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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사태' 핵심 권도형, 해외서 체포…향후 거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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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사태' 핵심 권도형, 해외서 체포…향후 거취는?

유럽 몬테네그로서 서류 위조 혐의 구금…韓·美 검찰 기소
코인 증권성 입증 여부 관건…"美 처벌이 더 무거울 수도"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서 체포, 구금됐다. 사진=AP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서 체포, 구금됐다. 사진=AP통신·뉴시스
지난해 5월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들었던 '테라(LUNA) 폭락 사태'의 핵심 관계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전 대표가 도피 10개월 만에 체포됐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4개 국가에서 그의 신병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몬테네그로 내무부에 따르면 권도형 전 대표는 한국 시각 기준 23일 오후 10시 37분쯤,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여권 등 서류를 위조한 혐의로 측근 한씨와 함께 체포됐다. 그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최고 등급 수배령인 '적색수배' 대상자였다.
권 전 대표는 한국 검찰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수사·조사 대상으로 적색수배령은 지난해 9월 26일 내려졌다. 당시 테라폼랩스 법인 소재지인 싱가포르에 머무르던 그는 아랍에미리트(UAE)를 경유, 국제적 형사사법 공조 등을 지키는 데 미온적이었던 세르비아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위조 서류를 들고 공항을 찾은 이유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수사망을 피해 도주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체포된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의 접경국이다. 한국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권도형 전 대표가 세르비아로 이동한 사실을 확인, 세르비아 정부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테라폼랩스가 운영했던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LUNA는 지난해 5월 9일부터 11일까지 거래가가 70달러(약 9만원)대에서 1사토시(0.00000001비트코인, 약 0.4원)까지 폭락했다. 이러한 폭락으로 많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국내에선 법무법인 엘케이비앤(LKB&)파트너스가 5월 21일 권 전 대표 등을 사기 혐의로 고소, 서울 남부지방검찰에서 사건을 맡아 수사를 진행했다. 미국 검찰 역시 권 전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직후 증권 사기, 통신 사기, 시세 조작 공모 등 8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테라폼랩스 사내 전경. 사진=테라폼랩스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테라폼랩스 사내 전경. 사진=테라폼랩스 유튜브

포드고리차 법원은 최근 권 전 대표와 그의 측근 한씨 등의 구금 기간을 최대 30일로 연장할 것을 명령했다. 이는 몬테네그로 법률상 피의자 임의 구금 기간이 최장 72시간이기 때문이다. 몬테네그로는 문서 위조 혐의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그를 한국이나 미국으로 보내질 전망이다.

법무부 측은 권 전 대표가 국내로 송환되는 것은 물론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와 더불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도 처벌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행법 상 권 전 대표를 강하게 처벌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 그룹 대표 변호사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미등록 증권 발행이 형사 처벌 대상인 것은 맞지만, 검찰이 코인을 투자계약증권으로 해석한다면 헌법이 금지하는 유추해석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현행법상 권 전 대표를 처벌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투자계약증권의 요건에는 발행 주체와 매수자가 공동 사업을 하는 동업자 관계가 인정돼야 하는데 코인은 발행자와 투자자를 동업자라고 보기 어렵다"며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지난 2006년 통합자본시장법 제정 후 한 번도 코인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린 적이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SEC 차원에서 오랜 기간 테라를 조사해온데다 증권성 판례상 발행자와 매수자 사이의 동업관계를 입증할 필요도 없다"며 "국민 감정에 반하는 일이긴 하나 미국에서 재판을 받는 쪽이 권 전 대표에게 더욱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평했다.

테라폼랩스 법무팀 3인방이 5월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테라폼랩스이미지 확대보기
테라폼랩스 법무팀 3인방이 5월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테라폼랩스

테라 폭락 사태는 지난해 이른바 '암호화폐 겨울'이라 불리는 가상자산 투자 시장 경색을 불러왔다. 폭락이 일어난 사흘 동안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의 거래가는 4300만원대에서 3400만원대로 20% 떨어졌다.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 약 400조원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락 사태가 있기 전부터 권 전 대표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이른바 '한국의 일론 머스크'로 불렸다. 그는 폭락 사태 3개월 후인 8월, 블록체인 전문지 코이니지와의 인터뷰에서 "테라는 내부 정보를 가진 이의 가치 하락 공세가 원인으로, 나 또한 큰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또 인터폴 수배를 받기 직전인 지난해 9월에 그는 "나는 도주하고 있지 않으며 정부 기관의 수사에 전폭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수배가 내려진 후에는 "작금의 사태 해명을 위한 콘퍼런스를 열 것이며 세계 각국 경찰들의 참석을 환영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업계는 폭락 사태 발생 당시 '암호화폐 업계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다"고 칭했다. 미국 경제지 포춘은 권 전 대표를 과거 질병 진단 키트 개발을 허위로 발표해 '실리콘밸리 최고의 사기꾼'으로 불린 엘리자베스 홈즈에 빗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권 전 대표가 어디에서 먼저 처벌을 받는다 해도 그게 끝은 아닐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피해자가 많이 발생한 사건인 만큼, 한 곳에서 형기를 마치고 나온다 해도 타국에서 추가로 신병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