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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노트북 '그램', '초기불량' '메모리 호환성' 문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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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노트북 '그램', '초기불량' '메모리 호환성' 문제 드러나

한 LG전자 서비스센터의 모습. 센터를 찾은 고객에게 센터가 무료로 제공하는 커피의 종이컵에는 '매우 만족한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쓰여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한 LG전자 서비스센터의 모습. 센터를 찾은 고객에게 센터가 무료로 제공하는 커피의 종이컵에는 '매우 만족한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김수환 기자] LG전자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노트북 '그램'이 '초기불량'과 '메모리 호환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올해 1월 980g 무게의 14형 노트북 '그램 14'를 출시한데 이어 2월경 15.6형(39.6㎝) 1.39㎏ 무게의 '그램 15'를 출시했다. 이 제품들은 각각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동급 노트북 중 가장 가볍다는 인증을 받았다.

LG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LG가 만든 노트북 중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모델인 '그램 13'에 비해 20% 더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그램의 안정성에 잇따라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LG전자 그램을 전문적으로 정비하는 한 기술자는 "그램에 메모리나 SSD를 업그레이드할 때 블루스크린이 자주 뜨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이는 노트북의 초기불량 증상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블루스크린(Blue Screen)이란 윈도우 기반의 PC에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서 예상치 못한 오류나 오작동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이는 파란색 바탕에 하얀 글씨가 나타나는 화면으로 PC에 오류에 대한 원인을 알려주는 일종의 알림 메시지 같은 것이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이를 일명 '죽음의 파란 화면(Blue Screen of Death)'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오류코드에는 '0x0000001A' (PC에 꽂힌 메모리가 손상되거나 접촉 불량일 경우)이나 '0x00000050' (메모리의 손상이나 접촉불량) 등이 있다.

그램의 블루스크린 현상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이코노믹은 기술자가 제기한 그램의 '초기불량' 문제에 대해 사용자의 생생한 경험을 취재할 수 있었다.

40대 초반의 직장인 L씨는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지급한 노트북이 구형모델로 무겁고 속도가 느려 새로운 노트북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던 중 요즘 한창 공중파와 옥외광고에서 홍보 중인 LG전자 그램 노트북을 떠올렸다.

L씨는 인터넷쇼핑 G마켓에 등록된 업체들 중 'LG PC 공인판매점'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한 판매점에서 그램을 주문했다. 하드웨어 사양은 기본 4GB 메모리를 8GB로, 128GB SSD를 256GB로 각각 업그레이드 했다.

빠른 배송으로 주문한 지 몇 시간 만에 회사에서 제품을 받은 L씨는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노트북 전원을 켰다. 약 3초 이내의 짧은 시간에 부팅이 되는 것을 지켜보며 L씨는 간단한 타이핑 작업을 하던 중 황당한 경험을 했다.

노트북 화면에 갑자기 '블루스크린'이 뜨는 것이다.

L씨는 "카드 결제한 영수증의 잉크가 다 마르기도 전에 새 노트북에서 블루스크린을 보니 충격을 받았다"며 황당한 심경을 전했다.

노트북을 산 판매점에 이 문제에 대해 문의한 L씨는 해당 판매점의 담당직원으로부터 또다른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담당직원에 따르면 이번에 나온 '그램14'가 불량률이 줄긴 했으나 노트북 초기 불량이나 메모리와의 호환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 이전 모델인 '그램13'의 경우는 10대 중 5대 꼴로 불량이 나와 교체해준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해당 판매점 기준이므로 이러한 수치가 LG전자가 생산하는 '그램' 전체 제품의 평균 수치라고 단정하긴 어럽다하더라도 '초기불량' 문제가 제기 되고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 구체적인 확인을 위해 글로벌이코노믹은 LG전자 서비스센터 현장을 직접 찾아 그램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LG전자 서비스센터에서 노트북을 정비하는 엔지니어 O씨는 "그램에 삼성전자가 생산한 일부 메모리 제품과 연결시 블루스크린이 발생하거나 노트북 가동이 갑자기 멈추는 현상이 발생한다"면서도 "하이닉스 제품을 연결할 경우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메모리 호환'의 문제라고 답했다.
LG전자 서비스센터의 엔지니어는 이 회사의 신제품 '그램14' 노트북에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일부 메모리와의 호환성 문제가 있음을 확인해주었다.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 서비스센터의 엔지니어는 이 회사의 신제품 '그램14' 노트북에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일부 메모리와의 호환성 문제가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그러나 또 다른 기술자 B씨에 따르면 "메모리 호환 문제도 결국 노트북의 초기불량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랜센드(transcend)가 생산한 SSD 제품을 장착한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견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가 크게 많은 수준은 아니다"면서 "생산된 일부 제품에서 SSD나 메모리 업그레이드 과정에 문제가 있었으나 이는 회사가 인증하지 않은 제품을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나 트랜센드 등 그 분야의 세계적인 회사가 만든 제품이 특정 노트북 제품에만 호환이 되지 않게 제품을 생산하겠느냐며 호환성 문제를 언급하는 LG전자 측의 주장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김수환 기자 k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