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678조 원 쏠린 美 연금시장… ‘수령액 82% 차이’ 착시 뒤에 숨은 실체

글로벌이코노믹

678조 원 쏠린 美 연금시장… ‘수령액 82% 차이’ 착시 뒤에 숨은 실체

FIA 연 3만 5406달러 수령으로 최상위… 보장액은 '투자 성과' 아닌 '수학적 확정 지급액'
"수령액 크다고 무조건 유리 안 해"… 펀더멘털·위험 구조 파악이 손실 막는다
미국 내 65세 이상 은퇴 인구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민간 연금(Annuity) 시장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내 65세 이상 은퇴 인구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민간 연금(Annuity) 시장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내 65세 이상 은퇴 인구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민간 연금(Annuity) 시장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

배런스(Barron's)는 지난 724(현지시각) 보도에서 미국 은퇴자들의 연금 가입이 급증하는 가운데 상품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이 은퇴 후 자산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금리 환경을 바탕으로 연금 보장액이 늘어났으나, 복잡한 수수료 체계와 계약 제한 조건을 따지지 않으면 실질 자산운용 효율이 떨어진다. 여기서 연금(Annuity)은 고용주가 제공하는 전통적 확정급여형 퇴직연금(Pension)이 아니라, 미국 보험사가 판매하는 개인용 민간 연금 상품을 뜻한다.

420만 명 은퇴 대란… 연금 판매액 4640억 달러 돌파

미국 보험업계 조사기관 림라(LIMRA)2025년 은퇴 연령인 65세에 도달한 미국인이 420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림라는 지난해 미국 연금 판매액이 4640억 달러(678조 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림라는 20261분기 연금 판매액 역시 1000억 달러(146조 원)를 넘어서며 자금 유입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 유입을 이끈 핵심 요인은 상승한 확정 소득 지급 수준이다. 배런스는 60세 가입자가 20만 달러(29200만 원)를 납입하고 70세부터 연금을 수령하는 조건에서 상위 3개 고정지수연금(FIA)의 연간 보장 수령액이 평균 33702달러(4930만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2022년 평균치인 22330달러(3267만 원)보다 51% 증가한 액수다. 전통적인 기업 연금이 줄어들고 사회보장제도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확정 소득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고금리 기조와 맞물렸다.

보장 수령액은 '투자 성과' 아닌 '지급 설계'… 상품별 위험 구조 직시해야


보험사들은 확정 소득 지급액을 설계할 때 연 8~10%대 고수익처럼 보이도록 지급 구조를 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수치는 실제 투자 수익률이 아니라 예상 사망 시점까지의 지급 스케줄을 전제로 한 수학적 산출값이다. 가입자는 제시된 수령액 숫자에 착시 현상이 존재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배런스는 60세 가입자가 20만 달러를 넣고 70세에 수령할 때 고정지수연금(FIA)의 최고 연 수령액이 35406달러(5180만 원)라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등록지수연계연금(RILA)의 최고치인 19500달러(2853만 원)보다 82% 높다. 변액연금(VA)의 최고 수령액은 27202달러(3979만 원) 수준이다.

연금의 보장 수령액은 투자 성과에 따라 자산이 늘어난 결과가 아니다. 이 수치는 가입자의 사망 연령과 성별, 계약 조건을 적용해 산출한 확정 지급 구조다.

FIA는 원금 손실 위험이 없고 보장 수령액이 높은 대신 주가 상승 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익 상한(Cap)이나 지수 상승 반영 비율이 낮게 설계된다.

반면 RILAVA는 보장 수령액 숫자가 낮거나 변동성이 있는 대신 증시 상승 시 포트폴리오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상향 개방성을 제공한다. 따라서 보장 수령액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우월한 상품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많은 지수 연금 상품이 가입 첫해에만 높은 수익률 상한선(Cap)을 제공하고, 5~10년의 해약 환급금 부과 기간 동안 상한선을 낮춘다. 가입자는 자산 성장성이 떨어져도 중도 해약 벌금 때문에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가입자는 상한선 보장 기간과 해약 환급금 부과 기간이 일치하는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기본 연금 계약에 추가 비용을 내고 붙이는 확정 소득 보증 특약(Rider)을 추가하면 연 1~1.5%의 수수료가 매년 차감된다. 림라는 조사 결과에서 특약 가입자의 50~70%가 정작 연금 지급을 신청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입자는 필요 없는 특약을 해지해 수수료 지출을 줄여야 한다.

한국 DC·IRP 시장, 단순 제시 수익률 너머 '실질 수수료' 검증해야


미국 연금 시장의 구조적 위험은 한국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에도 경고를 던진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을 시행하며 자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유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자금이 안전 자산에 묶여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퇴직연금 실적배당 상품의 수수료 체계가 일반 펀드와 다르게 설계돼 소비자가 체감하는 비용 구조가 복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수료와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보장 수익률 숫자만 보고 상품을 고르면 한국 퇴직연금 역시 고비용·저수익 구조에 갇힌다.

투자자는 지수 연계형이나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할 때 운용·자산관리 수수료, 총보수율(TER), 중도 해약 조건을 종합적으로 비교 검증해야 한다. 복잡한 상품 구조 뒤에 숨은 비용 체계를 따져보는 정교한 자산 배분 전략이 은퇴 후 자산 수명을 결정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