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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고차도 비싸졌다…2000만원에 평균 9년·16만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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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고차도 비싸졌다…2000만원에 평균 9년·16만km

2019년엔 같은 예산으로 5년 미만·9만km…신차 고가화·리스 감소가 중고차 공급 압박
미국에서 1만~1만5000달러(약 1389만~2084만원)로 살 수 있는 중고차의 평균 연식과 주행거리의 2019년과 2026년 비교.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1만~1만5000달러(약 1389만~2084만원)로 살 수 있는 중고차의 평균 연식과 주행거리의 2019년과 2026년 비교. 사진=챗GPT
미국의 자동차 가격 부담이 신차를 넘어 중고차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약 1400만~2100만원의 예산으로 살 수 있는 중고차의 평균 연식이 거의 9년에 이르고 주행거리도 약 16만㎞까지 늘었다. 지난 2019년만 해도 같은 돈으로 5년이 채 안 된 약 9만㎞ 주행 차량을 살 수 있었다.

신차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자동차 리스가 크게 줄면서 비교적 연식이 짧고 주행거리가 적은 중고차 공급이 감소한 결과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저렴한 중고차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이 같은 가격에 더 오래되고 주행거리가 많은 차량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자동차시장 조사기관 에드먼즈에 따르면 현재 1만~1만5000달러(약 1389만~2084만원)에 판매되는 중고차는 평균 연식이 거의 9년에 이르고 주행거리는 약 9만8000마일(약 15만8000㎞)에 달한다.

2019년 같은 가격대에서는 평균 5년 미만이고 약 5만8000마일(약 9만3000㎞)을 주행한 차량을 구입할 수 있었다.

같은 돈을 내더라도 불과 7년 사이 약 4년 더 오래되고 6만5000㎞가량 더 달린 차량을 사게 된 셈이다.

◇3만달러 내고 12년 된 차 구입

블룸버그가 소개한 플로리다주 잭슨빌 인근의 공정 엔지니어 벤저민 영의 사례는 미국 중고차 시장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은 최근 자신이 원하는 사양을 갖춘 토요타 4러너를 3만달러(약 4167만원)에 구입했다.

그러나 차량은 이미 12년 됐고 주행거리도 9만마일(약 14만5000㎞)에 달했다.

그는 2023년에는 비슷한 주행거리의 토요타 벤자를 이번에 지불한 금액의 절반 정도에 구입했다.

가격이 오른 데다 오래되고 많이 달린 차량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비자는 구입 이후 수리비 부담까지 떠안을 가능성이 커졌다.

영이 구입한 4러너도 충격흡수장치와 관련한 유체 누출 문제가 발생했고 수리업체들은 수천달러가 필요할 수 있다고 견적을 냈다.

◇신차 평균가격 5만달러…중고차도 3만달러 넘어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고차 가격 상승의 출발점은 신차다.

미국의 평균 신차 판매가격은 현재 약 5만달러(약 6945만원)에 달한다.

신차가 통상 3년 동안 가치의 약 40%를 잃는다고 해도 중고시장에 나왔을 때 가격이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의 평균 중고차 가격은 3만달러(약 4167만원)를 넘는다. 에드먼즈에 따르면 2019년에는 약 2만달러(약 2778만원)였다.

기본형 혼다 시빅의 신차 가격마저 2만5000달러(약 3473만원)부터 시작한다.

저가 신차 선택지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으로 이동하지만 중고차 역시 가격이 크게 올라 선택할 수 있는 차량의 연식과 상태가 악화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도 고가 차량 중심 전략 유지

자동차업체들의 판매 전략도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수십 년 동안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판매량 확대를 위해 큰 폭의 할인과 저금리 금융, 저렴한 리스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제공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기간 공급망 혼란으로 차량 생산이 줄자 완성차업체들은 적은 물량을 높은 가격에 판매해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GM의 올해 2분기 평균 판매가격은 약 5만2000달러(약 7223만원)에 달했다. 판매 장려금도 주요 경쟁업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포드도 높은 판매가격이 2분기 이익을 약 2억달러(약 2778억원) 늘리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GM은 올해 말 쉐보레 실버라도와 GMC 시에라의 신형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회사 경영진은 신차 출시를 추가적인 가격 인상 기회로 보고 있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완성차업체가 높은 마진을 추구하는 측면도 있지만 비용 상승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수십억달러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미국·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부품과 완성차를 운송하는 비용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리스 400만대→250만대…중고차 공급까지 감소

저렴한 중고차가 줄어든 또 다른 원인은 리스 시장의 축소다.

코로나19 이전 미국에서는 매년 약 400만대의 신차가 리스로 판매됐다.

이 차량들은 일반적으로 3~4년 뒤 계약이 끝나면 주행거리가 비교적 짧은 중고차로 시장에 다시 공급됐다.

그러나 올해 미국의 리스 차량은 약 25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에드먼즈의 이반 드루리 인사이트 담당 이사는 리스 감소로 중고차 시장에 들어오는 차량이 줄면서 공급 부족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자동차 업체들이 저금리 리스 프로그램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기보다 차량을 직접 판매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중고차 시장에서 2만달러(약 2778만원) 미만 차량은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주행거리도 늘어나고 있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여러 자동차 판매점을 운영하는 렛 리카트는 “저가 중고차를 확보하기 위한 딜러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며 “상태가 좋은 저가 차량을 확보하기 위해 기록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량 찾는 데 수개월…다른 주에서 배송까지

소비자들이 원하는 중고차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도 늘고 있다.

캔자스주에 거주하는 에이미 하이켄은 주행거리 5만마일(약 8만㎞) 미만의 중고 렉서스 NX 250을 3만5000달러(약 4862만원) 이하에 구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인터넷을 검색했다.

결국 조건에 맞는 차량을 플로리다에서 찾았다.

그는 차량을 캔자스시티 인근 자택까지 가져오기 위해 800달러(약 111만원)의 배송비를 부담하고 두 달을 더 기다려야 했다.

미국에서 중고차는 오랫동안 비싼 신차를 피하려는 소비자의 대표적인 대안이었다.

그러나 신차 가격 상승과 리스 감소가 누적되면서 중고차 시장에서도 낮은 예산으로 살 수 있는 차량의 연식과 주행거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소비자에게 ‘중고차를 사면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전통적인 공식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