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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없다”던 美 기업, 中 규제·토종 경쟁에 ‘이중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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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없다”던 美 기업, 中 규제·토종 경쟁에 ‘이중 압박’

USCBC 조사 80.0% “환경 악화”… 투자 확대는 13.0% 그쳐
수익 나지만 미래 불안한 ‘락인 딜레마’… 5년 뒤 글로벌 영토 잠식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무역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영 현장의 온도는 여전히 냉각된 상태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무역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영 현장의 온도는 여전히 냉각된 상태다. 이미지=제미나이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무역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영 현장의 온도는 여전히 냉각된 상태다.

미국·중국 기업협의회(USCBC)가 지난 10(현지시각) 발표한 연례 회원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0%는 중국의 사업 환경이 이전보다 개선되지 않았거나 오히려 악화했다고 판단했다.

대기업과 제조업 중심의 175개 회원사를 조사한 이번 결과는 양국 관계의 긴장 지속이 실질적인 경영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 정부의 추가 관세 예고와 시 주석의 9월 미국 방문을 앞두고 기업들은 투자 확대를 유보한 채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규제 사이에 낀 미국 기업, 매출 손실 확산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와 중국 정부의 맞대응 규제는 현지 미국 기업들을 사면초가로 몰아넣고 있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50% 이상은 양국 정부의 정책적 제한과 불확실성 탓에 매출 감소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가 부과한 관세 때문에 매출 부진을 겪는 기업도 40%에 달했다. 중국 내 애국주의 소비 경향인 국산품 애용 운동으로 매출이 줄었다고 답한 비율은 30%로 집계됐다. ·중 갈등의 지정학적 위험이 기업들의 장부상 손실로 시각화하는 흐름이다.

양국 관계의 일시적 개선이 투자로 이어지지도 못했다. 관계 개선 조짐이 투자 계획을 확대할 만큼 충분하다고 답변한 기업은 13%에 불과했다. 나머지 87%의 기업은 투자 규모를 동결하거나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가격 아닌 기술 역습… 수익 나지만 발 묶인 락인 구조


미국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실질적인 위협은 중국 현지 경쟁사들의 가파른 성장이다. 응답 기업의 65%는 중국 토종 기업과의 경쟁을 수익성 확보의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중국 기업들은 과거의 저가 공세에서 벗어나 고도화한 생태계와 신속한 제품 출시 역량을 구축했다. 전기차(BYD)와 배터리(CATL) 등 첨단 제조 분야에서는 현지 공급망을 장악하고 소비자 취향을 빠르게 반영하는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의 자립 경제 정책도 미국 기업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주목할 점은 미국 기업의 92%가 지난해 중국 사업에서 여전히 수익을 냈다는 사실이다. 이는 수익은 나지만 미래가 불안해 철수하지 못하는 이른바 '락인(Lock-in) 딜레마'에 빠졌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기술 추격은 내수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 기업의 66.7%5년 이내에 중국 경쟁사들이 현지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56%의 기업은 5년 이후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자신들의 점유율을 잠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기 관세 폭탄과 중장기 공급망 탈출의 딜레마


단기적으로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추진하는 행정 조치가 시장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무역대표부는 강제 노동 관련 조사를 마치고 동맹과 우방을 포함한 60개 경제권의 친환경·철강 품목을 대상으로 10%에서 12.5% 수준의 추가 관세 부과를 준비 중이다.

이는 오는 7월 중순 발효될 예정이며, 기존 대중 관세와 별도로 부과되는지 여부에 따라 시장 충격의 강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배터리와 태양광 등 과입 생산 관련 조사도 곧 마무리되어 중국을 겨냥한 고율 관세가 추가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공급망 다변화가 화두다. 미국 기업의 30.0%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탓에 대체 공급처를 찾지 못해 자동차와 물류 업종의 타격이 심화하는 등 탈중국 과정의 난관도 상당하다.

국내 산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은 한국 수출 기업들 역시 이 같은 미·중 진출 기업들의 딜레마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에서는 중국 내수 의존도가 높은 국내 소비재, 배터리, 자동차 부품 기업들은 미국 리스크보다 중국 토종 기업과의 경쟁 리스크를 더 크게 체감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단순 탈중국이 아니라 자산 효율성을 보존하며 공급망을 분산하는 '이익 유지형 분산 전략'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국내 산업계 및 투자 관점의 핵심 변수 3가지


국내 투자자와 기업들이 현 시점에서 가장 예의주시해야 할 핵심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USTR7월 추가 관세 품목 확정 수위다. 동맹국을 포함한 광범위한 대상에 부과될 10% 안팎의 관세가 친환경·철강에 집중되면 국내 수출 기업의 마진 구조 변동성을 즉시 점검해야 한다.

둘째, 중국 국산품 애용(국조) 운동에 따른 국내 기업 가동률 낙폭이다. 미국 기업의 30%가 이로 인해 타격을 입은 만큼, 중국 내수 매출 비중이 높은 상장사들의 재고 자산 회전율과 매출 성장률 둔화 여부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셋째, 시진핑 주석의 9월 방미 시 원자재 규제 완화 신호 유무이다. 현지 미국 기업의 87%가 관망세를 유지하는 기준점인 만큼,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희토류 및 자석 수출 통제가 완화되는지 여부가 공급망 정상화의 분수령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