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첫 FOMC 앞둔 워시…트럼프 인하 압박, 시장은 인상 가능성 주시

글로벌이코노믹

첫 FOMC 앞둔 워시…트럼프 인하 압박, 시장은 인상 가능성 주시

이란 합의 뒤 인상 베팅은 일부 후퇴…물가 재상승에 연준 메시지 주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과 채권시장의 금리 인상 베팅 사이에서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첫 통화정책 메시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과 채권시장의 금리 인상 베팅 사이에서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첫 통화정책 메시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사진=챗GPT

케빈 워시 신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취임 3주 만에 첫 고비를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채권시장은 인플레이션 재상승을 근거로 연준이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워시 의장이 이번 주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주재한다며 그의 첫 기자회견과 연준의 성명·경제전망이 시장의 집중적인 검증 대상이 될 것이라고 1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6~17일 진행되는 이번 회의 자체에서 금리 변경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3.50∼3.75% 범위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중단을 위한 임시 합의에 도달했지만 그동안의 중동 전쟁이 유가와 물가, 성장률에 어떤 파급효과를 낼지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회의 결과보다 워시 의장이 내놓을 메시지다. 인플레이션이 3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다시 오르고 있고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 차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최근까지 미국 국채를 팔고 올해 말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해왔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평화 합의 이후 유가가 급락하면서 금리 인상 베팅은 일부 후퇴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1주일 전 70% 안팎에서 50%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 백악관은 인하 압박, 시장은 인상 베팅


워시 의장이 처한 가장 큰 딜레마는 백악관과 시장의 요구가 정반대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해왔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와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는 고금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 채권시장은 물가 압력을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 이란 합의로 유가가 떨어지며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은 다소 낮아졌지만 최근 물가 재상승 탓에 연준이 곧바로 완화 쪽으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남아 있다.

워시 의장이 연준의 물가 대응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면 시장은 그의 독립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백악관 눈치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면 연준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
제임스 클라우스 앤더슨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워시 의장이 매우 어려운 위치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클라우스는 과거 연준 통화정책 부서 부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 첫 기자회견이 독립성 시험대


새 연준 의장이 초반부터 어려운 시험을 맞는 일은 낯설지 않다. 앨런 그린스펀과 벤 버냉키 전 의장도 취임 직후 큰 도전에 직면한 바 있다.

다만 워시 의장의 경우 백악관의 정책 목표와 경제 현실이 곧바로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더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낮은 금리를 원하지만 물가와 채권시장은 더 강한 긴축 신호를 요구하고 있다.

월가가 주목하는 것은 워시 의장이 첫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어떻게 보여주느냐다. 연준이 필요하다면 다시 인플레이션 억제 모드로 돌아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 시장은 안도할 수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 위험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거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 투자자들은 워시 의장이 백악관 압력에 흔들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달러와 국채, 주식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 과거 매파였지만 최근엔 연준 비판


워시 의장의 정책 성향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란 지적이다. 그는 2006∼2011년 연준 이사로 재직할 당시 비교적 매파적 인물로 평가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택시장 붕괴가 이어지던 시기에도 통화완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이후 워시 의장은 연준에 대한 강한 비판자로 변했다. 그는 지난해 연준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계속 전망하는 것을 문제 삼으며 AI가 생산성을 높여 강력한 디스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은 그가 과거처럼 단순한 매파가 아닐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워시 의장이 AI 생산성 향상을 근거로 금리 인하 여지를 열어둘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다른 투자자들은 최근 물가 재상승과 에너지 충격을 고려하면 워시 의장도 결국 긴축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다고 예상한다.

워시 의장이 취임 이후 공개 발언을 거의 하지 않은 점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새 의장이 조직을 파악하기 전 말을 아끼는 것은 이례적이지 않지만, 이번에는 시장과 백악관의 압력이 동시에 커진 상황이어서 침묵의 부담이 더 크다.

◇ 이번 주 점도표도 관심


이번 FOMC에서 금리 동결이 예상되더라도, 시장은 연준의 경제전망과 점도표에 더 큰 관심을 둘 전망이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이 예상하는 향후 금리 경로를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올해 말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도표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주시하고 있다. 물가 전망이 상향되고 금리 전망도 올라간다면 연준이 다시 긴축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점도표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거나 물가 위험을 크게 반영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연준이 현실보다 백악관의 정치적 요구를 의식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워시 의장의 첫 회의는 금리 결정 그 자체보다 연준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지적이다. 물가는 다시 오르고 있고, 채권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정반대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