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선호 '조정평균물가' 산출 방식 논란…30년물 금리 5%대 진입 압박
대규모 재정 적자·국채 폭탄 융합 리스크…서학개미가 사수해야 할 3대 지표
대규모 재정 적자·국채 폭탄 융합 리스크…서학개미가 사수해야 할 3대 지표
이미지 확대보기새로 취임한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인플레이션 지표 판단 기준을 둘러싸고 월가와 채권 시장의 불신이 깊어지며 글로벌 채권 금리가 요동치고 있다.
배런스(Barron's)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신임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채권 투자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정책 신뢰성 논란은 미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 및 거시경제 공급 충격과 결합하면서 장기 국채에 투자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자산 가치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시장이 연준의 적극적인 물가 안정 의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기준금리 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더 고조되는 양상이다.
연준은 현재 목표치인 2%의 두 배에 달하는 고물가와 6조 7000억 달러(약 1경 228조 원) 규모의 거대한 자산보유액이라는 두 가지 난제에 직면해 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 관세 정책은 공급발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워시 의장은 청문회 당시 자산 축소를 공언했으나, 시장 안정을 고려할 때 취임 초기 이를 급격히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통계적 착시 논란과 냉담해진 채권 매수세
미 달러화 기준으로 지난 4월 조정평균물가 상승률은 연율 기준 2.35%를 기록해 연준의 전통적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보다 0.94%포인트나 낮게 나타났다. 두 지표의 격차는 최근 4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이는 연준이 체감 물가보다 훨씬 낮게 청구된 통계치를 지표 삼아 금리를 성급히 내리거나 현 고금리를 유지할 명분으로 삼을 수 있음을 뜻한다. 결국 실제 인플레이션 불씨를 끄지 못해 채권 시장의 장기적 불안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채권 투자자들은 극단값 제거 방식이 전쟁과 관세 등 구조적 공급 충격으로 인한 실질적 물가 상승 위험을 가릴 수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모든 품목이 전방위로 오르는 지속적·광범위한 물가 상승 국면에서는 오히려 인플레이션 신호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브릿 쿠라나 웰링턴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단기 인플레이션 위험을 소홀히 다룬다면 채권 시장은 더 큰 혼란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급망 붕괴와 대규모 재정 지출이 맞물렸던 지난 2021년에도 연준이 물가를 일시적 현상으로 오판했다가 이듬해 장기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인 TLT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31%로 주저앉은 바 있다. 이러한 학습효과로 올해 들어서만 TLT에서 60억 달러(약 9조 16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대거 유출됐다.
팽창하는 미국 재정과 국채 공급 과잉의 가세
시장의 자산 가격 하락 압력은 연준 의장의 발언뿐 아니라 미국의 심각한 재정 적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현재 미국은 세수보다 연간 2조 달러(약 3053조 원)를 더 지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 후 약 500일 동안 발행된 미국 국채 순발행액은 2조 3000억 달러(약 3511조 원)에 달한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동기의 2조 1000억 달러(약 3206조 원)와 트럼프 첫 임기 동기의 1조 달러(약 1526조 원)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 상황에서 연준이 보유 중인 4조 3600억 달러(약 6656조 원) 규모의 국채를 시장에 매각하는 양적긴축(QT) 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하지 못할 경우 가격 하방 위험은 심화할 수 있다. 에드 알하사니 콜롬비아스레드니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국채 매입을 중단하고 자산을 축소할 경우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약 1.0%포인트 이상 급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채 공급은 쏟아지는 반면 최대 구매자였던 연준이 발을 빼면 시중 금리 상승 압력은 한층 가중된다.
고금리·강달러 장기화와 국내 자본시장 방어 과제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는 국내 경제에도 고환율(강달러)과 고금리라는 양면적 충격을 주고 있다. 달러화 강세는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주력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단기적으로 제고하고 환차익을 늘려 실적 개선에 기여한다. 그러나 에너지와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산업 구조상 수입 단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가중돼 실질 수익성은 상쇄될 수 있다.
자본시장 측면에서는 한미 금리 격차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커지고 코스피 상단이 제약되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채권 시장 역시 미국 국채 금리와의 동조화 현상으로 국내 시중 금리가 동반 상승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가중하고 가계의 이자 부담을 확대시키는 부정적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이에 대응해 금융당국과 기업들은 외환 변동성 감시를 강화하고 부채 구조를 단기에서 장기로 전환하는 등 유동성 방어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외인 자금 이탈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할 기관의 매수 여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 시나리오와 장단기 시장 통제력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중 단기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확률을 선반영하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014%까지 치솟으며 2000년대 중반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다리오 퍼킨스 TS롬바드 글로벌 거시경제학자는 신임 의장이 취임 직후 금융 시장의 안정을 해칠 급진적 자산 축소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즉, 보유 중인 국채를 대거 내다 팔아 시장 금리를 폭등시키기보다는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하며 눈치 보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일관된 긴축 태도를 보여 장기 물가 기대 심리를 억누르기를 기대하고 있다. 파드릭 가비 ING 글로벌 채권 전략 총괄은 연준이 향후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거나 고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만 장기 채권 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프리야 미스라 제이피모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관세와 이민, 에너지라는 3대 공급 충격 속에서 연준이 고정관념을 버리고 지표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금리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가 당장 확인해야 할 경제 지표 체크리스트
글로벌 매크로 지표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시기인 만큼, 채권 투자자는 자산 손실을 방지하고 포트폴리오를 방어하기 위해 다음 3가지 핵심 기준선을 추적해야 한다.
첫째, 근원 PCE 대비 조정평균물가 격차다. 두 지표의 격차가 0.5%포인트 이내로 좁혀지는지 감시해야 한다. 과거 통계상 이 격차가 축소되어야 연준의 물가 판단 신뢰성이 회복되고 정책 오판 리스크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의 5.0% 안착 여부다. 장기 국채 금리가 5.0% 선을 돌파해 다지는지 주시해야 한다. 이 구간은 글로벌 연기금 등 장기 투자 수요가 유입되는지 가늠하는 심리적 기준선이다.
셋째, 미국 재정 적자 및 분기별 국채 발행 속도다. 미 정부의 채권 발행 물량이 시장 예상치를 초과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연준의 매입 축소와 국채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 장기물 채권 가격의 추가 하락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