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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쿠키 같은 소비재 제품개발도 AI가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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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쿠키 같은 소비재 제품개발도 AI가 앞당긴다

로레알, 제품 개발 속도 4배 높여…몬델리즈는 오레오·칩스아호이 레시피 개선
로레알과 몬델리즈 등 소비재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샴푸 성분 발굴과 쿠키 레시피 개발 등 제품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로레알과 몬델리즈 등 소비재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샴푸 성분 발굴과 쿠키 레시피 개발 등 제품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챗GPT

인공지능(AI)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샴푸, 쿠키, 초콜릿 같은 일상 소비재 개발 과정까지 파고들고 있다.

소비재 기업들이 성분 실험과 레시피 개발, 공급망 대응에 AI를 활용하면서 신제품 출시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과 미국 식품기업 몬델리즈 등이 제품 혁신 과정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로레알은 스킨케어 제품에 쓰던 분자를 샴푸에 활용할 수 있는지 AI로 찾아내고 있다. 이 회사 측은 이 방식으로 제품 개발 속도를 이전보다 4배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로레알, 샴푸 성분 발굴에 AI 활용

로레알은 4년 전부터 연구소에서 AI를 활용해 왔다. AI가 특정 분자가 피부와 모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하면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뷰티 제품 후보를 찾는다.

파브리스 메가베인 로레알 소비자제품부문 사장은 지난달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소비재포럼 글로벌 서밋에서 “AI를 활용하면 새로운 분자 조합과 효능을 훨씬 빠르게 상상하고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례는 콜라겐을 활용한 샴푸다. 로레알은 스킨케어 제품에 쓰던 분자를 모발에 볼륨감과 풍성함을 더하는 샴푸에 적용했다.

로레알의 이 같은 시도는 신제품 개발 압박과도 맞물려 있다. 로레알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의 그룹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뒤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이른바 ‘뷰티 자극 계획’을 내놓고 혁신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몬델리즈, 오레오·칩스아호이 레시피 개선

AI 활용은 식품업계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오레오, 캐드버리, 토블론을 보유한 몬델리즈는 AI 도구를 활용해 레시피 아이디어를 만들고 사람이 이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제품 개발 과정을 압축하고 있다.

필리포 카탈라노 몬델리즈 최고정보·디지털책임자는 “AI가 인간의 제품 개발 역량을 보완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기존에 할 수 있던 일을 더 빠르게 처리하게 해주며, 몇 달 걸리던 일을 몇 주로, 몇 년 걸리던 일을 몇 달로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몬델리즈는 AI 도구를 활용해 글루텐프리 골든 오레오 쿠키와 칩스아호이 쿠키의 개선 레시피를 개발했다. 이 회사 측은 비스킷 분야에서 AI 도구로 만든 레시피의 60%가 영양, 지속가능성, 비용 측면에서 더 나은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AI는 샘플 제작 횟수도 줄이고 있다. 과거에는 여러 시제품을 반복적으로 만들어야 했지만 AI가 가능한 조합을 먼저 좁혀주면서 제품 개발 과정이 단축되는 구조다.

◇소비자 취향 변화와 비용 압박이 배경

소비재 기업들이 AI를 제품 개발에 접목하는 배경에는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취향과 비용 압박이 있다. 건강, 지속가능성, 가격 민감도,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커지면서 기업들은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제품 조합을 시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네스카페를 보유한 네슬레, 센소다인 치약 제조사 헤일리온, 몬델리즈 등도 AI를 활용해 원료 테스트 속도를 높이고 레시피 아이디어를 생성하며 공급망 취약성에 대응하고 있다.

AI는 단일 공급처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특정 원료 공급이 어려워질 경우 대체 성분이나 조합을 빠르게 검토해 제품 품질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카탈라노 책임자는 “AI를 통해 레시피 개발 방식을 최적화할 수 있다”며 “공급망에서 단일 조달 의존도를 낮추고 소비자 취향 변화에 맞춰 제품 배합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마케팅 넘어 제품 설계 단계로

소비재 기업들의 AI 활용은 광고 문구나 마케팅 이미지 제작에 그치지 않고 제품 설계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AI가 성분, 효능, 맛, 비용, 지속가능성 같은 변수를 동시에 분석하면서 연구개발 과정의 일부를 맡는 흐름이다.

다만 최종 판단은 여전히 사람이 맡는다. 몬델리즈도 “AI가 독창적인 레시피 아이디어를 낼 수 있지만 인간 전문가가 결국 이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실제로 받아들일 맛과 질감, 브랜드 정체성은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은 AI가 소비재 기업의 연구개발 방식을 바꾸고 있음을 시사한다. 샴푸와 쿠키처럼 익숙한 제품도 앞으로는 AI가 성분 조합과 레시피 후보를 먼저 제시하고 사람이 이를 검증해 출시하는 방식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