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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적지만 충성도 높아…'황금폭포' 대만으로 향하는 게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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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적지만 충성도 높아…'황금폭포' 대만으로 향하는 게임계

국산 MMORPG 텃밭…서브컬처 신작들도 가세
지난해 매출 비중 절반으로 줄어…"신작 성과 중요"
5월 27일 기준 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상위 10개 게임의 목록. 사진=모바일인덱스, 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5월 27일 기준 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상위 10개 게임의 목록. 사진=모바일인덱스, 이원용 기자
국산 시장에서 경쟁하던 신작들이 연이어 대만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국내와 유사한 점이 많은 게이머 환경, 적은 인구 수 대비 높은 충성도와 과금력 등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넥슨이 지난해 8월 국내에 선보인 '히트(HIT)2'는 최근 대만 버전이 출시된 직후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올랐다. 중화권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원신'에 업데이트가 적용된 후 순위 다툼이 벌어졌으나, 오히려 원신을 밀어내고 며칠째 1위를 굳건히 지켰다.

대만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매출 최상위 10개 게임 중 5개 게임이 국산 게임이다. 엔씨소프트(NC) '리니지M' 등 모바일 리니지 3종과 카카오게임즈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 MMORPG에 시프트업의 서브컬처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도 순위에 들었다.

대만은 매년 2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글로벌 게임쇼"란 모토 아래 타이베이 게임쇼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2월 2일부터 5일까지 열린 게임쇼에는 컴투스가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을, 네오위즈는 'P의 거짓'을 선보였다. 펄어비스와 NC는 인디 게임 부스의 후원사로 참여했다.
대만에서 열린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프레스 콘퍼런스 행사장의 모습. 사진=컴투스이미지 확대보기
대만에서 열린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프레스 콘퍼런스 행사장의 모습. 사진=컴투스

세계 게임 시장 전체를 두고 보면 대만은 넓은 시장이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년 대한민국 게임 백서에 따르면 대만은 세계 전체 게임 시장에서 1.4%의 비중을 차지한 10위 시장이다. 같은 기간 한국은 7.6%로 4위에 올랐다.

하지만 대만 게임 시장은 한국 입장에서 지리학적으로 가깝고 인문 환경이 유사한 동아시아 시장이라는 점, RPG를 선호하는 등 국내 이용자와 겹치는 면이 강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모바일 게임에 있어 이용자 충성도가 높다는 점이 특이한 포인트다. 시장 조사업체 라티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만 모바일 게이머들의 1인당 평균 과금액(ARPU)은 66.5달러로, 한국의 65.4달러 대비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만 시장에서 재미를 본 대표적인 기업은 NC다. 지난해 기준 NC의 아시아 시장 매출은 625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4.3%가 아시아에서 나왔다. NC의 간판으로 꼽히는 모바일 리니지 3종이 중국에 출시되지 않은 만큼 대부분의 매출은 대만과 일본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만 게임 시장을 현지 명소 '황금폭포'에 빗댔다. 그는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금빛의 폭포처럼, 대만 시장은 규모에 비해 충성도나 과금력, 이용자 활동성 면에서 결코 대형 시장에 뒤지지 않는다"고 평했다.

'블루 아카이브' 대만 버전 '울람당안(蔚藍檔案)' 운영진이 2023년 1월 1일 새해를 맞아 공개한 축하 영상. 사진=울람당안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블루 아카이브' 대만 버전 '울람당안(蔚藍檔案)' 운영진이 2023년 1월 1일 새해를 맞아 공개한 축하 영상. 사진=울람당안 공식 유튜브

국산 게임들이 대만 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의 이면에는 NC를 제외한 대부분 게임사들이 최근 대만 시장에서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이는 대만에 출시되는 신작들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앞서 언급한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산 게임의 전체 수출액에서 대만 시장 수출의 비중은 6.4%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2.5%와 비교했을 때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특히 국산 게임 중에선 MMORPG 외에도 일본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서브컬처 장르의 성과가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대만 매출 최상위권에는 국산 게임 '니케' 외에도 호요버스의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 소니 '페이트 그랜드 오더' 등 서브컬처 게임이 다수 포진해 있다.

국산 모바일 서브컬처 신작들도 대만 시장 공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넥슨 '블루 아카이브'는 올 초 신년을 기념해 버추얼 유튜버 기술을 활용한 방송을 선보였다. 스마일게이트의 서브컬처 신작 '아우터플레인'은 5월 23일 글로벌 출시 직후 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 국내 게임사 글로벌 사업 담당자는 "대만은 중대형 게임사라면 누구나, 대부분 장르의 게임 개발 과정에서 고려하는 주요 타깃 시장 중 하나"라며 "서브컬처 시장에서도 종주국 일본과 더불어 중요한 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향후 현지화 등을 위한 고민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