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2조6000억…사상 첫 흑자
백신‧신약개발 등 가치사슬 구축에 집중
백신‧신약개발 등 가치사슬 구축에 집중

지난달 31일 SK그룹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담당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팜테코, SK바이오팜, SK케미칼 등 4개 계열사의 2021년 기준 자산총액은 4조7426억원, 매출액은 2조6282억원, 영업이익은 7116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자산 3조150억원, 매출 1조3448억원, 영업손실 1219억원) 대비 자산은 약 57%, 매출은 약 2배 늘어났다. 무엇보다 SK바이오팜의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에 따라 적자였던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로써 SK그룹은 바이오 사업을 시작한 지 처음으로 흑자시대를 열었다.
그룹 전체에서 바이오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자산과 매출 비중은 2020년 1.3%, 1.0%에서 지난해 각각 1.6%로 증가했다. 영업이익 비중은 3.6%에 달했다. 이로써 SK그룹의 바이오 사업은 석유화학과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기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과 바이오 업계 선두권에 있는 셀트리온그룹과도 본격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지난해 삼성(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 사업(매출 2조4141억원, 영업이익 7273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셀트리온그룹(셀트리온·헬스케어·제약 등)은 각각 3조535억원, 8372억원이었다. SK그룹은 올해도 지난해에 못지 않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 내년 이후에는 국내 바이오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에는 30년이 넘도록 대를 이어가며 지속해온 오너 일가의 관심과 투자가 바탕이 됐다.
지난 1988년 7월 최종현 선대회장은 "선경(SK)그룹은 제약 부문을 그룹 주력 사업의 하나로 육성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약 부문 육성을 위한 장기투자계획을 확정한다"고 선포했다. 사업 진출 공식화는 그 때였으나 최종현 선대회장은 이전부터 바이오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착실히 준비했다. 1972년 설립한 서해개발주식회사(현 SK임업)가 주인공이다. 그는 회사를 설립해 황폐화한 대한민국 국토를 푸르게 바꾸고자 산림사업을 시작했다. 각 지역에 걸맞는 나무를 심기 위해 품종을 연구했는데 이러한 노하우가 바이오 사업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이 경기도 용인에 자연농연(현 에버랜드)을 만든 뒤 나무와 가축 등 품종 개량을 시도하면서 바이오 사업의 기반을 놓은 것과 일치한다.
SK그룹의 다른 주력사업 노하우도 바이오 사업에 접목시켰다. 섬유와 석유화학 사업에서 얻은 화학물질 개발 기술은 신약과 백신 개발에 응용했고, ICT는 AI(인공지능) 등과 바이오 기술의 결합에 활용하고 있다. 반도체 개발‧생산 기술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설비 구축과 결합했다. 이를 통해 SK그룹은 바이오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가치사슬을 구축한 것으로 분석된다.
SK그룹 관계자는 "기초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은 오너 일가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임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간내 성공하려면 우리의 강점인 인수‧합병(M&A)을 활용할 수도 있었지만 오너 일가는 바이오만큼은 맨땅에서 시작해 성공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믿음을 실천했다"고 밝혔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