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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속으로] 정통 무협, 스크롤 속에 펼쳐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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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속으로] 정통 무협, 스크롤 속에 펼쳐지다

[글로벌이코노믹 편도욱 기자] 흔히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무협물을 마니아층의 콘텐츠로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선입견이다. 무협은 중국인의 정서 속에 유서 깊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전통 문화 콘텐츠이다. 마치 우리의 판소리처럼 말이다. 문화대혁명 이후 정부의 정책에 의해 유통이 금지되면서 1950년대 이후 명맥이 끊길 뻔하기도 했지만 홍콩, 대만으로 근거지를 옮겨 끝끝내 살아남아 지금도 널리 사랑 받고 있다. 우리가 주말이면 사극을 보듯이 중국에서는 지금도 '의천도룡기', '신조협려'등의 무협 드라마를 즐겨본다.

어떤 이들은 무협을 동양의 판타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서양 중심적 사고의 결과가 아닐까. 무협은 판타지 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졌으면서 판타지와는 완전히 다른 독창성을 가졌다. 물론 오랜 수련 끝에 육체와 정신을 연마해 평범한 인간을 뛰어넘는 무공을 쌓게 된다는 클리셰만 놓고 봤을 때 판타지의 장르적 요소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판타지는 완성된 영웅의 서사 중심적인 구조의 이야기인 반면 무협은 영웅이 탄생하기까지의 성장 과정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이런 독창성 말고도 무협이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비결은 많다. 화려한 무공, 계파 간 갈등, 동양 철학에 기반한 유려한 대사들. 그 중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단연 '협(俠)'이다. 협이란 무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의리'나 '신의' 쯤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좀 더 고차원적인 의미가 있다. 신의는 협을 증명하기 위한 행위의 핵심이다. 마땅히 지켜야 할 실천적인 삶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기(知己)'와 '비지기(非知己)'사이에서 떠도는 협의 존재는 자신을 알아주는 지기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심지어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나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 바쳐 신의를 지키는 협의 모습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런 정서는 의리를 중시하는 한국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밖에 없다. 추측컨대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물어보면 열에 여덟은 소싯적에 무협 소설을 한 권 쯤은 읽어봤다고 대답할 것이다. 만화도 그렇다. 출판 만화를 중심으로 많은 무협 만화가 인기를 얻었다. 그 중에는 '용비불패', '열혈강호' 같은 베스트셀러도 탄생했다. 그러나 출판시장의 침체로 인해 무협물의 인기도 시들었다. 만화 소비층이 고스란히 웹툰으로 옮겨갔지만 무협 장르는 유독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가로로 넓게 보는 출판만화에 비해 세로로 보는 스크롤 형식의 화면으로는 무협의 맛을 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출판만화에서 넘어온 중견 작가들의 활약이 무협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들은 웹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무협물은 한계를 뚫고 스크롤 속에 다시금 장관을 펼치게 됐다. 마치 무협물의 주인공이 온갖 장애물을 뚫고 적들을 물리쳤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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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네이버웹툰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작품을 꼽자면 단연 '고수'가 아닐까. 과거 '용비불패'로 수많은 무협 팬들을 밤잠 설치게 했던 문정후 작가가 처음 '고수'를 연재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환호로 바뀌었다. 출판만화 시절 그대로의 펜터치, 화려한 색채, 웹툰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한 구도, 그리고 무엇보다 협의 정수를 정확히 그려낸 내러티브를 '고수'에 담아 냈기 때문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천하제일의 고수가 된 강룡이 정체를 숨긴 채 만두가게 종업원으로 살고 있는데 주변인들과의 협을 위해 이따금씩 자신의 실력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한 꺼풀씩 벗겨지듯 드러나는 고수들과의 결전은 그 긴장감 때문에 다음화를 결제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야말로 무협 만화의 고수인 문정후 작가의 '고수'는 마치 블럭버스터를 보는 듯한 웅장함에 긴장감을 일시적으로 해제시키는 특유의 위트까지 녹여져 있는 최고의 무협 웹툰이다. 완성도 높은 무협 웹툰을 기다려온 팬들의 기대감을 120% 충족시켜주고 있다. '용비불패'가 그러했듯이 '고수'도 새로운 신화를 써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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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계

짬툰에서 연재 중인 진선규 작가의 '검계'는 무협의 틀을 그대로 조선으로 옮겨온 웹툰이다. 조선시대에 실제로 존재했던 폭력 집단 검계에게 가족을 몰살 당한 뒤 복수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 소재에 무협의 맛을 훌륭히 소화시킨 작품이다. 아무런 무공이 없는 소년이 성장하면서 검의 달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무협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작가 스스로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정도로 '검계'의 액션 씬 연출은 여타 무협 만화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거기에 철저한 고증을 거친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입혀 한 편의 액션사극을 보는 듯한 착각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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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안

출판만화 시절의 향수를 그대로 살린 짬툰의 정통 무협 '마안'은 펜선과 스크린톤 만으로 그려진 그 시절 만화의 추억을 느낄 수 있다. 마교의 절대신물인 세 번째 눈 '마안'을 얻은 대신 기억을 잃은 담진홍이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웹툰은 무협 장르의 정통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마치 판타지를 보는 듯한 독특한 액션 연출을 선보인다. 세 번째 눈이라는 소재부터 이미 판타지 요소를 갖추고 있는데, 여기에 기억을 추적한다는 추리 요소까지 가미해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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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툰 김성인 대표

toy1000@hanmail.net