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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5nm의 벽' 막힌 화웨이, 신형 '기린 X90'도 7nm…기술 격차 더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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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5nm의 벽' 막힌 화웨이, 신형 '기린 X90'도 7nm…기술 격차 더 벌어진다

美·네덜란드 등 DUV 장비 수출 통제에 발목…자체 개발 EDA 툴도 한계
TSMC·삼성 2nm 향하는데…성능·수율·비용 '삼중고'에 신음
미국의 수출 통제로 '5나노의 벽'에 막힌 화웨이가 7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기린 X90' 칩셋. 이로 인해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사진=화웨이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수출 통제로 '5나노의 벽'에 막힌 화웨이가 7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기린 X90' 칩셋. 이로 인해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사진=화웨이
미국의 제재를 받는 화웨이의 기술 한계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최신 노트북 '메이트북 폴드'에 탑재된 핵심 칩 '기린 X90'이 업계 예상을 깨고 구형 7nm 공정으로 생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IT 전문매체 WCCF테크는 22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 파운드리 SMIC의 5nm 공정 전환이 지연되면서 선두 업체와의 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모양새다.

화웨이 같은 기업이 구형 심자외선(DUV) 장비에 의존하면 5nm 이하 미세 공정으로 칩셋을 대량 생산하는 데 상당한 기술적 어려움을 겪는다. DUV 장비로 7nm 이하 공정에 도전하려면 복잡한 멀티 패터닝 기술을 써야 해 생산 효율(수율)은 낮아지고 비용은 급격히 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화웨이와 SMIC가 미국·네덜란드·대만 등의 수출 통제 명단에 오르면서, 사실상 최신 장비를 들여올 길도 막혔다.

◇ 넘기 힘든 5nm의 벽…수율·비용 문제에 '상용화 난항'

반도체 분석 전문 업체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에 따르면, 당초 기린 X90은 5nm(N+3) 공정으로 양산됐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분석 결과 이전 세대인 기린 9020과 같은 7nm(N+2) 공정으로 제조됐다. 화웨이가 이룬 기술 진전은 구형 'N+1' 아키텍처에서 벗어나 성능과 효율을 조금 높이는 데 그쳤다. 5nm SoC를 내놓았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비약적인 발전과는 거리가 먼 수준이다.
이러한 사정은 화웨이와 SMIC가 적어도 한 세대 더 7nm 기술에 머무를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SMIC가 5nm 공정 개발에 일부 성공했더라도, DUV 기반 5nm 공정은 수율이 30~40%에 그치고 생산 단가도 TSMC 등 경쟁사보다 40~50% 더 비싸 상용화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테크인사이츠는 앞으로 1~2년 안에 세계 시장에 2nm 칩셋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며,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세계 수준보다 최소 3세대 이상 뒤처질 것으로 분석했다.

테크인사이츠는 "화웨이가 7nm급 SoC에 머무른다면, 애플(M3·M4 시리즈), AMD(라이젠 8040 시리즈), 퀄컴(스냅드래곤 X 엘리트 시리즈) 같은 경쟁사들보다 여러 세대 뒤처지는 것이다. TSMC, 삼성, 인텔, 라피더스는 앞으로 12개월에서 24개월 안에 고객들에게 2nm 공정을 제공할 것이며, 이로 인해 중국의 공정 기술과 나머지 세계 사이의 격차는 최소 3개 기술 세대 이상으로 벌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 성능 한계와 기술 자립의 딜레마

성능의 한계 또한 뚜렷하다. 7nm 공정은 최신 스마트폰, PC 등에서 바라는 전력 효율과 성능 면에서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이전의 기린 9000S, 9010에 이어 이번 X90 칩셋 모두 경쟁사의 최신 칩과 견줘 성능과 전력 효율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장비만이 아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는 물론, 칩셋 개발에 꼭 필요한 전자설계자동화(EDA) 툴 구매도 금지됐다. 화웨이는 이러한 제재를 내다보고 7nm 칩을 대량 생산하고자 14nm급 EDA 툴을 자체 개발해 맞서고 있다. 중국 정부와 화웨이, SMIC는 기술 자립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첨단 장비·소재·인력 등 핵심 부문에서 세계 공급망과의 격차를 짧은 기간에 이겨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웨이의 5nm 공정 전환은 이처럼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 일부에서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5nm 칩셋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화웨이와 SMIC로서는 당분간 7nm 공정의 효율을 높이고 자체 생태계를 다지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기술 격차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