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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가격, 美 해군 이란 선박 나포에 두 달 최고치서 급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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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가격, 美 해군 이란 선박 나포에 두 달 최고치서 급반전

종전 협상 불투명해지자 비철금속 1.1% 급락… 에너지쇼크 장기화 땐 글로벌 제조업 타격
알루미늄만 '나홀로 강세'… 중동 제련소 피격·폐쇄로 공급 절벽 현실화
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던 구리 가격이 전쟁 직전 종가를 회복한 직후 하락 전환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던 구리 가격이 전쟁 직전 종가를 회복한 직후 하락 전환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휴전 협상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든 가운데, 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던 구리 가격이 전쟁 직전 종가를 회복한 직후 하락 전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각)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스프루언스함이 오만만에서 이란 국적 화물선 투스카호를 나포하자 아시아 시장 조기 거래에서 구리 가격이 한때 1.1%까지 밀렸으며, 아연·납 등 주요 비철금속도 동반 약세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분쟁이 8주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원자재 시장은 또 한번 지정학적 충격에 휩쓸렸다.

전쟁 직전 종가 회복 하루 만에 무너진 구리


싱가포르 시간 오전 9시 26분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1만 3296달러 50센트(약 1960만 원)로 0.4% 하락하며 거래됐다.

구리는 전날까지 4주간 약 11% 오르며 전쟁 개전 직전인 2월 27일 종가 1만 3343달러 50센트(약 1967만 원)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회복했던 터라, 이번 나포 사건이 불러온 하락 전환의 충격은 더욱 컸다.

미 해군의 화물선 나포 소식을 전한 NPR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USS 스프루언스함이 오만만에서 이란 국적 투스카호를 나포했다고 직접 밝혔다.

이 사건은 미·이란 양측이 2차 종전 협상 일정을 조율하던 시점에 터진 것이어서 시장에 특히 큰 충격을 줬다.

골드만삭스의 오렐리아 월텀 등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7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기본 시나리오보다 더 오래 막혀 에너지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단기 하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협이 장기 봉쇄 국면으로 굳어지면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제조업 활동이 위축돼 산업용 금속 수요 전반이 쪼그라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경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4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3.1%로 상정했는데, 이는 지난 1월 발표치보다 최대 1.3%포인트 낮춘 것이다.

루미늄만 '역주행'… 제련소 피격이 공급 절벽 만들다

같은 날 알루미늄은 다른 비철금속과 달리 한때 0.8% 오르며 강세를 이어갔다. 공급 충격의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맥쿼리그룹의 원자재 전략가 조이스 리는 CNBC에 "이번 공격 이전 기준 시나리오에서도 걸프 지역 알루미늄 생산 가동률이 약 20% 삭감될 것으로 봤는데, 이는 2026년 연간 기준 약 80만~90만 t의 생산 손실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위키피디아에 공개된 EGA 자료에 따르면, 3월 28일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아부다비 알 타웨일라 생산 기지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으며, EGA의 핵심 두 생산 시설인 두바이 알루미늄(DUBAL)과 에미리트 알루미늄(EMAL)의 합산 생산 능력은 연간 234만 t에 이른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 13일 톤당 3547달러 50센트(약 523만 원)로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S&P글로벌 에너지의 알루미늄 리서치 애널리스트인 에이프릴 케이 소리아노는 "이번 공격은 글로벌 알루미늄 시장에 충격파를 보냈으며, 만약 피해가 장기화된다면 공급 타이트 예상이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포 사건' 이후 갈림길에 선 금속 시장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종전 협상 타결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27일부터 나흘간 예정된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미국 국빈 방문 전까지 이란과 합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투스카호 나포 사건으로 협상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다.

증권가에서는 "전쟁 이후 원자재 시장은 산업 수요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보다 실물 수요가 뒷받침되는 비철금속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분쟁이 마무리되면 구리·알루미늄 등 비철금속으로 순환매가 이동하는 사이클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이란군이 미국의 호르무즈 봉쇄에 맞서 홍해 봉쇄 카드까지 꺼내 든 상황이어서, 구리 시장의 방향은 결국 종전 협상 테이블의 결과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