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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먼 ‘링컨’·그레이 ‘프랭클린’…美 250년 유산에 기업 리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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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먼 ‘링컨’·그레이 ‘프랭클린’…美 250년 유산에 기업 리더 시선

JP모건·블랙스톤 수장, 건국·통합·혁신 상징 선택
문화·외식·패션계는 프린스·원더우먼·이민자 공동체 주목
지난 2009년 2월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의 에이브러햄 링컨 기념관에서 한 커플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09년 2월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의 에이브러햄 링컨 기념관에서 한 커플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남북전쟁을 이끌고 노예제 폐지의 길을 연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을, 존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은 발명가이자 외교관·건국의 아버지로 꼽히는 벤저민 프랭클린을 미국의 다음 250년 동안에도 기억해야 할 인물로 꼽았다.

글로벌 금융권을 대표하는 두 인사는 각각 국가 통합과 혁신, 공공의무를 미국의 핵심 유산으로 제시했다. 정치 지도자와 건국 세대 인물뿐 아니라 흑인 여성 시인이자 작가인 마야 안젤루, 미니애폴리스 출신 팝 혁신가 프린스, 재즈의 경계를 확장한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 여성 슈퍼히어로 원더우먼, 가상의 이민자 여성까지 거론되면서 미국이 다음 세대에 남기려는 가치의 폭도 넓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기업인, 정치인, 작가, 예술가, 외식업계 인사들에게 앞으로 250년 동안 기억돼야 할 미국인 또는 미국적 상징을 물은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다이먼 “링컨, 자유사회 가능성 증명한 지도자”

다이먼 회장은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을 미국의 다음 250년에도 기억해야 할 인물로 선택했다.

그는 링컨이 미국이 가장 큰 도덕적·군사적 시험대에 섰을 때 자유와 평등의 원칙을 지키고 연방을 보존한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성공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지키고 강화해야 하는 것이라는 링컨의 인식을 높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다이먼 회장은 링컨의 리더십을 도덕적 명료성, 겸손, 경쟁자들을 공동의 목적 아래 묶는 능력으로 설명했다. 이는 대형 금융회사를 이끄는 기업 경영자의 시각에서 본 국가 리더십의 조건이기도 하다.

링컨은 남북전쟁과 노예제 폐지라는 미국사의 중대 국면을 통과한 인물이다. 다이먼 회장이 링컨을 선택한 것은 미국의 향후 250년에도 통합과 제도 신뢰, 기회의 확장이 핵심 과제라는 인식을 반영한다.

◇블랙스톤 그레이 “프랭클린, 미국식 성공과 혁신의 원형”

그레이 사장은 미국 독립운동을 이끈 건국의 아버지이자 피뢰침 발명가로도 유명한 프랭클린을 골랐다.

프랭클린은 출판인, 과학자, 외교관, 정치가로 활동하며 미국식 자기 성취와 실용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레이 사장은 프랭클린이 독립선언을 이끌고 프랑스의 지원을 확보했으며, 영국과의 평화협상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프랭클린의 전기 연구와 펜실베이니아대 설립도 주요 유산으로 언급했다. 기업인 관점에서 프랭클린은 단순한 건국 인사가 아니라 지식, 기술, 교육, 외교를 결합한 혁신가에 가깝다.

프랭클린을 선택한 것은 미국 경제의 장기 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해석이다. 근면과 호기심, 실용적 발명, 공익에 대한 헌신이 미국적 성장 모델의 한 축이라는 얘기다.

◇기업가·창작자들이 주목한 ‘창조적 파괴’

경제·문화계 인사들은 음악가와 예술가도 미국의 미래 유산으로 제시했다.

셰프이자 외식 기업가인 마커스 새뮤얼슨은 장르의 경계를 허문 팝 음악가 프린스를 선택했다. 그는 프린스가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가 아닌 미니애폴리스 출신이라는 점 △팝·록·리듬앤드블루스(R&B)의 경계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 △매번 다른 음악과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뉴욕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일레븐 매디슨 파크를 이끄는 대니얼 흄은 재즈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음악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마일스 데이비스를 꼽았다. 그는 데이비스가 성공한 방식을 지키기보다 스스로 그것을 허물고 새로운 음악을 만든 인물이었다고 봤다.

이들의 선택은 미국 경제와 문화가 공유하는 창조적 파괴의 감각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이미 성공한 방식을 반복하기보다 기존 질서를 깨고 새 시장과 새 장르를 만드는 능력이 미국의 장기 경쟁력으로 제시된 셈이다.

◇여성 리더십과 공동체도 미래 유산으로

패션 디자이너이자 기업가인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는 DC코믹스의 대표 여성 슈퍼히어로 원더우먼을 선택했다.

그는 원더우먼을 자유와 친절, 아름다움, 힘과 리더십을 함께 지닌 상징으로 평가했다. 여성의 힘이 물리적 강함뿐 아니라 연민과 진실성에서도 나온다는 메시지다.

자선사업가이자 피보털 창립자인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는 매들렌 렝글의 소설 ‘시간의 주름’에 등장하는 소녀 주인공 메그 머리를 골랐다. 메그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인물로, 희망과 정의감, 타인을 향한 관심을 상징한다.

셰프이자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 창립자인 호세 안드레스는 ‘미세스 리베라’라는 가상의 이민자 여성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이 어디에서 왔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함께 세우는지로 정의된다고 설명했다. 이웃을 돌보고 공동체를 넓히는 평범한 이민자 여성을 미국의 다음 250년을 떠받칠 상징으로 본 것이다.

◇클린턴은 마야 안젤루, 스튜어트는 존 제이 선택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흑인 여성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작가인 마야 안젤루를 꼽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안젤루가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을 지나 자신의 목소리를 회복했고 이후 시와 산문을 통해 존엄과 사랑, 친절의 가치를 일깨웠다고 평가했다. 안젤루는 흑인 여성 작가로서 미국의 상처와 회복을 동시에 상징하는 인물이다.

방송인이자 생활용품·미디어 사업가인 마사 스튜어트는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은 건국 세대 인물인 존 제이를 선택했다. 존 제이는 미국 초대 대법원장, 뉴욕주지사, 연방주의자 논고 공동 집필자로 활동했고 독립전쟁기 외교와 정보 활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업가와 문화계 인사들의 선택은 미국의 다음 250년을 규정할 가치가 단일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링컨과 프랭클린은 통합과 혁신을, 프린스와 마일스 데이비스는 창조적 실험을, 원더우먼과 메그 머리는 여성 리더십과 희망을, 미세스 리베라는 이민자 공동체와 이웃의 윤리를 상징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