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19조 핵항모가 1000만 원 드론에 벌벌…美 '80년 패권' 무너진다

글로벌이코노믹

19조 핵항모가 1000만 원 드론에 벌벌…美 '80년 패권' 무너진다

대 이란전에 요격 미사일 절반 고갈…"중국 기습 시 타이완 방어 공백 위기"
오픈AI 무섭게 복제하는 中 AI 군비경쟁, 120년 전 '드레드노트 함정' 데자뷔
거대한 미국 항공모함이 다수의 소형 드론 공격에 직면하여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긴박한 전투 장면. 이미지=구글 제미나이이미지 확대보기
거대한 미국 항공모함이 다수의 소형 드론 공격에 직면하여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긴박한 전투 장면.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 가까이 세계 전장을 압도해 온 미국의 절대적 군사 패권이 전례 없는 속도로 와해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기점으로 인공지능(AI)과 드론이 주도하는 초저가 '가성비 무기 체계'가 현대전의 판도를 바꾸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 미국의 거대 첨단 자산들이 힘없이 무력화되는 '비대칭적 파국'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전쟁사학자이자 국방 석학인 맥스 헤이스팅스(Max Hastings)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5일(현지 시각) "전쟁의 형태와 전략, 무기 체계가 무서운 속도로 변형되고 있다"며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장을 지배하는 능력은 군 수뇌부마저 공포를 느낄 정도로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2천 파운드 교육이 10루피 화승총에 쓰러진다…현대판 '변방의 산수'


헤이스팅스는 1880년대 시대적 명작인 루디야드 키플링의 시 '변방의 산수(Arithmetic On The Frontier)'를 인용하며 현재 미군이 처한 치명적인 경제적 딜레마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대영제국의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엘리트 교육을 받은 장교가 아프가니스탄 부족민의 10루피짜리 구식 화승총(Jezail) 한 발에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 비대칭적 소모전이 21세기 전장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현대전에서 나타나는 비용 격차는 압도적이다. 대당 건조비 130억 달러(약 19조 원)에 함재기 전단 비용 100억 달러를 더해 총 230억 달러(약 35조 원) 규모에 달하는 미 해군의 거대 자산인 핵추진 항공모함은 현재 이란의 사정권인 호르무즈 해협 진입조차 극도로 꺼리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자폭 드론 보트는 대당 단돈 30만 달러(약 4억 5000만 원)에 불과한 가성비 무기로 수억 달러 가치의 러시아 군함 13척을 격침·파괴하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방공 요격 전선에서도 미군은 테헤란이 날린 7000~3만 5000달러(약 1000만~5300만 원)짜리 샤헤드(Shahed) 저가 자폭 드론을 잡기 위해 발당 400만 달러(약 61억 원)에 달하는 패트리엇(Patriot) 미사일을 쏘아 올려야 하는 모순에 직면해 있다.

물량 면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 육군이 전 세계에서 드론을 긁어모아 연간 5만 대를 구매하고 내년도에 34만 대까지 늘릴 계획을 세웠으나, 우크라이나는 이미 연간 400만 대의 드론을 자체 생산해 전장에 쏟아붓고 있다.

미사일 재고 거덜 난 미국…"타이완 방어 공백 위기"


이 같은 비대칭 소모전은 미국의 글로벌 안보 전략에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공백을 야기하고 있다. 미군은 지난 2월 28일 시작된 대이란 보복 및 방어전에서 불과 몇 달 만에 자국이 보유한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의 무려 '절반'을 소진했다. 최첨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요격 미사일마저도 대부분 바닥난 상태다.

헤이스팅스는 "이 미사일 재고를 다시 채우는 데만 향후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미군의 핵심 방어 역량이 중동 소모전에 묶여 고갈된 상황에서, 중국이 타이완을 상대로 기습적인 전면 공세를 감행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군은 이를 저지할 방어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직격했다.

1906년 '드레드노트의 함정'에 빠진 AI 군비 경쟁

전문가들은 '방산 AI'의 등장이 미군이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 온 기술적 우위를 완전히 지워버릴 최종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국의 딥시크(DeepSeek), 문샷(Moonshot), 미니맥스(Minimax) 같은 신흥 기술 기업들은 미국의 오픈AI나 앤스로픽(Anthropic), 구글의 최첨단 기술 혁신을 무서운 속도로 복제(섀도잉)하며, 미국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군사 처리가 가능한 자체 AI 모델을 양산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이 군사적 이용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AI 기반의 자율 살상 체계 구축에 밤낮없이 매달리는 형국이다.

이는 1906년 영국 해군이 혁신적인 거대 전함 '드레드노트(Dreadnought)'를 출시하자마자 기존의 모든 군함을 단숨에 고철(Scrapyard)로 만들며, 독일 카이저 빌헬름 2세 함대와 원점에서부터 무한 군비 경쟁을 벌여야 했던 역사의 데자뷔다. 혁신적 기술이 오히려 기존 패권국의 기술적 자산을 무력화하는 '드레드노트의 함정'에 미국이 빠진 셈이다.

"우주·지상 AI 패배국에 자비 없다"…비대칭 방어기술 주목해야


헤이스팅스는 "앞으로 다가올 우주·지상 AI 군비 경쟁에서 패배하는 국가에 자비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막대한 건조비와 유지비로 국가 재정을 갉아먹으면서도 잦은 고장과 드론 위협으로 계륵이 된 영국의 거대 항공모함 2척을 예로 들며, 현대 패러다임 변화를 읽지 못하는 국방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또한 과거 200억 달러 규모의 노르트스트림(Nord Stream) 해저 가스관이 우크라이나 측의 초저가 기술에 의해 허망하게 파괴되었듯 현대 사회의 핵심 인프라는 극도로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중견 강국들은 거대 자산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해저 파이프라인 및 통신망을 보호할 대잠수함 기술과 저비용·고효율의 비대칭 방어 기술에 정교하게 선택·집중해야 상존하는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