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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중 1명 죽는다"… 미군이 '분말 혈액'에 4640만 달러 베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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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중 1명 죽는다"… 미군이 '분말 혈액'에 4640만 달러 베팅한 이유

전장서 ‘골든 아워’ 무너지면 혈액 없어 못 살린다… DARPA, 2029년 실전 배치 목표 승부수
동물실험 통과한 분말 전혈 대체물, 제조·FDA·비용 3중 벽 넘어야 진짜 무기 된다
하루 최대 1000명이 부상을 입는 고강도 전쟁이 터진다고 가정해 보자. 부상자 4명 중 1명은 혈액 부족으로 사망한다. 이것이 미 공군 퇴역 대령 출신 외과 전문의 제러미 W. 캐넌이 지난해 미 의회 청문회에서 내놓은 경고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하루 최대 1000명이 부상을 입는 고강도 전쟁이 터진다고 가정해 보자. 부상자 4명 중 1명은 혈액 부족으로 사망한다. 이것이 미 공군 퇴역 대령 출신 외과 전문의 제러미 W. 캐넌이 지난해 미 의회 청문회에서 내놓은 경고다. 이미지=제미나이3
하루 최대 1000명이 부상을 입는 고강도 전쟁이 터진다고 가정해 보자. 부상자 4명 중 1명은 혈액 부족으로 사망한다. 이것이 미 공군 퇴역 대령 출신 외과 전문의 제러미 W. 캐넌이 지난해 미 의회 청문회에서 내놓은 경고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1(현지시각)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분말 혈액'이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입증했으며, 상용화 파트너 모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목표 시한은 2029년이다.

4640만 달러 컨소시엄… 혈소판·적혈구·혈장을 가루 한 봉지에


DARPA2023년 발족시킨 FSHARP(생체인공 소생 제품을 이용한 현장 배치 가능 출혈 해결책) 프로그램의 총 투자액은 4640만 달러(685억 원). 메릴랜드대학교 볼티모어캠퍼스(UMB)가 주관하고,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오하이오주립대·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Haima 테라퓨틱스·KaloCyte·텔레플렉스 등 10개 이상의 대학·기업이 참여하는 대형 컨소시엄이다.

개발 중인 제품의 구조는 이중 챔버 백(dual-chamber bag)이다. 혈소판 기능을 모방한 합성 지혈제, 산소 운반 기능을 대체하는 적혈구 대체물, 혈장 성분을 모두 동결건조해 분말로 압축한 뒤, 현장에서 멸균수와 혼합하면 즉시 투여 가능한 전혈 대체물이 된다. DARPA의 프로그램 책임자 로버트 머레이 해군 중령은 "페트리 접시에서, 이제 동물에서도 성공했다""이 정도 성과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존 동결 건조 혈장이 응고 기능만 담당하는 부분 대체물에 그쳤다면, FSHARP가 겨냥하는 것은 전혈(whole blood)에 준하는 완전 기능 대체다. 현장에서 성분을 따로 섞는 방식보다 전혈 형태가 속도와 효과 모두 앞선다는 임상적 판단이 깔려 있다.

태평양 전장 시나리오가 바꾼 군 의료 전략


테러와의 전쟁 20년간 미군은 제공권을 쥔 채 싸웠다. 부상병은 대부분 '골든 아워(60)' 안에 헬기로 후방 병원으로 이송됐고, 혈액 부족이 핵심 사망 원인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군의 전략 중심이 중국과의 경쟁을 상정한 태평양으로 이동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산재한 도서 지형, 장거리 보급선, 중국군의 접근 거부·지역 거부(A2/AD) 전략은 신속 후송 자체를 봉쇄한다.

머레이 중령은 "평화시 태세의 함정에 빠지고 있다"고 직접 표현했다. 전쟁이 없을 때는 헌혈·냉장 보관 체계가 유지되지만, 대규모 사상자가 하루에 쏟아지면 기존 혈액 공급망은 즉시 붕괴한다. 미국 적십자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초마다 한 명이 수혈을 필요로 한다. 고강도 전쟁이 터지면 수요는 하룻밤 새 수직으로 치솟는다.

제조·FDA·경제성… 기술보다 더 높은 세 겹의 벽


동물실험 성공은 출발점일 뿐이다. 전장 배치까지 넘어야 할 장벽은 세 가지다.

첫째, 대량생산 인프라다. 이중 챔버 백을 수백만 개 단위로 찍어낼 전용 공장이 지금은 없다. 기존 제약 생산 설비를 전용하기도 어려운 특수 공정이어서 산업 공급망을 사실상 백지 상태에서 구축해야 한다.

둘째, 경제성이다. 머레이 중령은 "합성 혈액으로 돈을 벌기는 어렵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미국 병원의 혈액 제제 수가는 낮게 책정돼 있어 제조사가 수백억 원대 설비 투자를 결행할 재무적 유인이 없다. 매출이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가 없고, 제품이 없으면 시장도 없는 닭-달걀 딜레마다.

셋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다. 인체 임상 시험과 대규모 서류 작업을 거쳐야 하는 이 절차는 통상 수년에 수억 달러가 소요된다. 2029년이라는 목표 시한 자체가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다만 완화 요인도 있다. 민간 응급의료 시장에서 먼저 상용화에 성공하면, 거기서 확보한 규제 경로와 생산 기반이 군용 도입 일정을 앞당기는 '피드백 루프'로 작동할 수 있다. 미국에서 연간 약 2만 명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과다출혈로 숨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민간 수요 자체가 작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군과 방산업체가 주목해야 할 이유


한반도 전장 환경은 FSHARP가 설계 기준으로 삼은 태평양 도서 시나리오와 구조가 닮았다. 산악 지형, 도심 복합 교전, 장거리 보급 차단 가능성 모두 신속 후송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국군의학연구소를 축으로 한 기술 협력 참여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동결건조 공정·이중 챔버 백 소재 분야에서 국내 바이오·방산 기업의 공급망 진입 기회도 점쳐진다.

2029년까지 남은 시간은 3년이다. 생물학적 혁신이 경제와 규제라는 현실 벽을 넘을 수 있는지를 가늠할 신호는 세 가지다. DARPA의 민간 파트너 계약 체결 시기 ②FDA 가속 심사 지정 여부 ③파일럿 공장 착공 발표. 이 세 신호가 2027년 안에 켜지지 않으면, 분말 혈액의 전장 데뷔는 다음 10년으로 밀릴 수 있다. 전쟁 의학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는 뚜렷하다. 문제는 그 판이 바뀌는 속도가 전쟁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