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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세븐 타이탄’의 굴욕… AI 호황 삼킨 디플레이션에 시총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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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세븐 타이탄’의 굴욕… AI 호황 삼킨 디플레이션에 시총 폭락

‘美 M7 대항마’ 무색… 내수 부진·치킨게임에 BYD 4년 만에 첫 순이익 감소
글로벌 자금, 中 대신 日·韓·臺 이동… 로듐그룹 “신산업 GDP 기여도 6% 불과”
‘실속 없는 과열’ 캄브리콘 PER 140배 속출… “실질적 매출·기술 증명해야 생존”
딥시크가 부상한 이후 중국 기술 대기업들이 기록한 성장세의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딥시크가 부상한 이후 중국 기술 대기업들이 기록한 성장세의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열풍을 타고 미국 빅테크를 위협하던 중국 기술 대기업들이 극심한 내수 침체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박에 짓눌려 주가 폭락 사태를 맞이했다.

장기화된 저가 치킨게임으로 마진이 바닥나면서, 한때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AI 랠리의 이익을 고스란히 반납하는 모양새다.

23일(현지시각) 홍콩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 텐센트, 비야디(BYD), 샤오미, JD.com, 넷이즈, SMIC 등 중국을 대표하는 이른바 ‘세븐 타이탄(Seven Titans)’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글로벌 자본의 이탈로 크게 위축됐다.

지난 2025년 초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이 미국의 ‘매그니피센트 세븐(M7)’에 대응하기 위해 명명한 이들 7개 기업의 총 시가총액은 20일 기준 약 1조 3,000억 달러(약 1,950조 원)에 머물렀다.
2025년 한때 고점 대비 70% 이상 폭증했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지난해 초 수준과 비교해 겨우 20% 성장한 수치다. 동기간 폭발적인 랠리를 이어간 미국 M7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주가 가라앉는 ‘세븐 타이탄’… 내수 부진이 발목 잡았다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이 중국 기술주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뼈아픈 내수 수요 부족이다. 시장의 파이가 제한되자 기업들은 출혈 경쟁에 돌입했고, 이는 곧장 어닝 쇼크로 이어졌다.

BYD(비야디)의 전기차 수출은 견조했으나, 중국 내수 시장의 극심한 가격 전쟁 여파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전년 대비 19% 감소한 326억 위안에 그쳤다. BYD의 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4년 만에 처음이다. 시가총액 상승률 역시 한때 70%에서 최근 30%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텐센트 홀딩스는 올해 1월 이후 주가가 30% 가까이 빠졌다. 대규모로 쏟아붓고 있는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기업의 이익으로 회수될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한 의구심이 반영됐다.

알리바바 그룹은 내수 커머스 정체로 인해 4년 만에 첫 순이익 감소를 겪으며 주가가 올해 초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메이투안(배달 플랫폼)은 세븐 타이탄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내수 경쟁 심화로 연간 233억 위안의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했다.

홍콩 현지의 외산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중국 주식이 아무리 저평가되어 매력적이라고 설득해도 씨가 먹히지 않는다”며 “자본들은 이미 AI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이자 실질적 실적이 나오는 한국, 대만, 일본 주식으로 완벽히 이동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통 산업 빈자리 메우기엔 역부족… 신흥 산업 비중 고작 6%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AI 관련 산업 규모를 10조 위안(한화 약 2,230조 원)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5개년 과학기술 진흥책을 발표했으나, 시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미국 싱크탱크 로듐그룹(Rhodium Group)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전기차·AI·로봇공학 등 중국이 밀고 있는 신흥 첨단 산업의 GDP 기여도는 2025년 기준 단 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침체를 겪고 있는 부동산, 건설, 가솔린 차량 등 전통 산업의 GDP 기여도는 2023년 이후 6%포인트 감소했음에도 여전히 17%라는 거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즉, 첨단 기술 산업이 무너지는 부동산 경기 등 전통 경제 부문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덩치가 너무 작다는 진단이다.

‘연산 개념주’ 쏠림 현상… PER 140배 캄브리콘 과열 주의보


주류 기술주들이 정체되자 투기성 자금은 엔비디아 공급망이나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관련된 일부 ‘연산 개념주(Computing Concept Stocks)’로 쏠리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빅토리 자이언트 테크는 엔비디아에 인쇄회로기판(PCB)을 공급한다는 호재로 2025년 초 이후 시가총액이 9배 폭등했다.

폭스콘 인더스트리얼 인터넷(FII)는 서버 제조 부각으로 동기간 시가총액이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중국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AI 칩 설계사 캄브리콘 테크놀로지스(Cambricon Technologies)는 시장 과열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 회사의 연간 순이익은 20억 위안 수준에 불과하지만 시가총액은 무려 8,100억 위안에 달해,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R)이 140배를 돌파하는 극단적인 고평가 영역에 진입했다.

실제로 최근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일부 고성능 칩에 대한 대중국 수출 제한을 완화할 수 있다는 루머가 돌자, 경쟁 심화 우려만으로 사흘간 주가가 10% 급락하는 등 펀더멘털이 아닌 ‘정책 기대감’에만 주가가 춤을 추는 취약성을 드러냈다.

게리 응(Gary Ng) 내티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첨단 기술주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글로벌 자금을 다시 유인하기 위해서는 실체 없는 내러티브나 정책 기대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재무제표상으로 명확한 매출 성장 전망을 입증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 혁신의 증거를 눈으로 보여주는 기업만이 차기 랠리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