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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美 채권 팔아 금 '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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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美 채권 팔아 금 '사재기'

지난 30년 동안 금은 서방에서 아시아로 이동해 왔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세계 금 시장의 50%를 소비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0년 동안 금은 서방에서 아시아로 이동해 왔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세계 금 시장의 50%를 소비한다. 사진=로이터
중국과 인도는 세계적으로 금 보유 욕망이 큰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국가에서 소비하는 금이 전 세계 수요의 50%를 차지한다는 발표도 있었다.

중국이나 인도는 금을 보유함으로써 경제적 불안정이나 인플레이션으로부터 개인 자산과 자국 경제를 보호하고,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고 한다.
반면 서양에서는 일정 수준 금 보유 외에 금이 실제 위기에는 환금성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배당이나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으로 보고 굳이 금을 추가적으로 늘리는 것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금 보유 현황


2022년 국제 금 수요는 3303톤에 달했다. 금 소비가 가장 높은 국가에서 코로나 이후 금 수요가 증가한 때문이다.

2020년 세계의 금 소비는 대부분 국가의 경제 중단으로 인해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2301톤으로 떨어졌다. 2023년 중국에서 경기의 회복이 느리고 환율이 악화되자 개인들의 금 수요가 줄었다. 경기와 직결된 자산이다.

단일 최대 금 구매자는 미국 연준(Fed), 중국 인민은행, 인도 중앙은행 등 세계 주요 경제권의 중앙은행이다. 금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강화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준비금 다양화, 위험 관리, 경제 안정성 강화 차원에서 금을 확보한다. 세계금평의회에 따르면, 중앙은행들의 순매수는 2022년에 1136톤에 달했고, 그 가치는 700억 달러로 추정되었다.

스태티스타(Statista)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으로 미국이 8133톤, 독일은 3355톤, 이탈리아가 2451톤, 프랑스가 2436톤, 러시아가 2298톤, 중국이 1984톤, 인도가 785톤을 보유한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나 인도, 러시아는 통계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아 실제 보유 규모는 이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금 소비 현황


세계금평의회에 따르면 연도별로 금 소비량은 중국과 인도가 2010년에 가장 큰 금 소비국이었다. 두 나라는 2022년에 각각 824.9톤과 774톤으로 이 상태를 유지했다.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독일과 튀르키예, 이란이 있다.

글로벌 금 소비가 가장 높은 국가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비슷했지만, 국가들이 금 소비를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등 일부 변화는 있었다. 특히 2009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에 중앙은행들은 전 세계적으로 금 보유고를 늘리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의 엄격한 방역 조치와 인도의 코로나 충격으로 개인 차원 구매가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중국의 금 수요는 2010년 이후 역대 최저치인 641톤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인도도 2020년에는 446톤으로 급감했다.

◇중국과 인도의 금 선호 지속과 그 배경


지난 30년 동안 금은 서방에서 아시아로 꾸준히 이동했다. 30년 전 세계금평의회가 첫 번째 금 수요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 아시아 수요는 세계 전체 수요의 45%를 차지했다. 오늘날 세계 금 수요의 아시아 점유율은 60%에 육박하고 있다. 15%나 늘어난 것이다.

중국과 인도는 금의 동부 이주를 주도했다. 금의 ‘슈퍼 소비자’이다. 30년 전 중국과 인도는 연간 소비자 금 수요의 약 20%를 차지했지만 오늘날 두 나라는 금 수요의 거의 50%를 차지한다.

지난 30년 동안 아시아의 금 수요는 전 세계 금 수요의 45%에서 거의 60%로 증가했다.

중국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1990년대에 금 구입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 연간 금 소비량이 5배로 증가해 세계 최대의 금 소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인도는 금이 단순한 사치품이 아니라 가치 있는 자산으로 취급된다. 가정의 약 87%가 일정량의 귀금속을 소유하고 있으며 특히 시골 지역에서는 종종 저축 및 재산 보존의 형태로 구입하고 있다.

인도의 금 혁명은 정부 정책 변화로 시장이 자유로워진 1990년대 초중반에 시작되었다. 1992년 인도 금 수요는 340톤이었다. 2022년에는 742톤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인도는 현재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금 소비국이다.

금은 인도에서 사치품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도 금을 산다. 인도의 가구 2명 중 1명은 지난 5년 이내에 금을 구입했다. 전반적으로 전국 가구의 87%가 약간의 금을 소유하고 있다.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가구도 얼마씩 금을 소유하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하위 10%에 속하는 가족의 75% 이상이 금을 구입했다.

인도 가구는 약 2만5000톤의 금을 소유하고 있으며 인도의 대규모 암시장을 감안할 때 그 규모는 더 클 수 있다.

경제 성장은 아시아의 금 수요를 촉진하는 데 동력이 되었다. 세계금평의회에서 설명했듯이 폭발적인 경제 성장, 급속한 도시화 및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한된 범위의 투자로 인해 금 투자 상품에 대한 구매가 늘었다. 즉, 풍요의 증가가 금 소유로 치환된 측면이 있다. 튀르키예, 태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최근 몇 년간 금 수입이 증가했다.

2022년 말 미시적 수준에서 서양에서 동양으로 금이 이동했다. 많은 서양 투자자, 특히 기관 수준에서 금을 팔았다. 한편, 아시아 바이어들은 저렴한 가격을 이용해 더 저렴한 금을 살 수 있었다.

CME그룹과 런던 금시장협회(London Bullion Market Association)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4월에서 10월 사이에 뉴욕과 런던 금고에서 527톤 이상의 금이 유출되었고 동시에 중국의 금 수입은 2022년 8월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경기 회복 지연으로 개인들의 금 수요 줄어


3년간의 코로나 경제봉쇄 활동 이후 억눌린 수요와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보았지만 회복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경제 성장이 지연되면서 금은보석 소매 매출의 급속한 확대는 5월에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에 그쳤다. 이는 지난 두 달 동안 기록한 44%와 37% 성장률보다 더딘 것이다. 6월에도 마찬가지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수요가 줄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의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경제가 불안정해지자 사람들이 현금을 보유하려고 하는 것이다. 중국 현지 금 시장에서는 금값 폭락 없이는 매수가 급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개인들의 매수는 줄었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중국 인민은행 차원의 구매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중앙은행은 미국 채권을 팔아서 금을 사들였다.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를 보면서 미국 국채나 달러 자산 보유가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중국에서 이 비중을 줄이고 대체 안전자산으로 금을 사들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