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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의 '빠른 매각' 결정…대우조선, 결국 쪼개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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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의 '빠른 매각' 결정…대우조선, 결국 쪼개지나

산은 "가격보다 속도 집중"…방산·상선·해양 등 분할매각설
노조 반발·기술 유출 우려 등에 분할매각이 더 지연될 수도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지난 7월23일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30만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을 진수했다. 사진=대우조선해양이미지 확대보기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지난 7월23일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30만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을 진수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의 분할매각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우조선해양의 채권단 수장을 맡고 있는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빠르게 매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분할매각에 따른 노동조합의 반대와 기술유출 우려, 매각 가격 재산정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산적해 있어 대우조선해양의 재매각이 KDB산업은행의 의도처럼 빠르게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매각 가격보다 빠른 매각(속도)에 힘쓰겠다"면서 "재매각절차를 서둘러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분할매각 여부와 관련해 "빠른 매각이 중요한 상황에서 여러 조건을 달수는 없다"면서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논의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이미 두 차례나 진행된 바 있다. 먼저 한화그룹이 지난 2008년 6조7000억원의 가격으로 대우조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론사태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한화그룹이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이어 2019년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1조5000억원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연합 등에서 두 기업의 기업결함에 따른 독과점 문제를 우려하면서 결국 불발됐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현재까지 대우조선에 13조원대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상태다.

조선업계와 금융권에서는 이번 강 회장의 발언으로 대우조선해양이 분할매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매각 가격보다 매각 속도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매각 자체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일단 대우조선의 주력 3개 사업부인 상선·특수선·해양플랜트 사업부를 모두 분할해 매각하는 방안을 주목하고 있다. 이중 잠수함을 비롯한 방산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특수선 사업부문을 제외하고 상선부문과 해양플랜트부문은 빠른 분리할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잇따른 수주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상선 부문은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대우조선해양 분할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KDB산업은행의 의도대로 빠른 재매각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반발과 기술유출 가능성 등으로 인해 매각이 오히려 더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우조선 노조는 KDB산업은행의 '빠른 매각 방침'이 공개된 후 곧바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16일 민주노총 경남본부에서 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 재매각은 노조를 비롯한 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면서 "분할매각될 경우 해외매각과정에서 기술유출 우려가 높은 만큼 분리 및 해외매각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KDB산업은행의 의도와 달리 대우조선해양의 분할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대우조선은 현재 거제도 옥포조선소 내에서 특수선부문과 상선부문, 해양플랜트부문이 모두 같은 야드를 공용으로 사용 중이다. 같은 야드를 공유하는 만큼 상선부문과 특수선부문이 사실상 생산과정을 공유하고 있어 분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추가비용을 들여 생산 공정 공유부문을 막아야 하는데.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생산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돼 매각과정에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매각으로 인한 기술 유출 가능성도 빠른 매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분할매각될 경우 상선부문이 해외 자본이나 기업들에 매각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대우조선 상선부문 인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해외 기업이나 자본이 대우조선해양 상선부문을 인수할 경우 대우조선이 보유한 뛰어난 기술력과 노하우를 단숨에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빠른 매각을 위해 대우조선을 분할매각했다가 되레 국내 조선산업계에 새로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권과 조선업계에서는 분리매각보다는 재매각 가격을 낮추는 게 현실적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분리매각의 경우 각 사업부문별 시너지가 사라지면서 매각가격이 낮아져 빠른 매각이 가능할 수 있지만, 노조의 반대와 기술유출 가능성 등으로 매각이 오히려 더 지연될 수 있다"면서 "국내 기업 및 자본 중에서 인수 여력이 충분한 업체를 먼저 선정한 후 매각작업을 조율해 나가는 게 더 빠른 매각을 위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