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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문어발 확장' 비판 불구 여전히 공격적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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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문어발 확장' 비판 불구 여전히 공격적 M&A

12월에만 지분 투자·인수 4개사…렌터카·제로페이 진출도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뉴시스
골목상권 논란 사업에서 철수하고 혁신사업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한 카카오가 최근 M&A를 확대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 사업이 대부분 B2C 사업으로 혁신사업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주요 계열사들이 전면에 나서 이번 달에만 3개의 회사를 인수했다. 이들 회사는 각각 웹소설 플랫폼, 주차장 운영사, 라이브커머스 기업으로 카카오가 당초 내세운 “IT혁신과 이용자들의 후생을 더할 수 있는 영역 중심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아시아 최대 판타지 웹소설 플랫폼 ‘우시아월드’를 인수했다. 미국 외교관 출신 징핑 라이가 2014년에 세운 우시아월드는 매스마케팅 및 프로모션 없이 오가닉하게 매년 40%가량 매출 성장을 이룬 영문 웹소설 서비스다.

특히 미국에서 탄생한 세계 최대 아시아 판타지 플랫폼으로서 독보적 색깔을 자랑하는 우시아월드는 수많은 세계 웹소설 서비스 중 유일한 남성향 플랫폼이기도 하다. 무협 등 판타지를 사랑하는 영문 번역가, 영미권 독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방대한 웹소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으며 매출의 85%를 정기 구독으로 올릴 만큼 탄탄한 독자층을 자랑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인수를 통해 태국과 일본 웹툰 시장을 점령하고 카카오픽코마와 프랑스에 연합해 진출하는 등 세계 시장에 발판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특히 카카오엔터는 이를 통해 “3년 내 글로벌 거래액 3배 확대”라는 글로벌 비전의 초석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이보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GS그룹의 주차장 계열사인 GS파크24의 지분 100%를 650억원에 인수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GS파크24 인수를 통한 고도화된 주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AI 기술 기반의 만차 예측 기능, 대안 주차장 안내, 교통량 분산 최적화 서비스 등을 개발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GS파크24 측과 협업을 통해 도심 속에서 운전자들이 겪는 주차 문제를 AI 기술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카카오는 이달 초 라이브커머스 기업 그립에 1800억원을 투자해 지분 50%를 확보했다.

그립컴퍼니가 운영하는 ‘그립'은 2019년 2월 론칭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이다. 이용자가 직접 판매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판매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쉽게 모바일로 라이브 방송이 가능하다.
현재 1만7000여명의 판매자들이 입점했으며 출시 2년 10개월 만에 누적 거래액 1000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다수의 오프라인 상점이 그립에 입점하며 새로운 판매 경로를 확보했다.

그립컴퍼니는 B2B 라이브 커머스 솔루션 ‘그립클라우드'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재팬’에 그립클라우드 솔루션을 공급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작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는 그립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경쟁력과 카카오의 확장성 및 기술력을 결합해 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상공인 사업자와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카카오는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와 손잡고 렌터카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현대캐피탈로부터 렌터카 중계 플랫폼 딜카를 80억원에 인수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렌터카조합은 플랫폼 중개서비스 가격·품질의 표준화를 구축하고 플랫폼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규 상생 모델을 발굴하는 등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상생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번 협약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플랫폼 요금, 수수료 인상 등의 사업전반에 연합회와 상생협의체를 운영해 중소사업자의 건의사항을 수렴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카카오는 신한컨소시엄에 참여해 서울시가 발행하는 서울사랑상품권 위탁판매 사업권을 따냈다. 카카오페이로 이미 페이먼트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가 소상공인을 위한 제로페이 사업권까지 따낸 셈이다.

카카오는 신사업에 대한 M&A를 진행하면서 중소사업자와 상생을 위한 협의체를 만드는 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의식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공격적인 사업확장을 강행하면서 ‘문어발’ 확장의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당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 규모와 인력에 비하면 우리가 유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론 중 하나는 한국의 유능하고 재능있는 스타트업과 함께 하는 것”이라며 “기존 재벌 대기업과 다른 방식”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김 의장은 “성장에 취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통렬히 반성한다”며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식 사업 확장 논란 등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앞서 카카오는 올해 9월 상생안을 통해 골목상권 침해 사업 철수와 혁신사업 중심 재편을 약속했다. 카카오는 “IT혁신과 이용자들의 후생을 더할 수 있는 영역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며, 골목상권 논란 사업 등 이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에 대해서는 계열사 정리·철수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산한 카카오 계열사는 총 128개로 SK그룹의 156개 다음으로 많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