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철도 역사상 최악의 공기 지연, 설계 완료 전 시공 강행이 부른 재앙
총비용 110억 유로→후속사업 포함 250억 유로…누가 책임지나
6월 독일철도 기자회견 앞두고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지사 "수치스럽다"
총비용 110억 유로→후속사업 포함 250억 유로…누가 책임지나
6월 독일철도 기자회견 앞두고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지사 "수치스럽다"
이미지 확대보기독일의 초대형 철도 사업 '슈투트가르트 21'이 케이블 1000㎞ 이상 오설치라는 황당한 실책으로 개통 시점이 2031년 말로 또다시 연기됐다.
독일 공영방송 남서부방송(SWR)이 지난 9일(현지시각)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하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도 같은 날 프로젝트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2031년 말 개통이라고 확인했다.
2009년 자금 조달 협약 당시 2019년 개통을 목표로 출발한 이 사업은 12년이나 더 늦어지게 됐다.
"설계 끝나기도 전에 케이블 묻었다"
SWR 취재 결과 오설치 케이블 규모는 1000㎞를 웃돌며, 그 대부분을 교체해야 운행이 가능한 상태다. 독일 언론 타게스슈피겔도 케이블 문제 외에 비상 전원 공급 설비 결함과 승강장 시공 하자가 겹쳐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 원인은 공기(工期) 단축 압박이었다. SWR에 따르면 독일 철도(도이체반)는 설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발주했다. 당시 도이체반은 구간 운행 중단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둘러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결정이 오히려 더 긴 지연을 불러왔다.
기술적으로도 예기치 못한 변수가 터졌다. 4년 전 도이체반은 슈투트가르트 외곽 노선을 오가는 화물 열차가 디지털 신호 체계인 유럽 열차 제어 시스템(ETCS)과 호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SWR 보도에 따르면 화물 구간에 디지털·아날로그 이중 신호 설비를 추가로 설치하는 데만 4500만 유로(약 792억 원)가 들었다. 슈투트가르트-바트 칸슈타트와 바이블링겐 구간에서만 잘못 매립된 케이블이 약 12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통 목표 5번 바뀐 사업, 비용은 2.4배로
SWR는 후속 사업까지 합산하면 총 250억 유로(약 43조 9985억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초과 비용은 전액 도이체반이 부담해야 한다.
개통 목표 역시 2019년에서 2021년, 2026년 말로 세 차례 바뀐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팔라(Evelyn Palla) 도이체반 대표가 당시 목표였던 2026년 말 부분 개통도 불가능하다며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바 있다. 도이체반은 6월 중 기자회견을 열어 새 일정을 공개할 예정이다.
사업 기간 내내 비판을 이어온 반대 단체 '슈투트가르트 21 저지 행동연대' 대변인 디터 라이헤르터(Dieter Reicherter)는 앞서 프랑스 통신사(AFP)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꼴"이라며 "차라리 기존 철도 인프라 개선에 썼더라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지사 "더는 웃음거리 될 수 없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주지사 쳄 외즈데미르(Cem Özdemir·녹색당)는 9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도이체반에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그는 "해마다 새로운 숫자를 받아들이는 상황은 끝나야 한다"며 "단계별 완료 시점과 전체 사업 완공 일정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외즈데미르 주지사는 공사 구간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우회 보행로가 '장거리 도보 여행'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불편하다는 점을 들며 "이 사업이 점점 웃음거리(Lachplatte)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와 주, 그리고 연방 독일이 대형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철도 인프라 문제는 슈투트가르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연·신호 장애·노후 설비는 독일 전역의 고질적 문제로, 올해 2월 연방의회 선거에서도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됐다. '효율의 나라'라는 독일의 국가 이미지가 대형 공공사업의 잇단 실패로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독일 안팎에서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