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96달러 회복…전날 8% 넘게 폭락한 뒤 상승 전환
이란 재공습 가능성 60%·협상 타결 10%…세계 원유시장 공급 초과 확대
이란 재공습 가능성 60%·협상 타결 10%…세계 원유시장 공급 초과 확대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중간선거 이후 이란 전쟁 종식 기대에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반등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2척과 예인선 1척에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다시 격화할 가능성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중동 원유 수송이 회복되면서 세계 원유시장은 공급 초과 상태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이 다시 격화하면 유가가 급등할 수 있지만 현재의 공급 여건은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11·3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대패한 이후 이란 전쟁의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가 전날 급락 이후 반등했다고 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날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53달러(약 2052원), 1.6% 상승한 배럴당 96.15달러(약 12만9000원)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0.52달러(약 697원), 0.6% 오른 배럴당 88.64달러(약 11만9000원)에 거래됐다.
두 유종은 전날 8% 넘게 급락하며 지난 8월 31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란 종전 기대와 재공습 우려 교차
국제유가가 반등한 배경에는 이란 전쟁의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있다.
UBS의 조반니 스타우노보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중동 상황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가가 소폭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브렌트유가 지정학적 요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 반면 WTI는 미국 국내 원유시장을 대표하는 가격 지표라는 점도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시작한 이란 전쟁과 이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한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원자재 거래업체 스파르타커머디티스의 준 고 선임 원유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중간선거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군사적 결정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면서 전쟁 종식 가능성을 이전보다 높게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전쟁을 완전히 끝내기 위한 외교적 해결 과정에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계 전략비축유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원유시장의 변동성이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장악한 새 의회가 내년 1월 출범하기 전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안보 분야의 행정권한을 활용해 군사행동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씨티는 중간선거가 끝난 이후 백악관이 외교정책과 관련한 대통령 권한에 집중하면서 이란과의 충돌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유라시아그룹 "재공습 60%…합의 가능성은 10%"
정치위험 분석업체 유라시아그룹은 미국의 이란 재공습 가능성을 기존 65%에서 60%로 낮췄다.
중간선거 결과가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적 선택에 일정한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이 협상에 합의할 가능성도 기존 20%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양측의 대치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은 15%에서 30%로 상향했다.
유라시아그룹은 이란이 기존 요구 조건을 고수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의 패배로 비칠 수 있는 협상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는 재공습 가능성이 다소 줄었더라도 전쟁을 끝낼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 역시 낮아졌다는 의미다.
유라시아그룹은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다시 격화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10~125달러(약 14만8000~16만8000원)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르무즈 유조선 2척·예인선 화재…운송 위험 지속
중동의 해상 운송 위험도 다시 부각됐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5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려던 유조선 2척과 예인선 1척에 각각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에 따르면 유조선 1척은 호르무즈 해협 남쪽 항로에서 기뢰에 부딪혔으며 다른 대형 유조선은 해협 동쪽 항로를 빠져나가던 중 불이 났다.
두 번째 유조선의 화재 진압을 돕기 위해 접근한 예인선에도 불이 발생했다.
다만 이같은 사고 경위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발표에 따른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가 국제시장으로 수송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최근 해협을 통한 원유 운송량은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회복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선박 운항에 필요한 비용은 전쟁 이전보다 높아진 상태다.
선박 화재와 해상 운송 위험이 지속되는 상황은 전쟁 종식 기대와 별개로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JP모건 "세계 원유 공급 초과 하루 140만배럴"
반면 세계 원유 수급은 공급 초과 상태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은 4일 보고서에서 걸프 지역의 원유 공급이 회복되면서 수개월간 전쟁으로 차질을 겪었던 세계 원유시장이 다시 공급 초과 상태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세계 원유 공급 초과 규모는 지난 9월 하루 110만배럴에서 10월 하루 140만배럴로 확대됐다.
10월 공급 초과 규모는 지난해 평균인 하루 130만배럴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쟁으로 위축됐던 중동 원유 공급이 회복되면서 세계 시장에 공급되는 원유가 수요를 웃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수급 변화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다시 격화하지 않는 한 국제유가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원유시장의 공급 여력이 충분히 회복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엑스애널리스트의 무케시 사데브 최고경영자(CEO)는 주요 원유 소비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가 최근 15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로 이란이 협상에서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 역시 감소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와 휘발유, 정제유 재고는 모두 줄었다. 석유제품 수요는 최근 1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세계 원유시장이 공급 초과로 돌아섰지만 재고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하면 가격 변동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 이후 전쟁 종식 기대와 중동의 공급 회복을 반영하며 급락했지만 이란 재공습 가능성과 해상 운송 위험이 지속되면서 다시 반등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외교적 협상 진전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세계 원유 재고 회복 속도가 향후 국제유가의 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