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한마디에 마벨 33% 폭등… 펀더멘털 누른 모멘텀 추종 매매 기승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상" 빅테크 설비투자 통제 시 공급망 급락 우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상" 빅테크 설비투자 통제 시 공급망 급락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뉴욕 증시가 인공지능(AI) 시장의 소외 공포증(FOMO)으로 극심한 과열 양상을 보인다.
배런스(Barron’s)는 지난 2일(현지시각) 인공지능 수요 기대감이 기업의 실질 가치를 앞지르면서 주가 변동성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실적 전망치에 과도한 프리미엄이 붙은 만큼, 주요 빅테크의 자본 지출이 둔화하는 신호가 포착되면 하드웨어 공급망 전반이 가파른 조정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젠슨 황 말 한마디에 33% 폭등… 단순 광기인가 일부 합리성인가
반도체 설계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MRVL) 주가는 2일 뉴욕 증시에서 하루 만에 32.52% 폭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번 폭등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당일 "마벨은 다음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521조 원)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직후 발생했다. 마벨 주가는 이번 폭등 전까지 이미 올해 들어서만 158% 급등한 상태였다. 특정 기업 경영자의 발언 하나로 대형 기술주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수십조 원 흔들리는 현상은 현재 시장이 철저한 모멘텀 추종 매매에 갇혀 있음을 증명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내 트래픽 폭증으로 네트워크 병목이 새로운 병목 구간으로 부상하면서, 컴퓨팅 중심에서 인터커넥트 중심으로 가치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시장은 브로드컴 대비 상대적으로 낮았던 마벨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메우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수석전략가는 배런스 인터뷰에서 "수직 상승에 가까운 주가 움직임은 기업 전망에 대한 냉정한 가치 평가가 아니라 추격 매수세가 결합한 투기적 신호"라고 진단했다. 기업이 제시하는 미래 실적 지침(가이드라인)이 시장에서 과도한 보상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깜짝 실적을 발표한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 역시 주가가 18.0% 뛰어올랐으나, 이미 연초 대비 주가가 급등했던 터라 고점 부담이 커졌다.
소프트웨어·에너지로 번진 투기 열풍… 단계별 공급망 연쇄 급락 리스크
투기성 자금은 반도체 하드웨어를 넘어 인공지능 생태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젠슨 황 CEO가 소프트웨어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낙관하자 그간 대체 가능성 우려로 폭락했던 소프트웨어 업종이 일제히 반등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저장 장치 기업 플루언스 에너지는 엔비디아와 협력한다는 소식에 하루 만에 44% 폭등했으며, 지난달 상장한 인공지능 칩 기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BRS)는 첫날 68% 치솟았다. 소스닉 수석전략가는 이를 "유람선 승객들이 경치를 보려 한쪽으로 동시에 몰려들었다가 반대편으로 다시 뛰어가는 현상"에 비유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시나리오는 인공지능 하드웨어의 최대 구매처인 거대 정보통신(IT) 기업들의 지출 축소다.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가 둔화하면 리스크는 하드웨어 공급망 전체로 단계별 전이된다. 1단계로 엔비디아의 핵심 그래픽처리장치(GPU) 주문이 감소하며 리드타임(출고 대기시간)이 축소되고, 2단계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문 조정이 단행된다. 이어 3단계로 범용 디램(DRAM)과 낸드플래시 가격으로 하락세가 전이되며, 마지막 4단계에서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들이 후행 충격을 맞는 구조적 체인 리스크가 작동하게 된다.
"국내 반도체 공급망 타격 우려"… 상반된 시장의 시각
업계에 따르면, 월가 일각의 거품 경고와 달리 제조 현장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북미 거대 정보통신 기업들의 주문량은 3분기까지 전량 예약이 완료된 상태이며, 아직 발주 취소나 지연 신호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빅테크의 인공지능 관련 설비투자는 매출 대비 비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반면, 인공지능 서비스의 실제 매출 기여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승자독식을 위한 '선투자 치킨게임' 성격이 강하다. 단,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와 고대역폭메모리는 실리콘관통전극(TSV) 및 첨단 패키징 공정의 병목으로 인해 여전히 구조적 공급 제약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단기 수요 조정이 일어나더라도 곧바로 급격한 가격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팽팽히 맞선다.
지금 반도체 들고 있다면 꼭 봐야 할 3대 체크포인트
인공지능 시장의 소외 공포증이 만드는 화려한 랠리 뒤에는 공급망 연쇄 조정이라는 리스크가 공존한다. 투자자들이 감정적 추격 매수를 자제하고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해 위험을 관리하려면 다음 세 가지 핵심 지표의 정량적 임계점을 상시 추적해야 한다.
첫째, 거대 정보통신 기업 설비투자(CAPEX) 증가율 10% 이하 급락은 명확한 경고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거대 정보통신 기업들의 전년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이 기존 +40% 대에서 +10% 이하로 가파르게 둔화하는 조건이 성립되면 전방 수요의 엔진이 꺼진다는 강력한 경고 신호다. 특히 증가율 둔화를 넘어 절대 투자 규모가 감소로 전환될 경우 하방 압력은 훨씬 가속화된다.
둘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기별 단가의 전분기 대비(QoQ) 첫 역성장 여부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의 분기별 단가가 직전 분기 대비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 전환하는 조건이 발생하면, 이는 시장의 수요 피크아웃과 공급 과잉 진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신호다.
셋째, S&P 500 IT 업종 주가수익비율(PER) 28~30배 구간 상회도 위기 신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정보기술 업종의 주가수익비율이 과거 10년 평균에 표준편차 2배를 더한 역사적 상단인 28~30배 구간을 돌파하는 조건이 충족되면 과열 신호이므로 기술적 조정을 염두에 두고 비중을 낮춰야 한다.
이번 랠리는 절대 수요가 아니라 ‘증가 속도’에 베팅된 시장이며, 속도가 꺾이는 순간 밸류에이션은 가장 먼저 되돌려진다. 투자자들이 감정적 추격 매수를 자제하고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해 포트폴리오 위험을 분산해야 하는 이유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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