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영국 철강 산업이 전기로와 같은 제강 체제로 전환되면서 철 스크랩 부문이 활기를 띠고 있다. 철 스크랩은 전기로의 주원료로, 탄소 배출이 적어 친환경 철강 생산에 필수적이다.
영국 최대 민간 금속 재활용 업체인 리버풀 알렉산드라 독은 시간당 400t의 재료를 분쇄할 수 있는 거대한 파쇄기를 갖추고 친환경 철강 전환을 위한 더 많은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의 글로벌 광업부문 리서치 디렉터인 닉 픽켄스는 "영국의 철강 산업은 스크랩 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며 "금속 수요의 놀라운 증가, 산업 배출량 감축의 필요성, 그리고 에너지 안보 우려의 증가 등이 모두 결합되어 재활용 금속 투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철 스크랩 수요는 6억2000만~6억3000만t으로 추정된다. 철강 탈탄소화가 속도를 내면서 철 스크랩 수요는 2050년에 10억~10억2000만t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친환경 철강 생산을 위해 철 스크랩을 100% 녹여내는 청정 전기 아크로로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용광로와는 달리 철 스크랩을 최대 30%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영국의 두 대형 철강업체인 브리티시 스틸과 타타 스틸 UK는 고로를 폐쇄하고 전기 아크로로 대체하면서 훨씬 더 많은 고철을 사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 무역 단체인 UK 스틸의 책임자인 가레스 스테이시는 "철 스크랩은 탄소 순 제로로의 빠른 전환을 위한 핵심"이라며 "철강 업계의 과제는 더 많은 전기 아크로의 투입재로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고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매년 1000만~1100만t의 고철을 생산하지만, 이 중 300만t 미만이 재활용된다. 나머지는 국내 철강업체의 수요가 충분하지 않아 수출된다.
UK 스틸은 철강 부문의 스크랩 소비가 2050년까지 거의 3배로 증가하여 연간 최대 700만t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영국의 다른 두 주요 철강업체인 셀사 UK와 리버티 스틸은 이미 전기 아크로를 운영하고 있다. 셀사는 외부 공급업체로부터 스크랩을 추가로 구매하지만 자체 재활용 사업을 통해 제강 활동에 필요한 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영국 철강업계는 정부가 업계에 충분한 고철 공급을 보장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또한, 환경 기준이 낮은 국가로 고철을 수출하면 탄소 배출을 촉진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테이스에 의하면 영국은 연간 1000만t 이상의 스크랩을 생산하지만 그 중 80%를 수출한다.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공급을 확보하고 수출을 제한하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영국은 손 놓고 앉아있을 수 없는 실정이다.
영국 무역협회는 전기 아크로가 가동되더라도 영국 철강 산업이 국내에서 생산된 스크랩을 모두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스크랩 수요 증가에 따른 정책적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 무역협회는 △폐기물을 지속 가능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국가에만 스크랩 수출을 허용하고, △영국 내 스크랩 보유를 장려하며, △더 나은 처리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여 스크랩의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정책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영국 무역협회는 EU가 지속 가능한 관행을 입증하지 못하면 2027년부터 비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 대한 스크랩 수출을 제한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것만으로도 더 이상 EU에서 공급받을 수 없는 국가로부터 영국의 공급을 추가로 끌어들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스크랩 업계 경영진은 잠재적인 규제에 대해 경계하며 재활용 재료의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금속 재활용 협회의 최고 경영자인 제임스 켈리는 "영국의 모든 고철을 제한하는 불가피한 결과가 급격한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대규모 공급 과잉은 고철 가격을 폭락시켜 고철 산업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크랩에 대한 수요 증가가 특히 더 나은 가공 및 재활용 방법을 통해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줄리안 올우드는 "영국은 전기화로 인해 창출되는 모든 혁신 공간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면서, "영국에서 전기 아크 용량이 450만~550만t에 달한다면 이는 매년 발생하는 폐기물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어서 기존 업체와 신규 업체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올우드는 스크랩이 구리와 같은 요소에 의해 오염되어 특히 고급 철강 제품으로의 재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수명이 다한 자동차를 재활용할 때, 자동차를 파쇄하면 모터에 포함된 구리가 모두 포함된 원료가 된다.
올우드는 "스크랩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선별 및 처리 기술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이러한 기술 개발에 투자함으로써 스크랩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