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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부 주도 ‘보조금 기계’, 세계 자유시장 자본주의 근간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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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부 주도 ‘보조금 기계’, 세계 자유시장 자본주의 근간을 바꾸다

서방보다 최대 8배 많은 국가 보조금 투입… 글로벌 반도체·태양광 패널 점유율 60% 독식
中 반도체 IC 수출 4개월간 83.7% 폭증… YMTC·CXMT 글로벌 메모리 시장 지각변동
태양광 연간 1,200GW 과잉 공급에 전 세계 패널 가격 90% 폭락… 中 기업도 ‘적자 늪’ 내홍
중국 정부가 국가 주도로 가동해 온 이른바 보조금 기계(Subsidy Machine)가 글로벌 자본주의 시장의 질서와 규칙을 송두리째 재편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정부가 국가 주도로 가동해 온 이른바 보조금 기계(Subsidy Machine)가 글로벌 자본주의 시장의 질서와 규칙을 송두리째 재편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코로나19 팬데믹과 이란 전쟁 등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리스크가 공급망의 치명적인 취약점을 노출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국가 주도로 가동해 온 이른바 ‘보조금 기계(Subsidy Machine)’가 글로벌 자본주의 시장의 질서와 규칙을 송두리째 재편하고 있다.

반도체, 중요 광물, 재생에너지 등 전략산업의 패권을 쥐기 위한 전 세계 정부의 보조금 지출액이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으나, 서방의 자본 시스템이 중국의 정교한 국가 자본주의 전략을 압도하지 못하면서 전 세계는 미증유의 통상 전쟁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9일(현지시각) 미국 에너지·원자재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의 알렉스 키마니(Alex Kimani) 수석 분석가 리포트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신 통상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정부가 자국 공급망 확보와 제조업 보호를 위해 15개 핵심 산업 부문에 쏟아 부은 보조금 총액은 1,080억 달러(약 164조 원)로 급증했다.

이는 해당 기업들 매출의 평균 1.3%에 달하는 규모로, 지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그러나 이 보조금 경쟁의 판도를 지배하는 것은 단연 중국이다.

서방보다 최대 8배 많은 보조금 융단폭격… 반도체 IC 수출 83.7% 폭증


OECD 조사 결과, 중국은 지난 20년간 전략산업 부문 자국 기업들에게 OECD 국가 경쟁사들보다 최소 3배에서 최대 8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의 국가 원조를 제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직접적인 현금 보조금은 물론, 국영 은행을 통한 시장금리 이하의 초저리 대출(덤핑 금융)이 포함됐다.

OECD는 지난 20년간 중국 기업들이 거둔 글로벌 시장 점유율 상승분의 약 60%가 이 같은 정부의 인위적인 원조 덕분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의 동종 기업들이 매출액의 단 0.3% 수준의 보조금을 받는 동안, 중국 기업들은 평균 2.5%에 달하는 정부 혜택을 누려왔다.

이 같은 격차는 반도체 부문에서 가장 극명하게 갈린다.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매출의 약 2%를 정부 지원에 의존할 때, 중국 반도체 진영은 매출의 무려 10%에 육박하는 보조금을 상시 수령해 왔다.

특히 베이징 당국이 지난 2024년 설립한 475억 달러 규모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빅펀드 3기)’는 첨단 논리 및 메모리 반도체 공장 증설에 자금을 무차별 수혈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1~4월 중국의 집적회로(IC)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3.7%라는 가공할 만한 폭발적 수직 상승을 기록하며 1,035억 달러를 달성, 자급자족 역량의 대폭적인 확장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이 같은 자본의 힘을 바탕으로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글로벌 리더인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스(YMTC)와 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CXMT)는 빠르게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잠식 중이며, 추가 설비 자금 조달을 위해 대규모 기업공개(IPO) 상장을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YMTC는 조만간 낸드(NAND) 플래시 시장에서 한국 거두들에 이어 세계 3위 생산 업체로 등극할 태세다.

미국의 가혹한 장비 수출 통제 빗장 속에서도 중국 엔지니어들은 반도체 자립의 최종 관문으로 꼽히는 ‘첨단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의 작동 시제품을 개발해 2028~2030년 완전 국산화 목표를 정조준했으며, 화웨이(Huawei) 등은 물리적 공정 소형화 한계를 깨기 위해 신개념 ‘논리 폴딩(Logic Folding)’ 반도체 아키텍처를 개척하며 기술 안보 펜스를 다지고 있다.

연 1,200GW 태양광 덤핑의 그늘… 패널 가격 90% 폭락이 불러온 재정 위기


태양광 부문 역시 국가 자금의 무한 수혈 속에 공급망 전체의 80% 이상을 중국 진영이 완벽히 장악했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매출의 약 3.2%에 달하는 보조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단기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공장을 증설해 왔으며, 현재 중국의 연간 태양광 제조 용량은 전 세계 설치 수요의 두 배에 달하는 1,200기가와트(GW)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한 보조금 드라이브는 심각한 글로벌 과잉 공급을 부추겨 국제 가격을 인위적으로 파괴하는 부메랑이 됐다. 지난 15년간 글로벌 태양광 패널 평균 판매 가격은 무려 90%나 폭락했으며, 이로 인해 시장의 정상적인 민간 혁신 기업들이 고사하는 생태계 교란이 유발됐다.

더욱이 이 같은 공격적 과잉 용량은 중국 기업들 스스로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가격 인하 치킨게임으로 인해 아프리카로의 모듈 수출이 176% 폭증하는 등 신흥 시장 배치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으나, 정작 중국 내 태양광 기업들은 심각한 수익성 악화와 재정 위기, 손익분기점 이하 판매 압박에 직면해 대대적인 강제 구조조정 및 국내 기업 통합이라는 내홍을 겪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당국은 시장 균형을 위해 태양광 제품에 주던 9%의 부가가치세(VAT) 수출 환급 제도를 전격 인하 및 완전히 폐지했으며,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의 수출세 환급률 역시 9%에서 6%로 대폭 축소해 오는 2027년까지 전면 폐지하기로 확정하는 등 지원 축소 펜스를 치기 시작했다.

“관세 장벽은 국경 이동 늦출 뿐”… 서방 자본주의, 근본적 선택 직면


이에 대응해 서방 경제권은 가혹한 보호무역주의 관세 폭탄과 맞춤형 보조금 인센티브로 보복 전선을 구축하고 나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태양전지 및 모듈에 대해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철강, 알루미늄, 첨단 배터리에 대한 강력한 제재 빗장을 걸어 잠갔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EV)에 대해서는 미국 시장 진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100%의 징벌적 관세 폭탄을 확정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역시 기존 10%의 자동차 기본 수입세에 더해, 중국산 순수전기차(BEV)에 최대 35.3%의 최종 상계 관세를 추가로 도입해 향후 5년간 유효하도록 규제 장벽을 높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서방의 관세 장벽이 중국산 제품의 국경 이동 속도를 일시적으로 늦출 수는 있어도, 이미 구축된 압도적인 비용 경쟁력과 자본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수십 년간 서구 선진 경제권은 민간 자본의 효율성, 비교우위 법칙, 그리고 개방된 자유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산업의 승자를 결정할 것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가정을 맹신해 왔다.

반면 중국은 막대한 장기 국가 자본(인내심 있는 자본), 정부 주도의 저렴한 대출 펀딩, 철저히 보호된 거대한 국내 시장, 그리고 장기적인 거시 전략 기획력을 결합해 이른바 '국가 챔피언(National Champions)' 기업들을 집요하게 육성해 냈다.

미·중 통상 전쟁의 화염 속에 서방의 최대 경제국들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중국과 똑같은 방식으로 국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해 보조금 기계를 돌릴 것인가, 아니면 국가 안보의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자유롭게 운영되는 민간 시장 시스템의 힘을 끝까지 신뢰할 것인가에 대한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불편하고도 치명적인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