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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 전쟁] 데이터가 아니라 ‘전기 영토’가 수익률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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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 전쟁] 데이터가 아니라 ‘전기 영토’가 수익률 결정한다

빅테크 4584조 원 설비투자, 결국 전력 인프라 지배력으로 집중
고변동성 비트코인 채굴에서 안정적 인프라 자산으로 가치 재평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진정한 병목은 정보나 알고리즘이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시대의 진정한 병목은 정보나 알고리즘이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시대의 진정한 병목은 정보나 알고리즘이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해 앞다투어 전력자산 확보에 나서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뒤집힌다. 데이터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전력의 한계비용이 가격 결정 변수로 부상하면서 공급망과 그리드를 선점한 기업이 주도권을 쥔다.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는 2030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3년보다 165% 폭등할 전망이다. 전 세계 전력망 예비력이 급감하는 가운데 북미 지역 전력 회사들이 데이터센터 부하 접속 타당성 조사를 완료하는 데 걸리는 대기 시간은 최소 2년에서 최대 4년에 달한다.

이 같은 자원 고갈 상황에서 전력 인프라 기업 비트제로가 확보한 1기가와트(GW) 전력 용량은 중형 도시 수십만 가구가 동시에 소비할 수 있는 막대한 규모의 무기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지난 5(현지시각) 빅테크 기업들이 이 같은 전력 확보를 위해 3조 달러(4584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하며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중 병목에 갇힌 빅테크… 발전·그리드·입지가 성패 가른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확장 속도를 전력 공급망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삼중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기저전원을 확보하는 '발전(Capacity)', 변전소와 접속 대기열을 해결하는 '송전(Grid)', 지역 규제와 냉각수 문제를 넘어야 하는 '입지(Zoning)'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다.

실제 북미 데이터센터 지연의 본질은 전력 부족보다 연결 가능한 전력망의 부재다.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기관 PJM 인터커넥션의 신규 부하 접속 대기 프로젝트 수천 건이 수년씩 지연되는 이유다. 구글이 미국 인디애나주에 10억 달러(15284억 원)를 투자하려다 지역 기획위원회의 거부권 우려로 데이터센터 건립을 철회한 사례는 입지 규제의 높은 벽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시장은 새로운 투자 지표인 '전기 영토'에 주목한다. 전기 영토는 확보한 발전 용량(GW), 접속 권한(Queue position), 장기 공급 계약(PPA)의 합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자체 고압 송전선과 변전소를 갖춘 1GW 용량의 인프라는 연간 가동률 90%와 킬로와트시(kWh) 전기 요금 3.5센트를 적용할 때 매해 약 27000만 달러(4127억 원)의 매출 잠재력을 지닌다. 전력 회사와의 접속 대기열 없이 즉각 가동할 수 있는 인프라 독점 기업이 프리미엄을 받는 배경이다.

가치평가 멀티플의 대전환… 고변동성 채굴에서 인프라 자산으로


동일 물리 법칙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면서 전력 자산을 확보한 기업의 수익모델이 통째로 바뀐다. 인공지능 수요는 이미 장기 계약으로 확정된 반면 공급은 전력망 규제로 단단히 제한된다. 현금흐름 가시성이 급상승하면서 시장은 리스크 구조의 근본 변화를 목격한다.

기존 가상자산 채굴 기업들은 가격 등락 탓에 시장에서 낮은 가치평가 멀티플(EV/EBITDA 3~6)을 받았다. 그러나 고정 가격 기반의 장기 PPA나 부지 임대로 전환하면 가치가 고정되는 인프라 자산(멀티플 10~18)으로 재평가된다. 변동성 프리미엄과 할인율이 압축되면서 기업 가치가 수직 상승하는 경로다.

이 현상은 산업 전체의 거대한 트렌드다. 비트제로가 글로벌 IT 기업 원큐드와 노르웨이 캠퍼스 전력 용량 110메가와트(MW) 전체를 15년간 임대해 약 26억 달러(39700억 원)의 고정 매출을 확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어위브, 테라울프, 어플라이드 디지털 등도 기존 채굴 시설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로 발 빠르게 전환하며 멀티플 재평가를 주도한다. 다만 고성능 컴퓨팅에 맞춘 공조 설비 리모델링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은 여전한 과제다.

승자와 패자의 극명한 갈림길… 전력 가격 상승의 명암


에너지 권력 이동은 시장의 명암을 가른다. 수혜를 입는 승자 그룹은 확실한 기저전원을 가진 '발전 자산 보유 기업'이다. 콘스텔레이션에너지는 캘파인을 266억 달러(406700억 원)에 인수해 발전 용량을 55GW까지 확대하며 미국 최대 전력 생산 기업으로 올라섰다.

반면 전력 자산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 데이터센터와 단기 스폿(Spot) 전력 계약에 의존하는 사업자들은 직격탄을 맞는다. 전력 가격 상승은 이들 중소 사업자의 마진 붕괴로 직결된다. 특히 전력 요금 규제(Rate cap)가 엄격하거나 전력 사용 제한이 심한 캘리포니아와 유럽 일부 고비용 지역의 사업자들은 시장에서 빠르게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응해 마이크로소프트는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 재가동을 위해 20년 장기 계약을 맺었고,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테일런에너지의 원전 전력을 통째로 사들였다. 빅테크 기업들이 탄소배출권 구매라는 우회로 대신 실제 친환경 발전원을 직접 지배하려는 수직통합 전술을 펼치는 셈이다.

미국 에너지부와 금융권이 주시하는 핵심 시나리오


미국 에너지부(DOE)의 전력망 긴급 승인 조치와 월가 투자은행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앞으로 인공지능 전력 시장의 향방은 세 가지 변수에 좌우될 것으로 관측된다.

첫째인 기준 시나리오는 전력망 확충과 변전소 증설 속도가 데이터센터 확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접속 대기 시간이 유지되는 흐름이다. 발전원과 자체 그리드를 선점한 인프라 기업들의 독점 지위와 높은 멀티플이 장기화할 수 있다.

둘째인 리스크 시나리오는 인공지능 반도체의 전력 효율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거나 액침 냉각 기술이 조기에 도입되어 전력 수요 폭증세가 둔화하는 경로다.

셋째인 정책 레버리지 시나리오는 원전 인허가 속도에 초점을 맞춘다. 소형모듈원전(SMR) 중심의 분산형 온사이트 발전 보급이 규제 완화로 가속화할 경우 기존 전력망 선점 기업들의 쇼티지 프리미엄이 부침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중심은 데이터에서 이를 구동할 물리적 에너지로 완전히 이동했다. 인공지능 시대의 초과수익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전력 계약서에서 발생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