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베스코, 144개 국부펀드·중앙은행 조사 결과 발표
중앙은행 61% “미국 부채 수준, 달러화의 장기 기축통화 지위에 부정적” 경고등
이란 전쟁·무역 갈등 속 자산 보호 총력… 80% “에너지 안보 인프라가 가장 안전한 투자처”
중앙은행 61% “미국 부채 수준, 달러화의 장기 기축통화 지위에 부정적” 경고등
이란 전쟁·무역 갈등 속 자산 보호 총력… 80% “에너지 안보 인프라가 가장 안전한 투자처”
이미지 확대보기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의 국가 부채와 정책 불확실성 탓에 달러화의 장기 기축통화 권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이들이 전 세계의 ‘에너지 인프라 자산’과 ‘금’으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리밸런싱하는 거대한 자본 대이동 징후가 포착됐다.
29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독립 글로벌 투자운용사 인베스코(Invesco)는 전 세계 90개 국부펀드와 54개 중앙은행 등 총 29조 달러(약 4경 4,800조 원)의 거대 자산을 관리하는 기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밀 동향 조사 보고서를 전격 발표했다.
“미국 부채 무서운 수준”… 달러 가치 하락 우려 2년 만에 3배 폭등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신뢰도 균열이다. 설문에 응한 중앙은행의 61%는 “현재 미국의 심각한 부채 수준이 달러화의 장기적인 준비자산 지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는 불과 2년 전인 2024년 조사 당시 동일한 대답이 20%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부정적 인식이 3배나 가쁘게 치솟은 수치다.
올해 발발한 미국·이스라엘 연합군과 이란 간의 전쟁 속에서 단기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 가치가 약 3%가량 상승하는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월가와 글로벌 금융가 분석가들은 장기적으로 높은 부채 비율과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불확실성이 달러화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29%는 “향후 5년 안에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 지위가 눈에 띄게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역시 지난 2022년(12%)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당장 달러를 완벽히 대체할 만한 뚜렷한 대안 통화가 없어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지겠지만, 전 세계 대형 투자자들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달러 주권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금융망 빗장 걸릴라”... 유럽·중남미 중앙은행들 ‘탈미국’ 수탁선 다각화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한 유럽 중앙은행은 자산을 맡겨두던 미국계 수탁은행을 다른 국가의 은행으로 전격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라틴아메리카의 한 중앙은행 관계자 역시 “최악의 비상사태에비비하기 위해 미국 금융망 세력권 밖에 있는 새로운 비(非)미국계 수탁 기관과의 관계를 긴밀히 구축하고 있다”고 실리 전술을 밝혔다.
다만 한 중앙은행 관계자는 “이러한 움직임 자체를 미국 당국이 적대적인 도발 행위로 해석해 보복할 수 있기 때문에 극도로 신중하고 비밀스럽게 추진해야 하는 위험한 조치”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미국 금융망에서 벗어나려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전체 응답자의 3분의 1은 자산 다각화의 일환으로 ‘금’ 보유량을 적극적으로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29조 달러의 새로운 종착지… 고물가 피난처로 ‘에너지 안보 인프라’ 낙점
달러와 채권에 대한 매력이 시들해진 대형 자본가들이 새롭게 자금을 수송하는 종착지는 단연 ‘에너지 자산’이다.
조사 응답자의 약 80%는 무역 관세 장벽과 해운로 봉쇄 등 공급망 경색 부침 속에서도 타격을 견디며 안정적인 마진을 보장해 줄 유일한 안전판으로 ‘에너지 안보 및 친환경 에너지 전환 인프라’를 꼽았다. 이에 따라 올해 국부펀드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인프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9%까지 확대됐다.
특히 최근 실리콘밸리와 글로벌 기술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소모 갈증이 에너지 인프라 자산의 몸값을 더욱 매섭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벤자민 존스(Benjamin Jones) 인베스코 연구책임자는 “인플레이션 충격과 지정학적 분열, 그리고 소수 대기업에 독점된 가혹한 시장 환경 속에서 투자자들은 분산 투자에 대한 과거의 공식을 버리고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새로 짜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자산의 위기 ‘회복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구사항”이라고 최종 마침표를 찍었다.
무서운 기세로 불어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미국 달러 체제에서 벗어나 실물 에너지 영토를 장악하려는 전 세계 거대 자본가들의 잔혹한 투자 서바이벌 게임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매서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