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성큼 다가온 6G 시대, 글로벌 경쟁 심화

공유
1

성큼 다가온 6G 시대, 글로벌 경쟁 심화

한국, 5년간 2147억원 예산 들여 지원
완전 자율 주행차 등 대규모 서비스 가능

사진=LS전선 뉴스프레소이미지 확대보기
사진=LS전선 뉴스프레소

6세대 이동통신(6G)이 미래 신산업 성장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2012년부터 상용화된 4G는 스마트폰을 위한 데이터 송수신 서비스였다. 이후 2020년 상용화된 5G는 스마트폰을 넘어서 자동차, 드론, 비대면 서비스 등 첨단 단말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5G의 뒤를 이을 6G는 더욱 발전된 속도와 서비스 거리를 바탕으로 산업 전반에 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LS전선 뉴스룸인 뉴스프레소에 따르면 6G의 요체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간행물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연구진은 6G 연구 사업을 초성능·초대역·초공간·초정밀·초지능의 5대 중점 분야로 나누고, 각 분야별로 전략 과제를 만들어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G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속도다.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주파수의 대역폭이 넓어져야 한다. 6G는 테라헤르츠(THz)를 통신대역 후보로 점찍고 있다. 테라헤르츠는 0.3~3THz를 주파수 대역으로 삼는다. 기존 국내의 5G 통신사업자에게 할당된 전체 대역폭(2.4기가헤르츠)의 1000배에 가깝다. 대역폭을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 자체의 통신 속도도 빨라진다.

ETRI가 개발 목표로 삼은 6G의 최고 속도는 초당 1테라바이트(1Tbps)에 달한다. 초당 기가비트(Gbps)로 환산하면 1000Gbps로, 5G 통신 최고 속도인 20Gbps보다 50배나 빠르다. 네트워크 반응 속도를 뜻하는 지연도는 0.1밀리초로, 5G 지연도의 10분의 1 수준이다. 내가 입력한 데이터가 네트워크를 통해 수신 측에게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만분의 1초라는 얘기다.

공간 초월한 네트워크, 초공간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초기 단계의 6G 기술이 뜻밖의 주목을 받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모든 통신 케이블을 끊었다. 일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 상공에 통신위성을 띄우는 '스타링크 서비스'로 응수했다. 물리적 케이블의 연결이 어려워진 우크라이나는 기존 네트워크에 연결된 위성을 이용해 정상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다.

6G는 저궤도 통신위성을 이용해 기존의 이동통신 기술과 위성통신 기술을 융합한다. 덕분에 해상이나 오지 등 기존 기술로는 통신이 어려웠던 곳도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나 비행기, 드론도 위성을 통해 원활한 통신이 가능해진다. 특히, '완전한 자율주행'으로 불리는 5단계 자율주행의 경우, 각각의 차량이 서로의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도로를 주행해야 하기 때문에 장소의 제약을 벗어난 고성능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6G 도입이 활성화되면 사람·사물·공간이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만물 인터넷 시대가 올 것이라는 분석은 이 때문이다.

똑똑하고 정밀하게, 초지능·초정밀


무선 통신이 발달하면서 정밀한 통신을 방해하는 전파 간섭은 네트워크의 주적이 되었다.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데이터의 전송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초고주파까지 데이터 전송에 사용하는 광대역 통신망은 기지국을 더 촘촘하게 건설해야 했다. 기지국이 촘촘해지면 기지국끼리 데이터 간섭 현상이 발생해 통신 품질이 떨어진다. 테라 헤르츠 대역폭을 사용하는 6G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6G의 핵심으로 꼽히는 위성통신 기술은 무선통신의 양을 증폭시켜, 간섭 문제 해결을 더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간섭을 줄이기 위해 특정 주파수를 통과시키고 그 외 대역에서는 신호를 차단하는 '주파수 필터 필름'을 활용했지만, ETRI는 통신 간섭을 자체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지능형 무선 액세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장거리에서도 데이터 지연을 줄이는 '종단간 고정밀 네트워크 기술'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만들 계획이다.

기술 확보 글로벌 경쟁 심화


세계 각국 정부와 업계는 6G 기술을 미래 신산업 성장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로 정의하고, 기술 개발과 국제 표준 선점을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 미국은 6G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2017년부터 장기 6G 연구 개발에 착수했으며, 중국은 2018년부터 매년 5년 단위의 6G 연구 개발을 추진 중이다. 2019년에는 공식 6G 전담 기구를 출범하기도 했다. 유럽은 2021년부터 6G 연구 개발을 위한 6G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마련했으며, 투입되는 비용만 약 3500억원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2020년 '6G 시대 선도를 위한 미래 이동통신 연구개발 추진전략'을 발표했으며, 5년간 2147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해 삼성전자, KAIST 등 37개 공동연구기관이 '6G 핵심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5G 상용화 첫 해인 2019년부터 6G 선행 기술을 연구해왔다. 자체 연구 조직인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 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2024년까지 6G를 비롯해 시스템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AI)·로봇 등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2021년에는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UCSB)와 함께 테라헤르츠 대역 통신 시스템 시연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통신 3사도 국내외 기업·연구소와 손을 잡고 6G 기술 확보전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노키아, 에릭슨과 손잡고 6G 주요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KT는 서울대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와 함께 6G 기술을 연구 중이다. 개발 방향과 표준화 등 분야에서 협업한다. LG유플러스는 6G 기술 개발을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KAIST, LG전자와 함께 국책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비(非)지상 네트워크, Tbps급 무선 통신, ㎔급 무선 전송, 기능형 액세스 기술 개발 등에서 협업한다.

벌써부터 6G? 준비가 필요하다


6G를 통하면 실시간 원격 수술, 완전 자율 주행차, 에어 택시, 디지털 트윈 기반 도시 관리 등 각종 고도화된 융합 서비스를 대규모로 벌일 수 있지만, 아직까지 많은 대중들은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5G 기술이 도입된 지 3년이 가까워 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4G 네트워크에 비해 큰 차이를 실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고속 전송의 핵심인 극고주파(28GHz/39GHz) 장비가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주파 통신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지만, 신호 도달 거리가 짧고 장애물에 취약하다.

6G의 도입은 이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고속 데이터 전송과 초저지연을 달성하기 위해 주파수 대역을 더 강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안테나 기술이 필요하다. 안테나 외에도 쌍방향 정보 전송 방식의 혁신, 최적의 속도와 지연을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성 기술, 이것도 모자라 신호 분배 및 활용에 필요한 인공지능까지 동원해야 한다. 그만큼 투자 비용이 높아질 것이고 자연스레 사용자의 통신비 부담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마치 지금의 5G처럼, 비용과 성능 사이의 균형은 6G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