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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철태만상(45)] 먼지 속에서 추출한 재활용 아연 3조88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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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철태만상(45)] 먼지 속에서 추출한 재활용 아연 3조8800억원

광명시의 한 고물가게에서 철제 쓰레기 더미를 크레인이 옮기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광명시의 한 고물가게에서 철제 쓰레기 더미를 크레인이 옮기고 있다. 사진=로이터
철강공장의 핫플레이스는 제강공장이다. 이곳에서 쇳물을 만드는 장면을 한 번쯤 목격했다면 행운아다. 쇳물이 ‘탄생’하는 순간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샛노란 색깔의 쇳물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명화다.

전기아크로의 원료는 철스크랩이다. 이 철스크랩을 녹여 쇳물로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환경 폐기물인 슬래그(Slag)와 분진(Dust)이 발생한다. 슬래그는 쇳물의 농도를 맞추고 응결력을 높이기 위해 첨가되는 화학물질과 함께 ‘철 찌꺼기’가 된다. 이 쇳물 찌꺼기는 환경 폐기물이지만 시멘트 대용으로 널리 사용된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의하면 2022년에 국내에서 발생한 슬래그는 총 2451만t에 이른다. 이 가운데 96.7%를 재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분진이다. 분진은 철스크랩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이다. 이 먼지들은 집진기로 모아 별도로 처리해야 하는 환경 폐기물이다. 이 제강 분진의 국내 발생량은 연간 35만t 이상에 달한다. 분진의 처리와 매립비용은 제강사들에게 큰 부담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처리는 더욱 까다롭다.

2005년 영국 징콕스 리소스의 자회사 징콕스코리아는 국내 9개 제강회사에 제강분진 재활용 사업을 제안했다. 분진을 무상으로 처리해 주는 대신 10년간 독점권 갖게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이 제안은 분진 처리로 울고 싶은 제강사들의 뺨 때린 격이었다. 제강사들은 징콕스코리아와 전격 협력했다.
징콕스코리아는 경주 천북산단에 제강분진 재활용플랜트 건설했다. 이 회사는 분진에서 아연을 추출했다. 철스크랩은 대부분 아연 도금한 철 조각이었으므로 가능한 일이었다. 징콕스코리아는 연간 16만t의 분진을 처리하면서 순도 65%에 달하는 아연을 재창출했다. 2015년에 분진 처리를 통해 얻은 조산화아연은 평균 4500t에 달했다. 이 조산화아연은 고려아연에 판매됐다. 고려아연은 경영난을 겪고 있던 징콕스코리아의 대여금 687억 원을 출자전환해 2016년 4월 아예 경영권(90%)을 확보했다.

글로벌 전기 아크로(EAF)의 분진 재활용 시장은 2019-2022년 기간 동안 490%의 주목할 만한 연평균 성장률(CAGR)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14억8000만달러(약1조9824억원)의 가치를 창출했다. 글로벌 분진 시장은 2029년까지 29억달러(약3조8802억원)에 달한다는 예상이다.

전기아크로(EAF) 분진에는 중금속(아연, 납)과 발암물질(다이옥신) 등 유해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EAF 분진에는 아연, 납, 철과 같은 귀중한 금속이 포함되어 있어 재활용한다면 귀중한 자원을 회수할 수 있고 1차 금속 매장량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려아연과 LS MnM, 영풍 등 비철금속업계는 아연 정광을 들여와 국내에서 정련 과정을 거치는데, 이 정광에는 아연뿐만 아니라 황, 카드늄 등 중금속과 다양한 광물이 포함되어 있다. 통상 중금속이 방출되면 환경을 오염시키고 폐수에 따른 수질오염 문제도 적지 않다. 따라서 국내 비철금속 기업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연 정광 대신 2차 원료인 제강 분진에서 추출된 재활용아연을 더 선호한다.

작년에 국내에서 발생된 고로슬래그는 1441만t이다. 이 가운데 1282만t(89%)이 시멘트 원료로 쓰였다. 제선슬래그는 지난해 929만t 가운데 634만t이 도로용과 성·복토용으로 재활용됐다. 재활용시대에는 타고 남은 재도 다시 봐야 한다. 제강 분진에서 이렇게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인지 누가 알았을까?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


김종대 글로벌i코드 편집위원 jdkim871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