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흘리면 '간첩죄' 준해 엄벌… '공급망 병기화' 공포 현실로
반도체·디지털 데이터까지 촘촘한 감시… 韓 기업, 현지 공급망 리스크 끝까지 챙겨야
반도체·디지털 데이터까지 촘촘한 감시… 韓 기업, 현지 공급망 리스크 끝까지 챙겨야
이미지 확대보기디지타임스(Digitimes)는 23일(현지시각) 중국 당국이 최근 희토류 관련 기밀 정보를 해외로 유출한 자국 기업 임원에게 징역 11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상업적 기밀 유출을 넘어, 국가 전략 자원을 둘러싼 '공급망 전쟁'에서 자국 이익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조치다. 이번 사건은 중국 내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 특히 한국 기업에 향후 보안 규제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희토류·반도체… '국가 안보 자산'으로 묶인 산업 생태계
이번 사건의 핵심은 중국이 희토류와 같은 전략 자원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국가 안보 자산'으로 다룬다는 점에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이번 재판에서 해당 기업 부총경리가 해외 비철금속 업체의 금전적 유혹에 넘어가 희토류 비축량, 가격, 재고 종류 등 7개 범주의 기밀을 넘긴 사실을 적시했다. 법원은 이를 단순히 기업 내 비위로 보지 않고, 국가 기밀을 외부에 불법으로 제공한 '간첩 행위'에 준해 엄벌했다.
중국의 칼끝은 비단 희토류에 머물지 않는다. 반도체와 디지털 데이터 분야로도 빠르게 확산한다. 반도체 설계 도면과 핵심 공정 기술을 가지고 이직하는 엔지니어들에 대한 감시망이 촘촘해졌고,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불법 수집하는 행위 또한 '조직적 데이터 탈취'로 분류해 형사 처벌한다. 중국은 이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적 보안을 아우르는 '통합 보안 체계'를 구축했다. 중국 내 공급망에 의존하는 기업이라면, 기존의 보안 관리 수준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시대를 맞이했다.
회색 지대 사라진다…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
중국의 규제 강화는 그동안 이어져 온 '회색 지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고순도 희토류를 저가 금속 분말로 위장하거나, 일반 소비재에 섞어 밀수하는 방식이 암암리에 통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중국 당국은 공급망 전반에 걸쳐 추적 시스템을 강화하고, 서버와 산업 제어 장비에 대한 코드 감사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반도체·배터리·소재 기업에 치명적인 변수가 된다. 중국 내 공장이나 파트너사를 통해 핵심 기술이 유출될 경우, 단순한 벌금형이 아닌 경영진의 신변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이제 중국 현지 사업장은 '비즈니스 공간'이자 '보안 최전선'이다.
지금 당장 챙겨야 할 3가지 체크리스트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된 지금, 기업과 투자자는 다음의 세 가지 지표를 즉각 점검해야 한다.
첫째, 중국 내 데이터 흐름의 완전 분리다. 현지에서 생성된 기술 데이터와 한국 본사의 데이터가 공유되는 서버와 네트워크를 물리적으로 분리했야 한다.
둘째, 핵심 인력 보안 프로토콜 마련과 준수다. 중국 법인의 핵심 인력과 이직 예정자에 대한 정보 접근 권한을 최소화하고, 주기적인 보안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
셋째, 공급망 추적성 확보다. 제품의 원재료 조달부터 제조, 유통, 폐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기록하여 이력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특히 디지털 워터마크나 블록체인 등 최신 공급망 추적 기술 도입을 통해 원재료의 출처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중국 현지 조달 원자재의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규제 대상 리스트에 포함된 경로를 통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중국은 이제 '자원'을 경제적 수단을 넘어, 글로벌 패권 경쟁의 지렛대로 완벽히 재편했다. 중국 내 사업을 유지하려는 기업은 이제 '시장성'보다 '안전성'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보안을 비용이 아닌, 사업을 존속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입장료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기업은 언제든 중국 당국이 쳐놓은 '안보 그물망'에 걸려들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