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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쿠바-상] 쿠바 지폐에 새겨진 PPS, 양국 수교 디딤돌 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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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쿠바-상] 쿠바 지폐에 새겨진 PPS, 양국 수교 디딤돌 돼다

2006년 쿠바 정부, 전력난 해결 위해 ‘애너지 혁명의 해’ 선포
전력 설비 공사 국제입찰에 참여. 미수교국 약점 불구하고 수주
1990년대 DPP 사업 개시, 2001년 힘센엔진 개발 계기로 가속
힘센엔진 바탕으로 40피트 길이 컨테이너 규모 PPS개발로 이어
지난 2007년 쿠바 중앙은행이 발행한 10페소 지폐에 새겨진 HD현대중공업의 이동식 발전설비(PPS). 사진=HD현대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07년 쿠바 중앙은행이 발행한 10페소 지폐에 새겨진 HD현대중공업의 이동식 발전설비(PPS). 사진=HD현대중공업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대한민국 외교사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될만한 소식이 날아왔다.

한국이 지금껏 외교관계가 없었던 쿠바와 전격적으로 공식 외교 관계를 수교한 것이다.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던 쿠바와 수교는 한국의 외교 지평 확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 이에 따라 유엔 회원국 중 미수교국은 시리아만 남게 됐다.

쿠바는 1949년 대한민국을 승인했지만 1959년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양국 간 교류는 단절됐다. 공산주의 국가 쿠바는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리며, 한국과는 공식 수교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물론 정식 수교 이전까지 양국간 접촉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자 1992년 우리 정부의 대공산권 외교 수립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과 쿠바간 스포츠 외교가 시작됐고, 2000년대 들어 교류의 범위가 무역으로 확대되면서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2005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 무역관을 개설하고 무역‧투자협정도 체결하면서 교류 폭을 획기적으로 넓혔다.
민간기업들도 더디지만 쿠바 진출을 모색해왔는데, 쿠바 정부와 국민들에게 ‘코리아(KOREA)’를 확실히 각인 시켜준 ‘대형 사건’이 이 시기에 벌어졌다. 주인공은 바로 HD현대중공업이다.

지난 2007년 쿠바에서 발행한 10페소 지폐 뒷면에는 HD현대중공업의 대표제품 가운데 하나인 이동식 발전설비(PPS, Packaged Power Syation)가 ‘에너지 혁명(Revolucion Energetica)’이라는 문구와 함께 인쇄돼 있다. PPS는 디젤엔진 등을 작은 컨테이너에 담은 형태의 소규모 발전소로 HD현대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지폐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위인이나 상징물을 넣기 마련이다. 따라서 쿠바의 지폐에 HD현대중공업의 제품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사실은 국내 언론에도 크게 보도돼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쿠바는 섬나라다. 게다가 태풍 허리케인이 잦아 대형 발전소를 짓기 어렵다. 따라서 전력 사정이 늘 좋지 못했고, 이를 해소할 혁신적 방안이 필요했다.

쿠바 정부는 현대중공업의 PPS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그들은 PPS 등 HD현대중공업으로부터 총 544기의 발전설비를 도입한 2006년을 ‘에너지혁명의 해’로 선포했다.
HD현대중공업은 PPS에 앞서 디젤발전설비(DPP, Diesel Power Plant)를 개발해 세계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었다.

DPP는 디젤엔진 등 발전기 구동에 필요한 설비를 여러 대로 묶어 만든 소규모 발전소다. 설치가 간단해 짧은 시간 안에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뛰어난 효율성 때문에 전력 기반시설이 취약한 나라에서 각광받고 있다.

1990년대 초반 DPP사업을 시작한 HD현대중공업은 1993년 2월 이스라엘 사해 디젤발전소 공사를 수주했다. 60MW(메가와트)급의 이 DPP는 사해에 함유된 마그네슘·염소·칼륨 등 천연자원을 추출하고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을 만들었다.

HD현대중공업은 의욕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1999년 3월 인도 마드라스에, 2000년에는 아프리카 섬나라인 모리셔스에 DPP를 설치했다. 카리브해 연안의 도시 국가에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방글라데시, 전쟁 중인 이라크까지 전기가 필요한 곳이라면, 거기가 어디라도 발을 디뎠다.

DPP를 처음 개발할 때 HD현대중공업은 해외 업체와 기술제휴로 생산한 선박용 중형엔진 제품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 제품은 계약상 판매 지역에 제한이 걸려 있었다. 제한이 없는 지역에서도 타사의 원천기술을 이용한 제품 판매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최병구 전 현대중공업 사장은 “DPP 영업을 담당하던 부장이 제 입사 동기였다. 동기들끼리 술자리에서 영업이 힘들다는 하소연을 자주 했다. 함께 얘기를 나누다 독자엔진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곧장 개발투자 계획을 만들어 경영진의 승인을 받았다. ‘힘센엔진’이 탄생하게 된 또 하나의 계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때 사내에서 ‘단군엔진’이라고 불렀던 ‘힘센엔진’을 말한다. 힘센엔진은 순수 우리말로 ‘힘이 세다’는 뜻과 동시에 ‘High-Touch Medium Speed Engine’의 약어이기도 하다. 단군엔진이라는 애칭른 한민족의 시초인 단군 이래 선박용 중형엔진을 독자 개발한 것은 최초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소형엔진이 아닌 선박이나 산업용 장비에 적용되는 중형 디젤엔진을 자체 개발한 것은 1950년대 핀란드의 바르질라 이후로 처음이며, 그것도 엔진 후발국이었던 한국이 이뤄낸 ‘사건’이었다. 2001년 첫 생산해 올해 1월에 누적 생산 1만5000대를 돌파했으며, 전 세계 60여개국에 수출됐고, 중형엔진 시장점유율 35%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효자 제품이다.

HD현대중공업은 2001년 힘센엔진 개발과 함께 DPP사업의 엔진을 전면 교체했다. 또한 HD현대중공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PPS사업으로 발전시켰다.

2001년 12월 HD현대중공업은 힘센엔진을 중심으로 패키지화한 소규모 발전 설비를 제작, 도미니카공화국에 공급했다.

중속 디젤엔진과 발전기, 이외 기타 발전용 기자재를 4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FEU, Forty foot Equivaent Unit) 속에 최적화한 소규모 발전소였다. 1기당 최대 1.7MW의 전기 생산이 가능해 3000~4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었다. HD현대중공업은이 패키지를 ‘PPS’로 이름 붙였다.

PPS는 설치와 이동이 편리하며 저렴한 중유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력난 해소가 시급한 섬과 오지,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가 잦은 곳에서 전력 생산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자료: 현대중공업그룹 50년사>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