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투자와 생산량 확대 전략의 어려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 업계가 흑자전환에 성공해 반등 국면에 들어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와 생산량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생산량 확대는 자칫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생산량 확대보다는 기술개발에 더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가 호황이 예상됨에도 생산능력 확대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까닭은 반도체 산업이 호황과 불황이 빠르게 반복되는 대표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호황을 예상하고 무턱대고 생산시설을 늘리면 공급과잉으로 물건값이 낮아지고 재고 물량이 많아지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감산을 통해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을 조절한 것도 동일한 원리다.
양사가 생산능력 확대를 결정한 배경은 반도체 산업 호황이 내년이나 적어도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가 이 같은 전망을 하는 데에는 반도체 업계 회복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HBM이 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2025년에도 올해 대비 최고 2배 이상 HBM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HBM 생산 측면에서 제품이 내년까지 대부분 솔드아웃됐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은 HBM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전체 D램 매출 중 HBM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등 시장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체 D램 시장 매출액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0%, 내년에는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매출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HBM의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HBM 공급 물량이 완판됐을 정도로 시장의 수요가 높다"면서 "공급 물량이 적으면 가격 상승 가능성도 높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