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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칩 수요 폭증, 삼성전자·SK하이닉스 표정도 ‘방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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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칩 수요 폭증, 삼성전자·SK하이닉스 표정도 ‘방끗’

생성 AI '챗GPT' 돌풍으로 HBM3 메모리카드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이미지 확대보기
생성 AI '챗GPT' 돌풍으로 HBM3 메모리카드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챗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산업계 전반에 AI 열풍을 불러왔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반도체 업계로 이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애플 등 IT 선도기업들을 중심으로 신규 AI 투자가 늘면서 필수재인 AI 반도체도 대량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AI 반도체 대표주자 엔비디아는 올 한 해에만 주가가 200% 이상 폭등하며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고, 2분기 순이익만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43%나 증가하며 훨훨 날아올랐다.

AI 열풍과 그로 인한 AI 반도체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는 최근 미국 현지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세우고 있는 삼성을 비롯,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훈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급 위기의 AI 반도체, 삼성 미국 공장에 큰 호재


미국은 지난해 8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와 자국 내 반도체 제조업 살리기 등을 위한 ‘반도체법(CHIPS)’을 시행했다.

미 정부로부터 강력한 요청을 받은 삼성전자도 총 170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우고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빠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때마침 불어닥친 AI 반도체 수요 폭증은 삼성에게 최고의 호재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다. 뒤늦게 인텔, AMD, 퀄컴 등이 열심히 뒤를 쫓고 있지만, 그럴수록 엔비디아는 더욱 격차를 벌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그 결과 현재 엔비디아의 AI 칩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기존 물량을 죄다 쓸어간 데다, 내년 물량까지 선점하면서 공급 위기설마저 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AI 칩을 받으려면 주문 후 최소 40주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AI 칩을 수탁생산 하는 TSMC의 공급 상황도 이미 한계다. 현재 미국에 짓고 있는 공장에 이어 부랴부랴 대만 본진에도 신규 공장을 세우는 중이지만, 완공되고 가동되기까지는 적어도 2~3년은 걸린다.

게다가 엔비디아는 자사의 주력 AI 칩 ‘A100’은 물론, 차세대 ‘H100’ 칩 등의 생산량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엔비디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내년 H100 칩 출하량을 올해의 최소 3배, 최대 4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보도했다.

이는 TSMC 단독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은 물량이다. 현재 설립 중인 TSMC 미국 공장의 생산 예정 물량은 이미 TSMC의 최대 고객 애플이 거의 선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신규 공장은 이제야 짓기 시작했다. 엔비디아가 계획대로 AI 칩 공급을 늘리려면 TSMC와 동급의 기술력과 생산력, 경험을 갖춘 삼성의 파운드리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자체 공장을 갖춘 인텔을 제외한 AMD, 퀄컴 등 후발주자들도 AI 칩을 생산하고 공급을 늘리려면 각자 할당된 TSMC의 생산 물량 일부를 AI 칩으로 돌리거나, 삼성 등 다른 파운드리에 위탁하는 방법밖에 없다.

꼭 AI 칩이 아니어도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슈퍼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고성능 컴퓨팅(HPC) 프로세서, 5G 통신칩 등의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 입장에선 미국 현지 파운드리 신규 고객 및 물량 수주에 최고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AI칩과 함께 증가하는 HBM 수요…SK하이닉스도 덩달아 혜택


AI 반도체 수요 증가는 삼성은 물론 SK하이닉스에도 호재다. 엔비디아 주력 AI 칩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이 시장을 양분하는 최신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반드시 포함되기 때문이다. AI 칩 수요가 늘수록 HBM의 출하량과 매출 역시 덩달아 수직상승한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미국 패키징(후공정) 특화 공장 설립 계획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HBM이 최고 성능을 발휘하려면 AI 칩의 핵심인 GPU(그래픽 처리 유닛)와 같은 기판에 통합하는 패키징 공정이 필수다. HBM 제조사가 패키징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어 경쟁력이 높아진다. 엔비디아 AI 칩의 최종 패키징을 독점 중인 TSMC의 물량을 가져오기에도 유리해진다. SK하이닉스가 미국 패키징 공장 설립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도 자사 파운드리를 통해 패키징 서비스를 지원하고, 독자적인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다만, 파운드리 입장에서 패키징은 주력 사업이 아닌 데다, HBM 시장에 먼저 진출해 시장 점유율이 좀 더 높은 SK하이닉스에 비하면 경쟁력에서 살짝 밀리는 편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