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숙의 CEO캐리커처] 류진 풍산그룹 회장

류 회장의 핏속에는 임진왜란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서애 류성룡 선생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렇기에 기업을 이끌면서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방위산업으로 나라에 애국해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 하고 있는 것이다.
류 회장은 지난달 KBS에서 방영을 시작한 TV사극 '징비록'을 후원하도록 한 것도 당신 집안의 어른을 조명한 사극이어서이기도 하지만 서애 선생을 통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한번쯤 생각해보자는 의도에서다. 그의 모친 배준영 여사가 돌아가셨을 때 각계의 조문이 이어진 것도 모나지 않고 두루 주변 사람들과 교유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류 회장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풍산그룹이 해야 할 역할을 스포츠에 비유해 이렇게 말한다. "스포츠에서는 각자가 맡은 역할을 잘하면 승리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도 자리에 맞는 사람들을 배치하여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지난달까지 한국비철금속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자리를 내놓은 류진 회장은 "햇빛만 있으면 사막이 됩니다"고 강조했다. 좋은 일만 있으면 황폐화된다는 뜻으로, 시련과 고통, 우여곡절이 있어야 성공의 기회가 있다는 주장이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 선생은 1592년부터 1598년까지 7년간 전란의 원인과 전황을 담은 '징비록'을 남겼다. '징비록'의 제목 '징비'는 시경에 나오는 '예기징이비역환(豫其懲而毖役患·미리 징계해 후환을 경계한다)'이란 구절에서 따왔는데 풍산그룹 류진 회장도 날로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해 어떤 대비를 하고 있을까.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