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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美 상장, 공모가 변동성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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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美 상장, 공모가 변동성 시험대

서울 주가 이달 17% 급락…280억달러 ADR 거래 규모 산정에 새 변수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AI 메모리 성장 기대와 서울 주가 급등락에 따른 공모가 변동성을 함께 주시하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AI 메모리 성장 기대와 서울 주가 급등락에 따른 공모가 변동성을 함께 주시하고 있다. 사진=챗GPT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에서 280억달러(약 43조9000억원) 규모의 미국예탁증서(ADR) 상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서울 증시에서 나타난 주가 급락이 공모가 산정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인공지능(AI) 메모리 대표주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여전히 강하지만, 최근 반도체주 급등락이 세계 최대급 해외기업 미국 상장 거래의 최종 규모를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이하 현지시각)로 예정된 SK하이닉스의 뉴욕 상장이 미국 내 외국기업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최근 수년 사이 가장 거센 글로벌 반도체주 변동성이 이 거래에 이례적인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문을 받고 있다. 당초 6월 말 기준으로는 조달 규모가 약 2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후 기술주 매도세가 다시 강해지면서 서울 시장 주가가 크게 밀렸다. 이에 따라 공모 기준 규모도 줄어든 상태다.

◇이달 들어 17% 하락한 서울 주가

블룸버그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달 들어 한국 증시에서 17% 하락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최신 서류에서 기준으로 제시된 이달 3일 종가와 비교해도 약 9%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급락은 대형 공모 거래에서 보기 드문 변수다. 일반적으로 초대형 상장은 투자자 수요, 할인율, 시장 분위기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지만, 이번 거래는 기초 주식인 서울 상장 주가 자체가 짧은 기간 크게 흔들리면서 가격 산정이 더 복잡해졌다.
SK하이닉스가 발행하려는 ADR은 한국 상장 보통주를 기초로 한다. 따라서 한국 시장 주가가 급락하면 미국 ADR의 기준 가격과 최종 조달액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로이터통신도 SK하이닉스가 나스닥 ADR 발행을 통해 약 280억7000만달러(약 42조50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흥행 기대 속 가격 부담 커져

이번 거래는 성공하면 미국 증시에서 외국기업이 진행한 주식 매각 가운데 최대급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을 배경으로 SK하이닉스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 급등락은 흥행 기대와 별개로 공모가 결정 과정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격을 너무 높게 잡으면 상장 직후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고 너무 낮게 잡으면 조달액이 줄어들어 기존 주주와 회사 모두에 아쉬운 결과가 될 수 있어서다.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신주 발행은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희석하는 요인이어서 한국 시장에서는 상장 기대와 별개로 단기 매물이 나올 수 있다.

이번 조정은 단순한 개별 종목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주는 AI 설비투자 기대를 타고 급등했지만 최근에는 고점 논란과 차익 실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AI 메모리 대표주인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이 이런 변동성 한복판에서 진행되는 셈이다.

◇AI 메모리 선두주 프리미엄도 시험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 확대의 대표 수혜주로 꼽힌다. 엔비디아 등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WSJ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1년 동안 각각 765%, 415% 올랐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전 세계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조달러(약 1515조원)를 넘긴 기업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번 미국 상장은 이런 AI 메모리 프리미엄이 미국 자본시장에서 어느 정도 가격으로 인정받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지적이다. 미국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 직접 접근하지 않고도 SK하이닉스에 투자할 수 있게 되지만 동시에 이미 크게 오른 주가와 변동성도 함께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이 묻는 핵심은 단순하다. HBM 수요 증가가 현재 주가와 대규모 공모 가격을 정당화할 만큼 오래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반도체주 저가매수 심리도 변수

미국 시장에서는 반도체주 하락 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는 흐름이 이어졌다. WSJ에 따르면 미국 증권사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에서는 최근 몇 주 동안 반도체주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종목군을 차지했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수석전략가는 고객들이 반도체주 하락 때마다 사는 전략에 익숙해져 있고 그 전략이 그동안 잘 작동했다고 말했다. 다만 무차별적인 저가 매수는 어느 순간 손실을 떠안는 투자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은 SK하이닉스 ADR 상장에도 적용된다. 상장 직후 미국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로 볼 경우 수요가 강해질 수 있지만 반대로 AI 반도체주 조정이 더 이어질 경우 대형 공모 물량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지난달 22일 고점을 찍은 뒤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고 있다. 반도체주 전반의 방향성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SK하이닉스의 가격 결정이 진행되는 구조다.

◇달러 조달금 국내 유입도 관심

이번 ADR 발행은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로이터는 SK하이닉스가 ADR 발행으로 확보한 달러 자금을 오는 15일께 한국으로 들여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조달 자금은 국내 반도체 투자에 쓰일 전망이다. 로이터는 이 자금이 신규 공장 건설과 반도체 장비 매입 등에 투입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생산 능력 확대와 차세대 메모리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달러 자금이 국내로 들어와 일부 원화로 환전되면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실제 환전 규모와 시점, 선물환 거래 방식 등에 따라 외환시장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상장이 단순한 주식 발행을 넘어 한국 증시와 외환시장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대형 이벤트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레버리지 상품은 변동성 키울 가능성

미국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ADR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품도 준비되고 있다. 프로셰어스는 SK하이닉스 ADR의 하루 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 ‘울트라 SK하이닉스 ETF’를 다음 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 주가 방향에 더 공격적으로 베팅할 수 있게 한다. 상승장에서는 거래 열기를 키울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과 변동성을 동시에 확대할 수 있다.

이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에 연계된 레버리지 ETF들은 올해 미국 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부 상품은 400%가 넘는 상승률을 냈다.

그러나 레버리지 상품 확대는 대형 반도체주 가격을 더 민감하게 만들 수 있다. SK하이닉스 ADR이 상장 직후 높은 거래량을 기록하면 관련 파생·레버리지 상품이 단기 주가 변동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 최대급 거래의 첫 관문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은 한국 반도체 대표주가 미국 자본시장에서 직접 평가받는 첫 대형 관문이다. AI 메모리 수요, HBM 시장 지위,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 확대라는 긍정적 요인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거래의 초점은 단순한 흥행 기대에서 공모가 산정 리스크로 옮겨가고 있다. 서울 주가가 단기간 급락하면서 미국 상장 가격이 어느 수준에서 정해질지가 거래 성패를 가르는 변수가 됐다.

이번 ADR 상장은 한국 증시의 AI 메모리 랠리가 미국 시장으로 옮겨가는 사건인 동시에, 급등한 반도체주가 변동성 높은 시장에서 어느 가격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거래다.

상장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SK하이닉스가 미국 투자자의 높은 관심을 실제 자금 조달 성공으로 연결하려면 AI 성장 기대와 최근 주가 급락 사이에서 설득력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