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세에 국민은행 지점장으로 명퇴하여 보일러기능사 등 7개의 자격증을 취득해 다시 국민은행 보일러실로 출근하는 이만호씨는 상고를 졸업하고 입행하여 대출의 달인으로 통했다. KBS '강연100°c'에 출연해 <130만원>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후 스타강사로 등극했다.
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경상남도 국장, 마산시 부시장까지 지낸 전수식씨는 공직 시절 아이디어뱅크로 통할 정도로 엘리트 공무원이었다. 예고 없는 실직으로 방황하던 중 2012년부터 택시기사로 변신해 3년째 노동의 가치를 만끽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34년을 부사관으로 복무한 직업 군인 출신인 박정우씨는 주경야독을 통해 학사, 석사를 거쳐 작년에 박사학위까지 취득하여 순천대 교수로 변신했다.
첫째, 현역 시절 화려했던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 특히 ‘ㄱ’자 들어가는 직업으로 정년퇴직한 사람의 노후준비는 젬병이다. 이들은 자영업하면 100% 망하니 꼬박꼬박 나오는 연금으로 연명하는 것이 현명하다. 군인·공무원·공기업·교사(수)·금융맨 등이다. 항상 갑질과 기득권에 익숙한 온실 속의 화초다. 하지만 사례의 세 사람 모두 기득권을 버리고 오기를 발동하여 연착륙했다.
둘째, 인생 2막에서는 눈높이를 낮추어야 한다. 보일러기사 130만원, 택시기사 150만원은 현직 때 받은 연봉에 비하면 껌값이다. 하지만 노동의 가치와 자기만의 공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셋째, 최소 10년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퇴직에 임박하여 준비하면 마음만 급하여 체계적으로 준비를 할 수가 없다. 이만호씨는 미래는 기술만이 살길이라는 심정으로 3년간 주경야독을 했고, 박정우씨는 전방근무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주말에 야간대학 편입학 등 10년 이상을 배수진을 치고 버텼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무상직업교육을 최대한 활용하라. 이만호씨는 한국폴리텍대학에서 제공하는 ‘베이버부머’ 전직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수하여 7개 자격증을 취득했다. 박정우씨 역시 국방부에서 지원해 주는 교육제도와 학점은행제를 활용했다. 뜻이 있으면 길은 있는 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사례이다.
축구경기는 주로 후반전에 골이 많이 나온다. 그 이유는 체력이 바닥 난 상태라 정신력과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팀은 역습의 기회가 많이 오기 때문이다. 직장인은 누구나 퇴직의 위기를 위대한 기회로 바꾸기 위한 준비를 지금 당장 해야 한다. 후반전의 짜릿한 역전골을 위하여.
한대규 한전 마산지사 부장(전 인재개발원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