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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기고 때리고 욕하고, 철구 신태일 등 도넘은 개인방송… 당신의 자녀도 '앙 기모띠'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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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사각지대 유튜브, 브레이크 없는 선정성과 폭력성
BJ 신태일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중 일부. 이미지 확대보기
BJ 신태일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중 일부.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급식충이랑 현피 뜬다’, ‘빵안에서 파리가 나왔다고 X발X아’, ‘이쁜X한테 신음소리 강의하기’.

인기 유튜버(유튜브에 동영상을 업데이트 하는 사람) 신태일씨가 올린 유튜브 동영상 제목들이다. 청소년들을 비하하는 단어인 ‘급식충(급식을 먹는 나이란 말고 벌레를 뜻하는 충의 합성어’)를 내세우고 ‘신음소리’ 등 선정적인 단어를 제목을 써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다. 한 동영상에서 그는 한 제과점에 장난전화를 걸어 ‘빵안에서 파리가 나왔다’며 점원을 윽박지른다. 점원은 해당 제품을 가지고 매장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신태일은 욕을 섞어가면서 점원을 윽박지른다. 이른바 장난전화 ‘콘텐츠’다. 해당 동영상들은 수십만의 동영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 BJ 철구가 올린 동영상 중 일부. 인기 BJ들은 청소년들이 사이에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인기 BJ 철구가 올린 동영상 중 일부. 인기 BJ들은 청소년들이 사이에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동영상을 올리는 건 비단 신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BJ 철구는 선정적인 춤을 추는 일명 ‘여캠’ 방송을 돌아다니며 품평회를 연다. 야한 장면이 나올 때 친구들과 함께 입을 벌리고 얼굴을 붉혀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것이 주된 방송 내용이다. 지난 7월 철구는 자신의 비판하는 시청자를 향해 “매일 기초수급금 받으면서 도시락이라 먹으라”는 말을 해 기초수급자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의 부인인 BJ와 키스를 하며 각종 소리들을 적나라하게 시청자에게 노출하는가 하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비하했다.

해당 동영상들은 청소년 시청제한도 없어 유치원생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들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유명 연예인 못지않다. ‘앙 기모띠’, ‘지리구요’, ‘오지구요’ 등 비속어가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한 배경에도 BJ들이 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즉각적으로 청소년들의 관심사가 되며 연예인의 춤과 노래를 따라하듯 청소년들은 그BJ의 말투와 행동을 익힌다.

신태일은 국내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 TV'에서 활동하다 욕설, 비속어 등을 이유로 영구 이용정지 조치를 받았다. 그 후 신태일은 유튜브로 플랫폼을 옮겨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들을 업로드 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신태일은 국내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 TV'에서 활동하다 욕설, 비속어 등을 이유로 영구 이용정지 조치를 받았다. 그 후 신태일은 유튜브로 플랫폼을 옮겨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들을 업로드 하고 있다.

해당 영상을 규제해야 할 유튜브는 규제에 미온적이다. 이들이 올린 문제적 동영상은 많은 비판에도 현재까지 유튜브에 버젓이 걸려 있다. 방통심의위원회는 유튜브 콘텐츠에 문제가 생길 경우 구글 코리아에 이를 권고하고 통신사업자들을 통해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 인기 BJ들의 동영상은 금세 복사되고 전파돼 다른 채널에서 또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BJ입장에선 해당 콘텐츠가 삭제되더라도 이미 많은 조회수를 올린 뒤라서 금전적인 손해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지난 2월 디지털 마케팅 전문 회사 메조미디어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의 작년 국내 동영상 광고(동영상 앞뒤에 붙이는 광고) 매출은 1168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해외사업자인 유튜브는 국내 매출실적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집행된 광고를 거꾸로 수집하는 방식으로 추산한 수치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 광고비를 집계해 발표한다면 유튜브의 작년 광고매출은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유튜브는 국내 동영상 시장 점유율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방송 관련 민원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방송심의위원회가 발표한 월별매체별 통신심의 신청 민원 접수 현황에 따르면 UCC관련 민원 접수는 상반기 442건(0.5%)에서, 같은해 하반기 1818건(1.6%)으로 크게 늘었다.

유튜브의 자체 규제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조회수가 광고로 직결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특성상 유튜브가 자신들에게 막대한 광고수입을 안겨주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규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상황은 BJ들도 마찬가지다. 타 BJ들보다 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를 내 놓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성공방정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결국 정부기관이 나서야 하지만 방심위 방통위 등은 유튜브가 해외사업자란 이유로 현행 국내법으로는 처벌이 극히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후보시절인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인터넷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의 규제가 없어서다. 지금은 충분히 성장했고 사회적 파장이 커서 이제는 조금 관계기관과 협의해서 규제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이 널리, 깊이 침투해 있는데 산업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문제점을) 방치할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약 두달이 지난 현재까지 인터넷 방송 규제에 대한 방통위의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또 해외사업자를 규제할 법안이 없는 상태에서는 '아프리카 TV' 등 국내 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