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 반도체 가치사슬 집중도가 부메랑… 한 달 새 약세장 진입
나이지리아에 글로벌 수익률 1위 내줘… 자금은 채권 시장으로 이동
나이지리아에 글로벌 수익률 1위 내줘… 자금은 채권 시장으로 이동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과 기술주 고점 논쟁이 동아시아 반도체 벨트를 흔들었다. 올해 글로벌 상승률 선두권을 달리던 코스피는 한 달 만에 외국인 자금이 305억 달러(약 45조 8200억 원) 넘게 빠져나가며 단숨에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문과 미국 중앙은행의 매파 기조가 맞물리며 주식 시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는 AI 투자 사이클이 확장 국면에서 지속 가능성 검증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도체 집중도가 부메랑으로… 한국·대만 증시서 자금 썰물
동아시아 증시의 강점이자 약점인 반도체 가치사슬 집중도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각) 세계 92개 주식시장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에 따른 피크아웃 논쟁이 불거지자,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한국과 대만 등 기술주 비중이 높은 시장부터 빠져나간 결과다.
반면 나이지리아는 유가 안정과 외환 유동성 개선 등 거시경제 개혁에 힘입어 연초 대비 67% 급등했다. 나이지리아 증시는 최근 한 달간 달러화 기준 약 4% 추가 상승하며 코스피를 역전했다. 금융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한 가운데 보험사 포티스 글로벌 인슈어런스는 올해 달러 기준 1400% 폭등했다.
25년 만에 최대 유출… 주식 버리고 채권 금리 피크 베팅
국제금융협회는 10일 자금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한국 주식시장에서 305억 달러를 빼냈다.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대만 증시에서도 183억 달러(약 27조 4900억 원)가 동반 유출되며 두 시장에서만 461억 달러(약 69조 2600억 원)가 증발했다. 글로벌 자금의 급격한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관찰되는 대목이다.
주목할 부분은 자금의 이동 경로다. 외국인은 지난달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대거 회수했으나 채권시장에는 283억 달러(약 42조 5100억 원)를 밀어 넣었다. 이는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보다 글로벌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기대를 반영한 자금 이동으로 해석된다.
고금리 채권의 이자 수익과 자본 차익을 노린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유입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금융협회는 투자자가 신흥국에 돈을 빌려주는 채권 투자는 지속하고 있으나 변동성이 큰 주식 비중은 줄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준 긴축 기조와 유가 변동성이 최대 리스크
자본 유출을 자극하는 외부 요인은 미국 통화정책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 강화 우려로 글로벌 할인율이 상승했고 이는 기술주 가치평가 부담을 한층 키웠다. 국제 유가 변동성이 다시 커진 점도 자산 배분 조정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지정학적 위험과 달러 유동성 경색 우려는 당분간 국내 증시 반등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일부 신흥국은 구조 개혁 성과에 따라 차별화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에스앤피 다우존스 지수는 나이지리아를 프런티어 마켓 재편입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3가지 핵심 지표
첫째, 미국 연준 기준금리 경로다.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이어질 경우 기술주의 미래 수익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져 가치평가 부담이 가중된다. 금리 인하 지연 시 가치평가 압박이 심화하므로 통화정책 방향성을 최우선으로 점검해야 한다.
둘째, 엔비디아 선행 주가수익비율 추이다. 글로벌 인공지능 가치사슬 전반의 멀티플(배수) 기준점 역할을 하는 핵심 지표다. 인공지능 투자 사이클의 지속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며 가치평가 부담 완화와 실적 신뢰도가 회복되어야 외국인 수급이 돌아올 수 있다.
셋째, 원·달러 환율 변동성 여부다. 환차손을 극도로 경계하는 외국인 투자자 특성상 아시아 통화 약세 흐름 진정과 환율 안정은 수급이 돌아서기 위한 선행 변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