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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마크 카니 "미국 중간선거=캐나다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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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마크 카니 "미국 중간선거=캐나다의 승리"

미국 중간선거 민주당의 압승은 캐나다의 승리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사진=로이터
미국 민주당의 압승은 캐나다의 승리다

미국 중간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민주당은 상·하원을 동시에 탈환했고, 캔자스·텍사스·아이오와 같은 공화당의 전통적 텃밭에서까지 상원 의석을 빼앗았다. 워싱턴의 권력 지형을 뒤바꾼 이 결과를 국경 너머에서 누구보다 신중하게, 그러나 반갑게 지켜본 인물이 있다. 캐나다의 제24대 총리 마크 카니다.

카니는 1965년 캐나다 북부 노스웨스트 준주의 작은 마을 포트스미스에서 태어나 앨버타주 에드먼턴에서 자랐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며 아이스하키 골키퍼로 뛰었고,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골드만삭스에서 13년간 국제 금융의 최전선을 경험했다. 2008년 캐나다은행 총재에 오른 그는 곧이어 닥친 세계 금융위기에서 선제적 금리 인하와 시장과의 명확한 소통으로 캐나다 경제를 비교적 온전히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3년에는 300여 년 역사의 영란은행에서 처음으로 영국인이 아닌 총재가 되어 브렉시트의 격랑을 관리했다. 퇴임 후에는 유엔 기후행동·금융 특사로 활동했다.

화려한 이력에도 그는 선출직 경험이 전무한 정치 신인이었다. 2025년 1월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사임을 발표했을 때, 자유당은 보수당에 지지율에서 20%포인트 이상 뒤져 있었다. 카니는 3월 당 대표 경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해 총리직을 이었고, 4월 총선에서 169석을 얻어 정권을 지켜냈다. 보수당 대표 피에르 푸알리에브르는 자신의 지역구마저 잃었다. 반전의 계기를 만든 것은 역설적이게도 도널드 트럼프였다.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미국 대통령의 공언 앞에서 유권자들은 위기 관리의 전문가를 택했다.
과반에 3석 모자란 소수 정부로 출발한 카니 정부는 야당 의원들의 잇따른 당적 이동과 2026년 4월 보궐선거 전승으로 과반을 확보했다. 총선을 거치지 않고 소수 정부가 과반 정부로 전환된 것은 캐나다 역사상 처음이다. 1월 다보스 포럼 연설은 국제사회의 호평을 받으며 국내 지지율까지 끌어올렸다. 중앙은행가 출신의 테크노크라트가 노련한 정치인으로 변모했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카니 외교의 핵심은 굴복하지 않되 판을 깨지도 않는 것이다. 미국은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자동차·목재에 고율 관세를 매겼고, 8월 무역 협상이 결렬되자 추가로 50% 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는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로 맞섰다. 카니는 캐나다가 결코 51번째 주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필요하다면 수개월, 혹은 다음 행정부가 들어설 때까지라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유럽연합과 튀르키예, 중동과 아시아로 교역선을 넓히며 대미 의존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서두르지 않는 협상가, 이것이 그가 택한 전략이었다.

중간선거 결과는 그 전략에 대한 사후 승인과도 같다. 미국 유권자들은 생활비 상승과 관세 정책에 분명한 불만을 표시했다. 한 민주당 중진 하원의원은 헌법상 관세 권한이 의회에 있다며 동맹국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캐나다 정부 내부에서는 섣불리 합의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는 안도와 함께, 협상 지위가 실질적으로 개선됐다는 판단이 나온다. 카니 자신도 선거 직전 미국 측이 요구는 줄이고 제안은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온타리오주 더그 포드 주총리는 이번 결과를 캐나다인의 승리라고 불렀다. 압박에 못 이겨 불리한 조건에 서명했다면 캐나다는 지금쯤 손해 보는 합의에 묶여 있었을 것이다. 버틴 쪽이 이겼다.

낙관은 물론 이르다. 관세를 부과한 행정 권한은 여전히 트럼프의 손에 있고, 새 의회는 내년 1월에야 출범한다.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무역장관은 외국 선거 결과를 해석하지 않겠다며 접근 방식에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고, 일부 전문가는 당장 달라질 것이 없다고 단언한다. 카니 역시 미국과의 교역이 트럼프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다변화를 서두르겠다고 했다. 이 냉정함이야말로 그의 진짜 강점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