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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발굴’ 벤처투자가 “AI 승자, 모델 아닌 서비스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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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발굴’ 벤처투자가 “AI 승자, 모델 아닌 서비스서 나온다”

모델 상품화 진행…가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
개인화·현실 경험·전문서비스가 새 기회
치화 치엔 굿워터캐피털 공동창업자. 사진=굿워터캐피털이미지 확대보기
치화 치엔 굿워터캐피털 공동창업자. 사진=굿워터캐피털

초기 페이스북을 발굴했던 벤처투자가 치화 치엔 굿워터캐피털 공동창업자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최대 승자는 AI 자체를 파는 기업이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크크런치는 17일(이하 현지시각) 소비자·프로슈머 기술 투자에 집중해온 치엔과 인터뷰를 갖고 AI 투자와 소비자 기술 시장의 변화 방향을 조명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치엔은 20년 넘게 벤처투자가로 활동해왔다. 그는 27세였던 액셀 재직 시절 하버드대에서 출발한 6명 규모 스타트업 ‘더 페이스북’을 처음 발굴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현재 그가 공동창업한 굿워터캐피털은 헬스케어, 핀테크, 엔터테인먼트, 라이브 경험 등 소비자 기술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치엔은 “AI 모델 계층의 상품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PC, 웹, 모바일 시대를 돌아보면 인프라 기업보다 애플리케이션 기업이 훨씬 더 큰 가치를 만들어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웹 시대에는 새 인프라 기업들이 4000억달러(약 615조6000억원)의 신규 시가총액을 만든 반면, 애플리케이션 기업들은 3조1000억달러(약 4771조원)를 창출했다. 모바일 시대에도 인프라는 약 7000억달러(약 1077조원), 애플리케이션은 3조7000억달러(약 5694조원)의 가치를 만들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구글이 최근 소비자용 AI 구독 상품 가격을 낮추고 저장 용량을 늘린 점을 들어 AI 모델 시장이 이미 가격 경쟁 단계에 들어섰다고 봤다. 구글처럼 수직계열화와 유통망을 갖춘 기업은 AI를 묶음 상품처럼 제공하며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 AI 자체보다 개인화 경험이 핵심


치엔이 주목하는 핵심 키워드는 ‘초개인화’다. 그는 개인화가 제대로 구현되면 고객 만족도와 이용 시간, 이용자당 평균매출이 모두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굿워터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을 예로 들었다. 이용자들은 이들 서비스를 AI 애플리케이션으로 인식하기보다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로 받아들인다. AI는 전면에 드러난 판매 포인트가 아니라, 경험을 더 맞춤화하고 몰입감 있게 만드는 기반 기술로 쓰인다는 설명이다.
치엔은 “일부 포트폴리오 기업은 빠르게 1억~6억달러(약 1539억~9234억원)의 연환산 매출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소비자에게 직접 팔리는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의 품질과 개인화 수준을 높이는 도구로 작동할 때 더 큰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포트폴리오 기업이란 투자회사가 돈을 투자해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를 말한다.

헬스케어도 같은 흐름으로 제시됐다. 굿워터가 투자한 여성 건강 기업 미디헬스는 갱년기 전후 여성의 호르몬 대체요법 분야에서 숙련된 의료진 부족 문제를 AI로 보완하고 있다. 치엔은 “AI가 전문 인력이 부족한 영역에서 공급 제약을 풀고 더 많은 환자에게 비용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흐름이 인간 전문성이 병목인 여러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봤다. 의료, 교육, 금융, 법률, 생활서비스 등에서 AI는 독립된 상품이라기보다 공급 부족을 완화하고 개인별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 모바일 AI 격차 빠르게 축소


치엔은 “개인 기기에서 작동하는 AI 성능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년 전만 해도 휴대전화에서 실행 가능한 AI 모델은 최첨단 클라우드 모델보다 18~24개월 뒤처졌지만 현재 격차는 약 6개월로 줄었다는 뜻이다.

그는 내년 이맘때쯤이면 이 격차가 3개월 수준으로 좁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AI가 클라우드 서비스에만 머물지 않고 스마트폰 안에서 더 개인적이고 즉각적인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뜻한다.

다만 아직 결정적인 사용 사례는 명확하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아이폰이 지난 2007년 처음 나왔을 때도 사람들은 기존 웹서비스를 모바일로 옮기는 정도를 예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버,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같은 모바일 고유의 서비스가 등장했다. AI 역시 새로운 가능성이 무엇인지 창업자들이 실험하고 축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핵심 기능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하나는 방대한 맥락을 처리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 단위의 맞춤화를 낮은 비용으로 구현하는 능력이다. 여기에 피드백 루프가 붙으면 제품은 시간이 갈수록 더 정교해질 수 있다.

◇ 서구권 슈퍼앱은 신뢰 장벽이 변수


치엔은 미국 소비자들이 하나의 앱에 사회생활과 금융 기능을 모두 맡기기는 어렵다고도 봤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크레딧, 페이스북페이, 리브라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금융 기능과 소셜 서비스를 결합하려 했지만, 진정한 슈퍼앱을 만들지는 못했다.

그는 서구권 소비자에게 소셜미디어와 금융서비스 사이에는 심리적 신뢰 격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는 많은 시간을 쓰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화를 보이는 반면, 금융거래는 짧은 시간에 높은 수익화가 일어나지만 보안과 신뢰에 대한 기대가 훨씬 높다.

소비자는 은행 앱에서 오래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다. 빠르고 안전하게 거래를 끝내고 싶어 한다. 이런 심리적 기대 차이가 소셜·엔터테인먼트 앱과 금융서비스를 자연스럽게 결합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 디지털 과잉 속 현실 경험 수요도 부상


치엔은 AI가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현실 세계의 인간적 연결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봤다. 디지털 콘텐츠가 무한히 공급되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더 희소한 것, 즉 실제 만남과 현실 경험을 찾게 된다는 설명이다.

굿워터는 이런 관점에서 오프라인 경험과 디지털 정보를 결합하는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파리 기반 범프는 사람들이 물리적 세계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있고, 런던과 마드리드 기반 피버는 캔들라이트 콘서트와 브리저튼 체험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를 대중화해왔다.

치엔은 AI가 사람들이 어디에 가고, 누구와 시간을 보내며, 어떤 장소에서 오래 머무는지를 이해하면 현실 경험도 더 개인화할 수 있다고 봤다. 온라인 소비 중심의 흐름이 다시 현실 경험으로 일부 되돌아가고, AI는 그 전환을 돕는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