문가 주단펑(朱丹蓬)은 글로벌타임스에 "제품이나 마케팅 전략은 복제할 수 있고 가격 경쟁도 단기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공급망 구축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으며 수년에 걸친 투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쉐빙청만이 아니다. 중국 패스트패션 기업 쉐인(SHEIN)은 2026년까지 브라질 현지 공장 2000곳과 협력해 1억 5000만 달러(약 2230억 원)를 투자하고 패션 제조 일자리 10만 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창청자동차(長城汽車·GWM)는 지난해 상파울루주 이라세마폴리스에 남미 첫 완성차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공장은 연간 5만 대 생산 능력을 갖췄으며, 창청차는 이를 거점으로 멕시코·아르헨티나·칠레 등 중남미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소비재, 패션, 자동차를 아우르는 중국 기업들의 브라질 공세가 업종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양방향 교류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커피 체인 루킨커피(瑞幸咖啡)는 지난해 9월 광저우에 브라질 커피 테마 매장 1호점을 열었다. 브라질 농산물이 중국 소비자의 일상 깊숙이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중국 브랜드가 브라질 소비자의 생활권을 파고드는 맞물림 구조가 완성되고 있다.

브라질 광물 기업 발레(Vale)도 최근 산둥해운과 세계 최초 에탄올·메탄올 삼중 연료 선박 운항 계약을 체결하며 해운 분야로도 협력 반경을 넓혔다.

중국 사회과학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위에윈샤(岳云霞) 부소장은 신화통신에 "중국과 브라질의 경제·무역 협력은 단순한 상품 수출입에서 상업 투자로, 나아가 현지 공급망 구축으로 발전해 왔다"며 "공급망과 가치 사슬의 맞물림과 상호 보완성이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환영과 경계 사이…브라질의 엇갈린 시선


중국 기업들의 잰걸음에 브라질 내부의 시선은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브라질 정부는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며 중국 투자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위에 부소장이 신화통신에 밝힌 대로, 브라질로 진출하는 중국 신흥 소비 브랜드들은 젊은 소비층을 겨냥하고 가성비 높은 빠른 소비재에 집중하며 소자본 창업에 적합한 프랜차이즈 가맹 방식을 택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이런 특징이 라틴아메리카 시장 구조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브라질 정부가 중국 기업을 반기는 논리다.

반면 현지 산업계의 온도는 다르다. 브라질 산업계와 노동조합 단체들은 중국 기업이 낮은 관세 장벽을 이용해 수출하면서 충분한 현지 고용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브라질 정부는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높여 오는 7월에는 35%까지 올릴 예정이다.

브라질 전기차 시장에서 이미 현실화된 이 긴장이 소비재와 식음료 분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시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미쉐빙청이 동남아에서는 화교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뿌리를 내렸지만, 현지 소비자의 식습관 차이, 공급망 불안정, 매장 운영 역량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브랜드도 적지 않았다.

브라질은 동남아보다 지리적으로 훨씬 멀고 문화적 거리도 크다. 40억 위안(약 8700억 원) 규모의 농산물 구매 약속이 계약서 위 숫자로 그칠지, 브라질 농가의 실제 소득으로 전환될지가 현지 여론의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구조적 함의도 짚어볼 만하다. 미쉐빙청이 브라질 커피·과일 산지와 장기 조달 계약을 선점하면, 같은 시장을 두드리려는 후발 경쟁 브랜드들은 더 높은 원료 조달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공급망 선점이 곧 시장 진입 장벽이 되는 구조가 남미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진출' 다음 질문은 '정착'

미쉐빙청의 상파울루 1호점은 트럼프 관세 충격이 빚어낸 중국 기업들의 남하(南下) 행렬에서 가장 선명한 깃발이다.

직접투자 42억 달러(약 6조 2490억 원), 교역액 1710억 달러(약 254조 원)라는 숫자는 이미 양국 경제의 무게 중심이 얼마나 빠르게 이동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깃발을 꽂는 것과 진지를 구축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브라질 진출에 나선 중국 기업들 앞에는 두 개의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약속한 일자리와 원료 구매가 실제로 이행되느냐는 신뢰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현지 문화와 소비 습관에 제품과 서비스를 얼마나 깊이 맞춰낼 수 있느냐는 적응의 문제다.

중국 기업들이 브라질에서 '팔고 떠나는 장사꾼'이 아닌 '함께 사는 이웃'으로 자리잡을 수 있느냐는, 바로 이 두 시험의 답안지에 달려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