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엔트리급 전기차로 등장한 모델이지만 그 경계를 무시할 만큼의 높은 상품성으로 전기차 저변확대를 이룰 수 있는 모델로 기대된다. 캐스퍼 모델의 시작은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지만 전기차로 재해석되며 현대차의 전기차 기술력을 다시 입증했다.
기아는 완전한 신차 EV3로 프리미엄 엔트리 라인업을 보충한 것과 달리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좀 더 저렴하고 아이코닉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실제로 기아 EV3가 패밀리룩을 형성하고 있는 것과 달리 캐스퍼 일렉트릭은 동글동글한 귀여운 이미지로 강한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전기차로 거듭나기 위해 휠베이스를 늘리고 경차 혜택을 포기한 것부터 시작해, 진정한 소프티웨어기반차(SDV)의 기본기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싸게 막 만든 전기차가 아니다. 현재 시장이 기대하는 전기차의 필수조건을 다 갖추고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과감한 선택으로 엔트리 차급의 상식에서 벗어나 선을 세게 넘은 하극상 모델이 돼버렸다.
외관상으로 보면 휠베이스가 180mm 늘어나고 전체적으로 길이도 230mm 늘어나며 경형SUV의 개성 강한 앙증맞음에서 벗어나 소형 SUV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캐스퍼보다 비율이 더 좋아졌다는 평가도 행사장 곳곳에서 들려왔다.
항속거리를 300km대로 늘리기 위해 휠베이스가 늘어나며 경차 혜택을 포기했다. 하지만 전기차 혜택을 통해 마이너스 요인을 상쇄시켰다. 실내 공간도 늘어나며 활용성이 높아지는 등 얻은 것이 더 많다.
실내 인테리어도 많은 부분이 변경됐다. 기어 레버가 컬럼식으로 바뀌며 1열의 공간이 좀 더 여유로워졌다. 그 공간을 수납할 수 있는 장치들로 채웠다. V2L도 기존 전기차들과 다르게 1열에 배치했다. 시트에 앉아보니 소형차답게 아늑한 느낌이다.
덩치가 큰 기자입장에서는 어깨가 B필러에 닿아 얼핏 버킷 시트 같은 느낌도 받았다. 불편한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앉은 자리에서 공간 대부분에 손이 닿아 좋았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운전을 시작하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전기차의 이질감을 잘 잡아냈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전기차의 멀미할 것 같다는 즉각적인 반응 속도를 즐기는 편이지만 이 차는 이런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보였다.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서 가속이 더디거나 출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다. 반응 속도는 빠르지만, 변화하는 과정을 최대한 여유 있게 설정한 듯한 느낌이었다. 가속페달에 대한 반응은 기존 전기차와 같지만, 그 과정을 세분화 해 접근하도록 한 것 같았다.
멀미 유발기능으로 악명 높은 회생제동 단계도 5단계로 세분화 해 운전자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고, 이 역시 여유 있는 작동으로 편안함을 더했다. 소형차지만 주행 안전성도 훌륭하다는 느낌이었다. 소형차에서 느껴지는 불안한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이 없다. 정숙성은 한 세대 이전의 중형세단과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런 부분은 현대차의 SDV 기술력을 다시 보게 만든다. 차량 모션 제어(VMC)기술을 전기차에 적용하고 있는 만큼 운전자가 느낄 수 있는 불편한 상황을 최대한 줄여준 것 같다.
효율성도 훌륭하다. 운전자가 어떻게 운전해도 평균전비는 기본적으로 맞춰 줄 수 있는 듯했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운전하면 평균전비를 넘어서는 일은 당연할 것 같았다. 실제 시승중 계기판에 찍힌 전비는 6.3km/kWh 였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복합 전비는 5.6㎞/kWh다.
캐스퍼 일렉트릭(풀옵션 기준 3660만원)은 내연기관 모델(터보 풀옵션 2057만원)과 비교해 보조금 혜택을 적용하면 가격차이는 800만원 정도로 일반적인 전기차가 동급기준으로 2000만원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하면 크지 않다. 그럼에도 높은 출력과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고려하면 내연기관 보다 더 장점이 많다.
캐스퍼 일렉트릭을 서울에서 구매하면 보조금 640만원에 개별소비세 해택 185만원이 할인되며 구매가격은 2834만원 정도다.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 조금 더 쉽게 진입할 수 있는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같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